[국립암센터·농민신문 공동기획]
45세 이후 주기적 검사 받도록 권장 가족 중 환자 있을 땐 조기검사해야
선종성 용종은 암으로 변할 수 있어 발견 때 미리 제거하는 것이 효과적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에서는 21만7057건의 암이 발생했다. 그중 대장암은 2만6978건으로 전체의 12.4%를 차지했다. 남자의 경우 위암에 이어 두번째로, 여자의 경우 갑상선암·유방암에 이어 세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야구선수 최동원, 탤런트 김자옥, 디자이너 앙드레김 등 많은 유명인도 대장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최근엔 개그맨 유상무가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는데, 손대경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장을 만나 대장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변비나 치질이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나?
변비가 심하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도 있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다만 변비는 항문질환을 유발·악화시키고 노폐물인 대변을 오랜 시간 장에 머물게 하므로 건강에 유익할 리 없다. 평소 과일·채소·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미리미리 예방하는 게 바람직하다. 치핵·치열·치루 등 항문질환 역시 대장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없던 치질이 갑자기 생기거나 기존 치질이 급격히 악화됐다면 대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변에서 피가 묻어나온다면?
혈변은 대장암의 주된 증상이다. 암으로 인해 장 내부에 출혈이 생기면 피가 섞인 변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혈변을 본다고 해서 모두 대장암 환자는 아니다. 치열·치핵 등 항문질환을 앓아도 혈변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피는 선홍색으로, 하루 이틀 지나면 증상이 사라진다. 이에 비해 대장암 환자의 변은 주로 검붉은색을 띈다. 아예 흑색인 경우도 있는데 끈적끈적하고 냄새가 지독하다. 대장암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해진다. 혈변 또는 검은 변이 반복해서 나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검사법으로 어떤 게 있나?
흔히 쓰이는 대장암 진단법으로는 대변을 채취해 장내 출혈 여부 등을 확인하는 분변잠혈 검사와 항문으로 내시경을 삽입해 장 내부를 들여다보는 대장내시경 검사가 있다. 분변잠혈 검사는 저렴한 비용으로 큰 불편 없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의사가 직접 출혈부위와 용종을 볼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국가 암검진 프로그램에서는 만 50세 이상이면 1년 간격으로 분변잠혈 검사를 해 이상 소견이 나올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 또는 대장이중조영 검사를 받도록 한다. 국립암센터는 증상이 없는 성인의 경우 45세 이후엔 1~2년 간격의 분변잠혈 검사 또는 5~10년 간격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단, 0.01~0.05%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0.3~0.5%는 내시경을 통한 용종 절제 때 대장에 구멍이 뚫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용종은 반드시 제거해야 하나?
용종이란 몸속 점막에 혹처럼 다른 부위보다 더 튀어나온 것을 말한다. 대장은 우리 몸에서 용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기관으로, 대장 내 용종의 절반가량은 별다른 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종성 용종이라 불리는 종류는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선종성 용종이 대장암으로 진행하기까지 10~15년 정도 걸린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5~10년 간격으로 받으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크기가 클수록 암이 될 확률이 높은데, 1㎝ 미만인 경우는 1% 이하지만 2㎝ 이상이라면 45%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대장암은 유전되는 것인가?
대장암은 유방암과 더불어 유전성이 높은 암으로 꼽힌다. 부모나 형제 중에 대장암 환자가 한명 있으면 일반인보다 2~2.5배, 두명 이상이라면 4~4.5배로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실제 전체 환자의 5~15%가 유전성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대장암 또는 자궁내막암·소장암·요관암·신장암·위암 등의 환자가 3명 이상 있거나 50세 이전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가족이나 친지가 있는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여기에 해당하면 비교적 젊은 나이인 35~40세부터 대장암 조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염진통제를 꾸준히 먹으면 예방할 수 있다는데?
일부 연구에서 아스피린 등 소염진통제가 선종성 용종 발생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와 같은 효과는 절대적이 아닌 데다 과용하면 부작용마저 생길 수 있으므로 일반인에게는 소염진통제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치료방법은?
대장암은 종양의 크기가 아니라 암세포의 침투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일부 조기 대장암의 경우 내시경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나 대개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혹은 방사선치료를 병행한다. 가장 근본이 되는 치료는 수술적 치료다. 항암제 치료는 수술 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보조적 항암화학요법, 전이나 재발한 환자의 생명 연장을 위한 고식적(姑息的) 항암화학요법으로 나뉜다. 진행성 대장암은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모두 시행하기도 한다.
김재욱 기자 kjw89082@nongmin.com, 사진=김덕영 기자
● 손대경 센터장은…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충북대 대학원 의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과 전문의로 대장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침습 수술, 대장내시경을 위한 저용량 약제 개발 등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진단 및 치료방법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장이면서 혁신의료기술연구과장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