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65-2 (2017. 09. 02) 경북 울진군
13.5km (서해안 : 845.6km, 남해안 : 817.7km, 동해안 372.1km 합계 : 2,035.4km)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 - 직산리 - 월송리 - 기성면 구산리 - 봉산리 - 척산리 )
파도소리가 들린다. 아직 어둡다. 시간을 보니 아직 새벽이다.
일출시간을 검색해 본다. 5시 54분. 아직 1시간 정도 남아 있다.
계속 누워서 친구들의 코고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제 화음까지 잘 맞추고 있다.



동해를 걸으며 수평선에서 바로 올라오는 일출을 본 적이 없다.
매번 구름이 해를 감싸 안고 감춰버려서 수평선에서 달걀노른자처럼 떠오는 해를 본 적이 없어서 아쉬웠다.
어제 같이 구름이 별로 없는 하늘같으면 오늘은 노른자를 볼 수 있을 텐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숙소이니 잠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본다.
이제 서서히 하늘이 검붉은 것이 시동을 걸고 있다.
수평선 끝이 어스름 보인다. 혼자서 바닷가로 나왔다.
구름이 수평선으로 다 내려와 있다. 밤이 되면 새들도 땅으로 내려앉듯 구름도 바다로 내려 앉나보다.
오늘도 노른자를 보기는 틀린 것 같다.
그래도 구름이 안 내려 앉은 부분이 약간 있어서 저기로 떠오르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며 찬바람을 참아본다.
멀리 후포항의 반짝이는 등대 불이 정겹다.
구름과 수평선 사이가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간다. 구름위로는 아우라가 생긴다.

기름위에 튀김이 튀겨지듯 수평선 가까이 구름들이 익어간다.



드디어 햇님이 이글이글 바닷물을 끓이며 손톱만큼 올라온다. 마침 구름과 수평선사이 틈으로





너무 눈이 부셔 바라 볼 수가 없다.
순간 불쑥 물위로 오른다. 밝은 빛에 잠이 깼는지 새들도 날아오른다.
기대하던 동해의 일출을 드디어 경험했다. 달걀노른자 감사하다.
숙소로 돌아오니 갑자기 배가 고프다. 달걀노른자를 깨지 않고 쏙 집어넣은 라면이 땡긴다.
라면 물을 올리는데 하나 둘 깨어난다. 내가 “라면” 외치자. 모두 따라서 “라면” 외친다.
오늘 아침은 라면이다.



이른 식사에 장정도 이르게 시작된다.
붉게 타오르며 바다위를 오르던 태양은 하얀 빛으로 색깔을 바꾸고 구름 위로 올라와 있다.
거일리를 지나 직산리로 해변도로는 계속 이어지고 월송리로 이어지면서 남대천 다리를 건넌다.
월송리는 관동팔경 중 제일 남쪽에 있는 8경 월송정이 있다.
제일 북쪽에 있는 1경 총석정은 지금은 갈 수 없는 땅에 있지만 남쪽의 8경부터 관동팔경 유람이 시작된다.



월송리를 지나 기성면 구산리 바다로 장정은 이어진다.
구산항에는 독도를 1/30 크기로 축소해서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무슨 이유로 독도를 만들어 놓았을까 하는 의문에 조사를 해보니
조선시대에 울릉도로 출발하는 곳이 두 곳이 있었는데
강원도 삼척과 경상북도 울진 구산이었다고 한다.
관리가 배가 출항을 할 수 있는 날씨가 될 때까지 머물렀던 "바람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의미의
대풍헌이 구산항 안쪽 산 밑에 있다.
지도에서 거리를 재보니 직선으로 울릉도까지는 145km, 독도까지는 215km이다.



구산항을 지나 파도와 같이 길을 간다.
높고 푸른 하늘에 하얀 경비행기가 날아간다. 관광엽서에나 보일 풍경이다.
산 넘어가 울진비행장인가 보다.
봉산리가 끝날 무렵 바다길이 막혀 고개하나를 넘어 기성면사무소가 있는 척산리로 들어선다.

척산천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다가 길가 그늘에서 오늘의 장정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