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의 풋사랑 1 (김시화)
난 고등학교를 강릉에서 다녔었다. 1982년에 그 당시 전국 최고라는 강릉고등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을 했었다.
당시의 고등학교 입시 명칭은 "연합고사" 였는데 난 200점 만점에 198점을 맞고 전체 5등으로 강릉고에 들어가는
커다란 기쁨을 얻었다. 들어가서도 1학년때 성적은 아주 좋았었다. 반에서 1등도 해보고 아님 보통 2,3 등은 했었다.
그 당시 강릉고에서 그 정도면 서울대학을 갈 수 있는 충분한 학력고사 점수가 나왔다. 1년에 70~80 명 정도가 서울대를 가던 시기였다. 그러나 서울대를 향해 부푼 꿈을 꾸고 있었던 내게 시련이 찾아왔다.
그 해 10월 중순쯤, 같은 하숙집에서 살던 도계출신의 고 3 형이 자기가 아는 여자가 있는데 나를 소개시켜 준다고 하였다. 근데 그 방법이 내가 그녀의 집에 전화해서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마음이 들어 한 번 만나고 싶다." 이런식으로 얘기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한번도 여자를 사귄적이 없는 난 제과점에서 소개로 만나는 것도 아니고, 쑥스럽게 전화를 하라고 하니 거기에 선뜻 응하지를 못했다. 또 그때 중간고사 기간이라 시험준비 때문에 그럴 여유도 없었다.
시험이 끝나는 날 저녁에 난 큰 마음을 먹고 선배가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마음이 쿵쿵 거리고 입이 말라왔다.
벨이 두세번 울리고 "여보세요" 하고 여자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저기 0연주씨댁 맞나요?"
"맞아요! 그런데 누구시죠?"
"아는 친구인데 0연주씨 지금 집에 있나요?"
"전데, 누구시죠"
전화 받은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난 "그 전부터 많이 봤는데, 사실 참 괜찮고 예쁘시기도 해서 마음속에 숨기고 있다가
용기를 내어서 전화를 걸게 되었습니다". 이런말을 하면서 생각나는데로 둘러댔다.
"어느 학교 다니세요?"
"강릉고에 다닙니다"
"어, 거기 내 동생이 다니는데 1학년이예요. 저기 전화거신 분은 몇학년이예요?"
그녀는 그 당시 지금은 강일여고로 명칭이 바뀐 "영동여고" 2학년 이었다."
난 그걸 선배를 통해 미리 알고 있었던 터라 나도 강릉고 2학년이라고 학년을 올렸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간 후 그 다음날 저녁 6시에 그녀가 사는 강릉 남대천 주공아파트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난 하늘을 날아오를 것 같이 기뻤다. "이제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친구가 생길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 하면서 그 다음날 그녀를 만날 생각에 그날 밤은 잠도 잘못자고 "만나면 무슨말을 할까? 그녀도 날 마음에 들어할까?"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에 의해서 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다음날 수업이 5시에 끝나자 마자 하숙집으로 달려가 제일 좋은 옷과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그녀와의 약속장소에 쉬지않고 달려가서 시간을 보니 5시 50분이었다. 10분가량 시간이 지났을때 약간 단발머리에 청바지를 입은 여학생이 주공아파트 근처에 나와 서 있었다. 하숙집 선배한테 들은 인상착의와 일치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몸이 잘 움직여지지가 않아서 잠시 서 있었다. 그녀도 나를 몇번 보았다. 아마 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그녀에게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O연주씨 맞으시나요?"
"네. 안녕하세요! 전화하신 분이시죠?"
"아. 네. 실례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전화하게 되었습니다."
"저희집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 아. 그건 친구가 알려줬는데 제가 나중에 설명해 드릴께요. 일단 어디가서 대화라도 좀 하고 싶어요"
"그럼 일단 걷죠. 근데 참 용기가 대단하시네요."
"그게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어 겨우 용기를 낸거예요"
그녀는 소리없이 한손으로 입을 막고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나는 그녀와 강릉 시내쪽으로 걸으면서 이것저것 얘기했다. 그녀는 하숙집 선배가 얘기한 것 보다 훨씬 더 예쁘고
몸매도 날씬하였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인것은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때도 그녀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30분쯤 걷다보니 길옆에 "독일제과" 라는 제과점이 나왔다. 난 그녀를 데리고 그 제과점으로 들어갔다. 그 당시는 고등학생이 들어가 데이트 할 수 있는곳으로는 "제과점"이 거의 유일했다.
그녀와 같이 빵을 먹으면서 제과점에 있는 시간은 황홀했다. 그때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어떤 감정이 마음속에서
불이 되어 용솟음 치는 것 같았다.
그녀와 토요일에 또 만나기로 하고 그녀를 주공아파트 앞에까지 바래주고 나는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첫댓글 소설이지요^^
네.
자전적 소설입니다~^~^~ ㅎㅎ
소설도 재미있네요^^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