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은 오래된 새보다 가벼워서
강성애
이불을 터는 사이
털면 털리고 마는 10층 아래로
오래된 새가 날아간다
떨어지고 날아가고 펄럭이는 낭떠러지
이불은 오체투지 정면이다
기억에 없는 어젯밤이
난간에 매달리기도 한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고 싶은 기분
이불과 오래된 새가 밀접해진다
이불은
오래된 새보다 가벼워서
놓칠지 모를 손아귀를 꼭 붙잡는다
공중으로 포효가 쏟아지고
아직 닿지 않은 세계는
뾰족해진 정수리로 넘쳐난다
완벽하게 구겨지던 방안에서
해가 들어도 모르던 일이다
이불을 터는 사이
낭떠러지의 낙하는 잠재적이고
떨어지고 날아가고 펄럭이는 높이의
불안은 변함이 없다
이불 속에서 꿈꾸던 고단한 미래는
지금까지 안전한가?
이불을 터는 사이
낭떠러지 아래
수초처럼 흔들리는 욕망
흔들리는 것은 밤낮이 따로 없다
동물원 입장에 관한 보편성
강성애
언덕을 대여하는 일은 오래되었습니다
기린이 오래되듯 코끼리는 의자 없이
앉는 연습에 몰두하기로 합니다
코가 가까이 오기 전 오줌을 눠야겠습니다
오줌은 오해하기 쉬운 자세의 코와 멀어집니다
아이들이 잘 모이는 언덕으로 어른은
목소리를 낮춰주세요 코뿔소와 하마의
자화상을 햇볕에 말리는 사이 바다사자는
거북의 안부를 엿볼 수도 있겠습니다
안부는 적당히 단조로우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물범을 뒤로하는 일이 흔해집니다
돌고래의 점핑이 사라진 현재가 전설을 만들고
국위를 선양할 때처럼 깃발을 높이 꽂아둡니다
잊었던 시간이 가까이 와도 우리는 단단합니다
군무에 맞춰 시간이 경쾌해지면 좋겠습니다
홍학은 박자에 놀라 선택적 발성을 하고
꺾이지 않는 목선은 외로운 지점을 포함하기로 합니다
점심으로 던져진 사과를 공처럼 굴리는 일이
먹지 않는 슬픔이라 단정하는 요일일 수 있습니다
원숭이를 기대하는 마음은 새처럼 결과적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결과로 승부를 보는 사람들의 위로가 지나갑니다
원숭이가 손가락을 가지에 걸듯 재주 뒤로
숨어버립니다 점점 호랑이를 알아갈 일이 거대해집니다
울음의 낮과 밤을 나눕니다 밤 울음이
언덕을 넘는다면 우리 안의 슬픔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열려서 좋기만 한 세상은 어디에도 앖습니다
지금 잠시 우리를 열어두겠습니다
강성애 시집 『우리 이제 함부로 사소해지자』 중 2편 발췌함
----------------------
강성애
2017년 《시로여는세상》 등단. 시집 『우리 이제 함부로 사소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