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 광주일보에 게재된 제 칼럼입니다.
전남대총장 재선거가 시작되었다. 검찰수사와 교과부의 총장후보자 재 추천 결정에 의해서다. 그동안의 관례였다 하더라도 사법당국에 의해 1, 2위 후보자가 약식 기소되었다는 사실은 지역민들에게 참 죄송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참담한 사실은 선관위가 아닌 내부의 고발에 의해 검찰수사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사주했다는 말도 있고,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이라는 설도 있으나 중론은 ‘국립대학 교수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국립전남대학교는 호남을 대표하는 거점대학으로서의 위상을 지녔고, 그 역할에도 충실했으며 자부심 또한 대단했다. 진리의 탐구, 학문 연구, 지역문화의 계승과 창조, 그리고 인재양성의 요람이었으며, 나라의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래서 전남대교수는 지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고 그 명예 또한 대단했다. 그러기에 전남대총장은 지역의 큰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전남대는 지역민으로부터 어떤 위상을 지니고 있으며, 전남대 교수는 얼마만큼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지 또한 스스로의 명예를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남대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약화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직선제 총장 선거의 폐해라 생각한다. 지역의 축제가 되어야 할 총장선거가 대학의 미래를 담보하는 비전과 희망보다는 교수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학연과 계파주의로 타락했기 때문이다. 그런 후유증은 전남대가 지역발전에 대한 역할과 사명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질책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제 그러한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훌륭한 총장을 선출하여 실추된 전남대의 위상을 회복하고 구성원들을 하나로 엮어 세계 유수의 대학으로 웅비해야 한다.
그런데 후보자 등록을 보니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재선거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기회를 만난 듯 다시 출마를 하고, 공모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총장선출에 대비해 미리 얼굴이라도 알리려고 나온 사람마저 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13명이나 후보자등록을 했다.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위기에 빠진 대학을 내가 구하겠다는 신념과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후보 등록에 따른 기탁금이 없어 난립됐다는 여론도 많다. 같은 지역에 있는 조선대의 경우만 보더라도 후보등록을 위해 3,000만원의 발전기금을 냈다고 하는데 왜 전남대는 후보자 기탁금을 받지 않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학 총장의 역할 중 발전기금 모금은 중요한 과제다. 기업에 손도 벌리고 동문들에게 사정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또한 요즘의 추세가 선거와 관련된 비용은 후보자들이 분담하는 게 관례처럼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 대학을 위해서라면 후보자간 협의를 통해 발전기금을 내는 결단을 보였으면 한다.
전남대가 지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역거점 대학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투표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나눔과 염치를 존중하는 인성과 화합과 소통의 자질을 갖춘 총장을 선출해야 한다. 개교 60년 만에 맞이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그러한 전남대의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