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은 왜 한여름에도 가죽재킷인가

[mjbou]

오피니언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젠슨 황은 왜 한여름에도 가죽재킷인가

黃, 덥고 답답해도 가죽재킷 고집
NYT "독립, 반항, 개방을 상징"
백인 남성 사회에서 생존 전략?
主流가 끊임없이 바뀌어야 발전

변희원 기자

입력 2024.06.22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아시아 최대 IT박람회 '컴퓨텍스 2024' 개막에 앞서 열린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6월 초 컴퓨텍스 참석차 대만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또 가죽 재킷을 입었다. 그는 1년 전 같은 행사로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가죽 재킷을 벗은 적이 없다. 보다 못한 기자가 물었다. “안 더워요?” “아뇨, 전 언제나 쿨합니다(I’m always cool).” 황 CEO의 ‘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엔비디아 주식이 하나도 없는 나로선 천정부지로 오르는 그 회사의 주가보다 황 CEO가 날씨와 상관없이 가죽 재킷만 줄창 입고 다니는 이유가 더 궁금하다. 구글에서 그의 가죽 재킷을 검색하자 스타들이 입은 가죽 재킷을 본떠서 파는 쇼핑몰이 나온다. 제임스 딘, 말런 브랜도, 해리슨 포드와 나란히 황 CEO가 있었다. 가격은 149.99달러. 그 쇼핑몰에서 기업인이라곤 그 하나뿐이었다. 창업자나 경영인의 옷차림이 비교적 자유스러운 실리콘밸리에서도 가죽 재킷은 찾아보기 어렵다. 멋스러울진 몰라도 편한 옷은 아니니까. 무겁고, 빳빳하고, 바람도 안 통하니 일하는 사람이 입는 옷으론 영 별로다. “죽어라 일을 한다”고 알려진 황 CEO가 굳이 작업복으로 어울리지 않는 가죽 재킷을 고집한다는 게 영 이상하다.

뉴욕타임스는 황 CEO의 가죽 재킷을 두고 “독립심, 개방성, 반항, 섹스어필과 연결지을 수 있다”고 했다. 섹스어필은 지극히 개인적 취향의 영역이기 때문에 제쳐두자면, 독립심이나 반항과 같은 표현은 최근 테크계의 록스타 반열에 오른 황 CEO와 대체로 잘 들어맞는다. 우연이 아니다. 그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가죽 재킷을 입고 다녔을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2020년대 전까지 ‘백인 남성의 골짜기’ 혹은 ‘보이스 클럽’으로 불렸다. 2015년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낸 실리콘밸리 관련 보고서에는 “아시아인들로 꽉 찬 구내식당 말고 임원 사무실이 있는 층에 가 보면 문제가 뭔지 알 수 있을 것”이란 표현이 나온다. 당시 구글, 야후, 인텔, 휼렛패커드, 링크트인에서 기술직으로 일하는 아시아계의 비중은 27%였지만 임원급은 14%에 불과했다. 고학력이어도 아시아계는 하위 기술직에 머무는 게 현실이었다.

2004년에 나온 ‘해롤드 앤 쿠마 화이트캐슬에 가다’란 미국 영화의 주인공 해롤드는 한국계 미국 청년이다. 해롤드는 똑똑하고 성실하지만 같은 회사의 백인 동료들은 매번 그에게 일을 미룬다. 순종적이고 소심한 그는 체념한 듯 남의 일감을 받아들인다.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비꼬면서, 아시아계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만약 황 CEO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상징인 이세이 미야케의 검정 터틀넥이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가 즐겨 입은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반팔 티셔츠를 입었다면 어땠을까. 좋은 대학을 나오고 일도 열심히 하지만 중간 관리자 이상은 되기 힘들어 보이는 해롤드와 비슷한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속으로는 땀띠가 나도록 더울지라도 가죽 재킷을 고집한 것은 ‘나는 고분고분하고 만만한 아시아계 공돌이가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가죽 재킷은 그에게 패션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자이자 리더로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주류(主流)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장하는 공동체의 주류는 끊임없이 바뀐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는 인도계이고, 애플과 오픈AI의 CEO는 성소수자다. 엔비디아의 뒤를 쫓는 AMD의 리사 수 CEO는 아시아계 여성이다. 실리콘밸리에 여전히 세계의 부와 기술이 몰리는 게 이해가 간다. 황 CEO가 가죽 재킷 때문에 얼마나 덥고 갑갑했을지 그 고통을 헤아릴 순 없지만, 그의 가죽 재킷은 실리콘밸리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제대로 한몫을 했다.

#에스프레소

변희원 기자  

----------------------------------------------------------------------------------------------------------------------

100자평  31

Patriot036****

2024.06.22 00:55:22

아웃룩에 관한 기자의 눈썰미와 포인트가 흥미를 준다. 이런 기사는 국민을 위한답시고 두패로 나뉘어 지들 밥그릇 싸움하는 무리들의 기사를 매일 접하다 보니 쉬어 갈 수 있고 나의 아웃핏도 한번 되새김할 수 있어서 더운 날 산들 바람 같다.

답글2

56

7

---

트루스

2024.06.22 12:06:26

독특한 개성으로 존재하는 한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다. 그러나. 그 개성이 고루한 고집으로 남을 때에는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

백곰

2024.06.22 10:43:44

식당 한 구석을 빌려 창업을 했고 한국의 용산전자상가 같은 곳을 발로 뛰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사업을 일군 젠슨황과, 재벌 아들로 귀공자 처럼 곱게 자란 이재용과 애당초 비교할 수가 없네요. 엔비디아의 주식 시가 총액이 삼성전자의 10배가 넘고 있다는 것이 그 차이를 보여주는 극명한 현실

---

DanL

2024.06.22 02:00:11

지금도 어느 회사에든 가면 동양인은 C-suite과 VP 이상에서 봤을땐 매우 적은 비율입니다. 백인 남자들이 압도적이고 의외로 유태인들이 많고 완전 백인이 아닌 혼혈백인들이 있지요. 그리고 다음이 여자들이고 몰론 백인입니다. IT쪽이야 인도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도 다른 분야로 넘어가면 별로 없죠. 아시안 황인종이 그 다음이지만 남자보다 여자를 더 선호합니다. 남자들은 그 다음인데 거의 흑인들만큼 귀하다고 할수 있죠. 그 황인종들 대부분은 2세이고 1세는 거의 전무입니다.

답글작성

37

2

---

산천어

2024.06.22 03:49:30

젠슨 황의 가죽 재킷에 그런 숨은 뜻이 있었군요. 젠슨 황, 화이팅!

답글작성

35

6

---

Smiths

2024.06.22 08:05:21

그냥 제멋 부리는데 기자 양반이 꿈보다 해몽이라고 온갖 해석을 갖다 붙이는것 아니오?

답글작성

11

2

---

서울 性醫學 설현욱

2024.06.22 10:11:44

가죽자켓.. 일반적인 모직 옷보다 터프해 보이는 인상.. 난 호락호락한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강하고 개성이 강한 카리스마의 남자이고 여자이다.. 짧은 라이딩 가죽자켓은 폭주족 식 개성을 그리고 2차세계대전 폭격기 조종사등이 입었던 항공잠바의 가죽자켓은 잘난 조종사들의 우월성과 남성다움을 나타낼거고.. 단점은 너무 무거워..

답글작성

5

1

---

마자요

2024.06.22 08:17:47

실리콘벨리 옆 샌프란시스코는 언제나 선선함. 오후 1시 이후 부턴 안개가 장난이 아님. 가죽잠바 입고 다닐만큼 추움.

답글작성

5

1

---

수리

2024.06.22 07:01:13

황 젠슨을 비롯한 우리 황인종 모두 힘내시고 성취 행복 화이팅!

답글작성

4

0

---

이베드로

2024.06.22 10:18:37

기자의 글 잘 봤습니다. 기자가 물은 젠슨황의 대답이 정답이네요.. 언제나 쿨하다는 심플한 답변. ^^

답글작성

3

0

---

밥좀도

2024.06.22 04:46:00

'옷이 날개'란 속담처럼 옷은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상징으로도 쓰인다. 그렇지만 옷이나 얼굴 등 외형적인 모습보다는 실력과 재능을 갖춰 내실을 다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절이다.

답글작성

3

1

---

안정고을

2024.06.22 12:01:17

지금 대만의 TSMC와 미국의 반도체 와 AI 산업은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데 우리의 삼성과 S.K는 각종규제로 발목을 잡혀 고전을 면치못하고있다. 규제를 풀어줘야할 정치권은 당파싸움으로 영일이 없는데 우리가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과연 살아 남을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답글작성

2

0

---

작살잡이

2024.06.22 10:08:16

그 천박한 돼멜다가 지 몸매는 신경 안쓰고 하루가 멀다하게 샤넬 두루고 고급의상실에서 맞춤복으로 패션질했으니 뭐 하나 제대로 한게 있었겠냐? 젝슨 황 반만 따라갔어도 우리나라 벌써 엔비디아급 기업 두세개는 만들었을 것

답글작성

2

0

---

블랙사파이어

2024.06.22 22:05:20

나도 30년전 구입한 가죽자켓이 있는데 멋있긴 한데 너무 무거워~

답글작성

1

0

---

vevey

2024.06.22 18:58:50

뭔말인지 뭔냐

답글작성

1

0

---

통일반대

2024.06.22 14:50:46

지금 제일 핫한남자가 항상쿨한 마음이라니, 마음속의 갈등이 많은가 봅니다. 현재의 A.I. 광풍은 놀이문화 일뿐일수도 있습니다.

답글작성

1

0

---

베토벤과 모차르트

2024.06.22 13:50:39

창업주들의 공통점...자랄 때 부자로 자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펑펑 쓰질 못합니다. 오히려 그 자식이나 펑펑 쓰지...워런 버핏이 여전히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는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닙니다.

답글작성

1

0

---

카페인벙커

2024.06.22 18:48:13

가죽자켓 핏감 좋고 편하지. 그거 입고 땡볕에만 안나가면 좋아요..

답글작성

0

0

---

patro

2024.06.22 17:39:47

아니 기사위 그림이 젠슨 황 사진이 아니고 여기자 본인 얼굴사진을 관종?

답글작성

0

0

---

일렉

2024.06.22 17:36:50

미국이 학벌,출신지역,인종 등의 조건에 의해 입사나 승진이 좌우되기보다는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나라입니다...그래서 인도계 CEO도 많지요. 임원급 보다 기술직에 아시아인이 2배정도 많다고 해서 인종 차별이 있는것처럼 해석하는것은 오도하는것 입니다. 미국은 나이 성별보다는 그 어떤 나라보다 능럭을 중시 하는 나라여서 지금의 미국처럼 우수한 인력을 전세계에서 빨아들여 최고의 효율성과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보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봅니다.

답글작성

0

0

---

애국맑은이

2024.06.22 16:18:49

반도체 세계1위 위대한 대만인들, 한수준 낮은 반도체 기술 자랑하는 겉멋들린 한국인들.

답글작성

0

0

---

thegreat

2024.06.22 15:46:03

돈키호테의 기질이 있어야 큰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답글작성

0

0

---

회원91866593

2024.06.22 15:01:41

OO 더버죽겠는데 미쳤나

답글작성

0

0

---

사월

2024.06.22 14:40:09

글쎄, 그런 뜻이 있다고 해도 한여름에 가죽 점퍼는 너무 힘들고 안 어울린다.

답글작성

0

0

---

난감하네

2024.06.22 14:30:53

가죽자켓은 대표적인 동물학대 상품 아닌가.

skylark

2024.06.22 14:16:36

맞는 추론일까? 더구나 그 옷이 행사장에만 입고 나오는 옷이 아니라 그의 일상 작업복이라고? 에이~ 설마.

답글작성

0

0

---

SeanLee

2024.06.22 14:06:48

스티브 잡스도 이세이 미야케의 티만 똑같이 입었고 앙드레 김도 흰 옷만 입었듯, 거장들은 고집 또한 세다 보니... 그렇지 않은지?

답글작성

0

0

---

촌철시인

2024.06.22 14:06:11

재미있게 뼈때리는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

답글작성

0

0

---

翰森

2024.06.22 13:53:49

와이프가 사준거요, 와이프바보.

답글작성

0

0

---

회원73489019

2024.06.22 11:39:04

저도 가죽자켓 늘 눈에 띄어서 궁금하면서도 패션은 본인 취향이니까 하고 그냥 넘어만 갔는데 , 조직내 정체성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니 그럴것도 같고 한사람의 집념있는 투쟁으로 볼수 있겠네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답글작성

0

0

---

그린티

2024.06.22 11:01:38

섬 중국인

답글작성

0

0

---

꿀단지88

2024.06.22 10:19:46

이런 재밌는 글에 멀쩡한 댓글이 많아서 좋네요. 패트리엇님 ㄱㅅ

엿판

2024.06.22 09:54:35

자신의깡다구를보여주기위해서가죽잠바를입는다니,이러자도목숨이오래가지는못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