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질문이 많은 아들은 줄기차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아빠! 쌍달걀을 부화시키면 병아리가 두마리 태어나나요?"
아이들로서는 무척 궁금한 주제임에 틀림없을 게다.
언젠가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했단다.
"엄마. 왜 해남이나 여수에서(육지에서) 제주도까지 다리를 만들지 않죠?"
또 한번은
"아빠. 코끼리가 코로 물을 빨아들이면 최대 몇리터나 들어가나요?"
질문이 쉴새 없다.
"흐미"
초등학교 4학년 아들에게 쌍달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아들아. 쌍달걀을 부화시킨다고 해서 병아리가 두마리 태어나는 것은 아니란다.
달걀은 흰자위(egg white)와 노른자위(yolk)로 이루어져있는데, 병아리가 되는 것은 흰자위에요.
다만, 노른자위는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곡식창고 같은 역할을 하지.
그러므로, 쌍달걀이라고 해서 병아리가 두마리 태어나는 것은 아니야."
나의 설명은 조금 더 이어졌다.
"모든 생명은 잉태하여 부화(출산)될 때까지 그 어린 생명을 키워주고, 기르는데 필요한, 온도, 습도, 영양분, 주위환경 등 여러가지 조건이 완비되어 있을 때에만 건강한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다.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기르는 포유류들(태생)은 어미 뱃속에서 탯줄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선하고 풍부한 영양소를 공급받지만, 알을 부화시켜 새끼를 얻는 동물들(난생)은 일정 기간 동안 알 내부에서 영양분을 조달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
그래서 대부분의 알에는 영양공급 창고인 노른자위가 존재하는 법이야.
모두 다 신의 섭리란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수컷 보다는 암컷의 새끼에 대한 모성본능이 강한데, 가히 죽음을 불사하고도 남을 만큼 숭고하고도 지고지순한 사랑의 결정체라고 할수 있지.
특히 난생보다는 태생의 경우, 수컷은 애기씨를 주었을 뿐이지만 암컷의 경우엔 자신의 새끼가 최초의 세포로부터 하나의 개체로 세상에 태어날때까지 적게는 수 십 일에서 많게는 수 백 일 동안 자신의 태중에서 생명줄을 통해 수많은 교감을 나누며 그 새끼를 기르지.
풍부한 영양분과 어미의 간절한 소망, 사랑이 그 탯줄을 통해 새끼에게 녹아들어 간단다.
그러니 얼마나 애절하며 간절하지 않겠니?
게다가 출산할 때의 그 모진 고통과 아픔까지도 어미의 뼈 마디마디에 각인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하기에 암컷의 모성본능은 가히 시원적이고, 원초적이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뜨거운 사랑의 결정체란다.
그러므로 신이 인간에게 주신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늘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마음으로 잘 먹고, 튼튼하고 건강하게 살아야하지만 생존을 위한 필요를 제외하곤 그 어떤 생명체라도 소중하게 보호하고 지켜야 한단다.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존귀한 것이니까.
네가 좋아하는 계란 하나에도 생명의 싹이 들어있으니 꼭 필요한 요리 외엔 계란 하나라도 소중하게 생각해 보도록 노력하자.
생명이란 그런 거야.
걔네들 입장에선 세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아들은 여느 때처럼 고개만 끄덕거렸다.
"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노력할게요"
아들의 함박웃음이 더 빛나보였다.
나는 어느 땐 마음속으로 이렇게 기도한다.
"주여. 아들의 질문을 1/2로 줄여주소서!"
"후후후"
아무튼 자식을 키우면서 숱한 대화를 이어가는데, 아이들이 묻는 기상천외한 다양한 질문들은 아빠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자료를 찾게하고, 메모하게 한다.
때때로 애들은 부모의 스승이 된다.
2003-10-23 / 현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