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부산평통사는 박근혜 퇴진 이후에 반드시 실현해야 할 올바른 외교안보정책에 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박근혜퇴진부산운동본부가 매일 주최하는 서면시국집회를 처음으로 주관하고 시민발언대 형식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하루종일 내리던 비는, 저녁에는 멈출 것이라던 예보를 비웃듯 점점 더 쏟아져 집회 시작시간인 7시 30분에는 감전위험 때문에 앰프와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조건이 열악하다해서 집회를 중단하거나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 마이크를 비닐로 감싸고 앰프를 봉고차량 안에 설치하고 다시 또 비닐로 덮어 감전 위험을 줄인 상태에서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준비한 시민설문판 운영 등은 비 때문에 포기하고 발언과 공연을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이 날 집회에는 다시 파업을 시작한 부산지하철노조 조합원, 정의당 당원들과 부산의 시민단체 회원들, 그리고 평통사 회원 등 100여 명이 우산과 우비로 비를 막으며 참가했고,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도 비를 피하여 가게 처마 아래에 자리를 잡고 경청했습니다.
집회 사회자는 "오늘 우리가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시민들의 촛불이 박근혜 정권을 뒤흔드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한미동맹은 변함없다고 주장하며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기습적으로 한일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하여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만든 상황에서 과연 어떤 외교안보정책이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짚어보자는 취지"라고 집회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사회자는 "주권의 핵심사항인 국가안보와 외교문제를 정부당국자들에게 맡겨 또다시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분명한 입장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런 내용을 앞으로 전개될 대선과정에서 정치세력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첫 발언에는 한진중공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나섰습니다. 그는 "외교안보나 통일에 관한 문제는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늘 먼 이야기처럼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사드 배치나 한일군사협정과 같은 문제는 국민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더 이상 도외시할 수 없다. 앞으로 현장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동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태겠다. 그런데 미국에 대한 당당한 입장을 말하거나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빨갱이라고 규정하는 생각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잘못이 바로잡혀야 하며, 국가보안법과 같은, 사상과 집회의 자유를 제약하는 악법들은 철폐되어야 한다. 이것은 대중들 속에서 한미동맹이나 북한에 대해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게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다. 여기 계신 시민들께 꼭 당부하고싶은 것은 정말 이 현실이 문제이고,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촛불광장에 나오시라는 것이다. 촛불의 힘으로 정권이 더민주당으로 바뀐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달라질까? 아니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자리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촛불을 계속 켜서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이 시대, 사람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 발언 중 "촛불의 힘으로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겠는가?"하는 질문에 대해 몇 몇 시민들은 "문재인이 되면 가능하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오!"라고 답했습니다. 박근혜 퇴진 이후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것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순서는 거리에서 늘 평통사와 함께 하는 방영식 목사님이 "나는 평통사 지도위원이다"라고 소개하며 노래와 발언을 해 주었습니다.
방 목사님은 준비한 노가바 몇 곡을 참가자들과 함께 신나게 부른 후, "오늘 주제가 차기 정부에 바라는 외교안보정책인데, 나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뭘 하겠는가?하는 질문에 답을 하겠다. 솔직히 박근혜도 대통령을 하는데 나와 여기 계신 여러분이라고 대통령을 못할 게 뭐있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이 제의에 참가자들이 박수와 웃음, 환성으로 깊은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참가자들은 방목사님 발언 내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습니다.
방 목사님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나는 제일 먼저 북한을 방문하겠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미국에 가서 그 나라 대통령을 알현했는데, 나는 제일 먼저 북한에 가서 김정은을 만나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겠다. 다음으로 사드 배치, 한일군사협정, 위안부 야합 등 웃기는 짬뽕같은 정책들을 모조리 폐기하고 원점을 돌려놓겠다. 다음으로 나는 개성공단 폐쇄조치 풀어서 남북간 경제교류가 다시 이루어지게 하고 어려워진 경제문제도 남북협력으로 풀어나갈 거다. 노무현 대통령이 받아냈던, 그러나 두 번이나 연기된 작전통제권도 받아내겠다. 그리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서 더 이상 전쟁하지 말고 화해와 평화를 이루어 남북이 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되도록 할 거다!"
사회자는 "방목사님 발언에 힌트를 얻어 이제 앞으로 이 행사 이름을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으로 바꾸겠다"고 즉석에서 제안하자 참가자들은 모두 "좋습니다!!"고 화답했습니다. 사회자는 방목사님 발언에 부연하여 "촛불집회의 효시가 된, 지난 2002년 효순 미선 촛불에서 100만이 넘는 한국민이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자 이에 놀란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주겠다고 나선 일이 있다. 이처럼 촛불의 힘은 미국의 정책도 바꾸어냈다. 촛불의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낸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주권인 작전통제권을 반드시 돌려받자"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다음 순서는 정의당 부산시당 김명미 부위원장이 발언했습니다.
"촛불이 시작되기 전부터 정의당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대해, 사드 배치에 대해, 한일군사협정 등 외교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김종대 의원을 중심으로 군납비리와 같은 군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정의당은 촛불의 힘을 믿고 진보민중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사회자는 이 발언을 받아 "정의당 뿐 아니라 진보정당 활동을 하거나 준비하는 분들이 하나로 힘을 모으기를 바란다. 진보정치세력이 하나로 모아져야만 기존 야당을 견인하여 진보진영과 민중의 요구를 대선과정에서 올바르게 반영할 수 있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사회자는 또한, 민중들의 생존과 복지를 실현하려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은, 국방예산을 삭감하고 미국에 퍼주는 방위비분담도 폐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부산 평통사 합창홀씨 '엄마난닝구'의 합창이 펼쳐졌습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까지, 20명에 달하는 대식구가 우비를 둘러쓰고 앞에 나오자 참가자들이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합창홀씨 '엄마난닝구'는 2015년 평화홀씨한마당의 200인 합창곡이었던 '통일의 노래'와 올해 평화홀씨한마당에서 공연한 '아름다운 나라'를 부르고, 합창홀씨를 지도하는 고승하 선생님이 지은 '아름다운 촛불'도 불렀습니다. 참가자들은 이 노래들 중에서 특히 '아름다운나라'는, 정말 가슴에 와닿는다고 소감을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합창을 마친 후 사회자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박근혜 퇴진에 더욱 큰 힘을 모으자,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통일세상을 이루자, 통일을 방해하는, 사드배치와 한일군사협정 등 한미동맹 현안들을 반드시 폐기시키자고 호소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런 취지를 담아 힘찬 함성을 외치고 짧지만 의미있는 집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부산평통사로는 처음으로 진행한 이 날 집회는 시민들의 자유발언 형식이 충분히 구현되지는 못했지만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담는 이 같은 집회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문화적 내용과 결합한, 시민들의 외교안보에 관한 풍부하고 창의적인 정책적 내용을 축적해나가는 평통사만의 고유한 시민마당으로 자리매김해야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집회준비를 위해 애쓰신 부산본부 일꾼들께 감사드립니다. 매일같이 이런 실무를 감당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