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코딩 시험이 있는 날이다.
4월 21일부터 시작하여 10월 20일까지 매주 목요일 방과 후 2시간씩 13차시에 걸쳐 학생들과 Scratch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코딩 시험인 ‘COS 2급’을 준비해 왔다.
아침부터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서 일어나라고 독촉하며 학교를 향한다.
학교에 들러 수험표와 학생증을 챙기고 학생들 집을 차로 한 바퀴 돈다.
학생들이 사는 곳은 면 소재지가 아니라, 차편이 조금 불편하다.
지사면을 한 바퀴 돌며, 학생들 집 앞에 도착해 불러 차에 태우고 학교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든든하게 밥을 먹인다.
잘 먹그라.
배 든든히 채우고 가자꾸나.
마치 그 옛날 과거시험을 치르러 한양으로 먼 길 떠나는 것 같다.
평소 나는 전주에 자주 가지 않아 길을 몰라 내비게이션을 보고 가는데, 그래서 시간 여유를 가지고 출발한다.
도착지는 전주 디딤 컴퓨터 아카데미 학원.
학원에 도착하니 1시다.
시험은 2시부터라 학원에 들어가 시험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학생들은 시험장에(컴퓨터 앞) 앉는다.
학생들에게 긴장하지 말고 그동안 배우고 연습한 것을 잘 기억하여 문제를 잘 풀라고 몇 차례나 당부한다.
감독 선생님은 “학생들이 아니라 오히려 선생님이 긴장한 것 같은데요?”라며 웃으신다.
드디어 2시 시험 시작이다.
몇 번이나 밖에서 시험장을 내다보았는지 모르겠다.
잘 풀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없는지, 궁금한 게 있으면 감독 선생님에게 물어도 보고 했으면 좋겠는데 시험장은 너무 조용하다.
시험 보는 학생들을 보면서 난 물끄러미 생각에 잠긴다.
3월의 어느 날 교장 선생님께서 날 불러 ‘학생들 코딩 시험에 도전하게 하면 어떨지….’ 말씀하셨던 그 날의 대화, 나도 잘 몰라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여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쳤던 수업 첫날, 그리고 지난 목요일 코딩 마지막 수업 시간이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시간은 왜 이리 더디게만 가는지...
학생들은 도통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40분쯤 흘렀을까?
3학년 준*가 제일 먼저 나온다.
당당하게...
나는 준*를 보자마자 “시험 보느라 애썼다. 어찌 됐니?”
“합격이에요”
아~ 그 한마디가 너무 좋더라.
잘했다.
잘했어.
뒤이어 2학년 진*이와 1학년 상*이가 나온다.
힘이 없어 보인다.
두 학생은 동시에 “떨어졌어요….”
이런...
“그래도 애썼다. 잘했다. 고생했다. 괜찮다.”
너무 아쉬웠다.
같이 공부하고 고생했는데...
하지만 나는 이말밖에 할 수 없었다.
본인들은 얼마나 더 속상하고 실망이 되었을까?
내가 오히려 미안하더라.
두 학생은 내년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내가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
마지막으로 나온 3학년 상*이는 역시나 합격했다.
상*이는 평소 수업 중에도 가장 열심히 하고 잘했기에...
모두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그 노고를 칭찬했다.
결과를 떠나서 다들 너무 애쓰고 고생이 많았다.
합격 여부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리가 함께 코딩을 공부한 그 시간은 의미가 더 크다.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은 모두 합격하여 참 다행이다.
1, 2학년들은 다시 한 번의 도전 기회가 있기에 또 다행이고.
모두에게 참 좋은 경험이었다.
도전했다는 그 자체가...
오늘 학생들이 참 대견스럽다.
#코딩시험, #COS 2급, #임실지사중학교, #지사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