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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동연 연보 자료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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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동시
384
출전 부제
제목 아가 곁에서
아침 바다의
해돋이를 봅니다.
가려진 모든 것들의
마음 위에 떠오르는
때 묻지 않은
맨살의 지구를 봅니다.
거짓말을 할 줄 몰라
웃음과 눈물뿐인
하나님,
우리들의 어린 하나님.
열매를 안에다 숨긴
씨앗이듯이
해의 뜨건 말씀을
전하고자 떠오르는
아침 바다의
해돋이를 봅니다.
임성숙 1933 충남 공주 출생1954 공주 사범대학 국문과 졸업1967 <<현대 문학>> 지에서 신석초 선생 추천으로 등단
동심
432
출전 부제
제목 아가에게
신비한 생명체
어디서 왔느냐
나의 바른 눈, 바른 손
온통 내 가슴인 아가야
할아범 할멈, 애비 어미의
찌든 때
거추장스러운 팔팔한 풀기
알량한 오기
시시한 장신구 같은 권위
허물 벗듯 벗은
해맑은 영혼
향그럽고 싱그러운 몸으로
어디 있다 왔느냐
너를 바라보는
내 눈도 네 눈 닳아 맑아진다.
너를 안은
내 손도 가슴도
보드랍고 밝아진다.
너 어디서 왔느냐
하늘에서 왔느냐
어디 있다 왔느냐.
피천득 1910 서울 출생 중국 호강대 영문과 졸업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영문학 연구 경성대학 예과 교수, 서울대 문리대 및 사범대 교수 역임
동심
614
출전 부제
제목 아가의 오는 길
재깔대며 따박따박
걸어오다가
앙감질로 깡총깡총
뛰어오다가
깔깔대며 배틀배틀
쓰러집니다.
뭉게뭉게 하얀 구름
쳐다보다가
꼬불꼬불 개미 거둥
구경하다가
아롱아롱 호랑나비
좇아갑니다.
이 준범 1922년에 태어난 시인 이 준범은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대해출판사 편집국장, 금성출판사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주요작품으로 황우(61) 탱자나무꽃(63)주춧돌(67)양귀비꽃(82)등이 있다.
1979
262
출전 노루아지~三安出版社 부제
제목 아가의 평화
신부님
제발 그 종소릴
삼가해 주셔요.
방금 우리 아기가
잠이 들었어요.
아기의 평화가
그 종소리로
깨뜨러진다면
그땐 신부님
어떻게 하시겠어요.
박송 연보 자료가 없습니다.
~
장르 동시
259
출전 부제
제목 아기 염소
할아버지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할아버지는
피곤한 얼굴을 하고
큼직큼직 걸어가는
할아버지 뒤에
조롱조롱 달려가는
아기 염소.
발이 아파도
배가 고파도
할아버지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땅만 보고 걸어가는
할아버지 뒤에
달랑달랑 끌려가는
아기 염소.
김원기 연보 자료가 없습니다.
1962
장르 동시
209
출전 한국일보 부제
제목 아기와 바람
뙤약볕이 쬐는
한낮입니다.
아기 방 앞에
바람이 찾아왔습니다.
"아기야,
혼자 심심했지?"
그러나 방에선
대답이 없습니다.
쌔근쌔근 쌔근
숨소리는 들리는데
바람은 가만히
방 안을 엿봅니다.
"애걔걔, 네 활개 활짝 펴고
한잠 드셨네."
바람은 사뿐
아기 곁에 가 앉습니다.
가만 가만 가만
부채질을 해 줍니다.
가슴을 토닥이며
자장가도 불러줍니다.
그러다 바람도
졸음이 왔습니다.
아기 곁에 가만히
누워 버렸습니다.
임인수 연보 자료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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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동시
251
출전 부제
제목 아기와 아빠의 봄이야기
아기야, 봄이 오면
집을 짓는다.
아버지, 봄이 오는 게 뭐야?
봄이 오면 꽃이 핀단다.
봄이 봄이 어디서 오나?
산 넘어 멀리서 오지!
종달새 소리 듣고서
강 건너 멀리서 오지!
아기의 얼굴에는
반가운 웃음
아버지, 그럼 우리 산으로 놀러가!
그래그래 같이들 가자.
언니도 가고, 누나도 가아고.
그렇지, 그렇고말고!
엄마랑, 우리 모두들
노래를 부르며 가자!
아기의 얼굴에는
다시 한 번 꽃웃음
아기야, 봄이 오면
집을 짓는다.
피천득 1910 서울 출생 중국 호강대 영문과 졸업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영문학 연구 경성대학 예과 교수, 서울대 문리대 및 사범대 교수 역임
동심
965
출전 부제
제목 아기의 그림
나는 그림을 그릴 때면
하늘을 넓고 넓고 푸르게 그립니다.
집과 자동차를 작게 그리고
하늘을 넓고 넓고 푸르게 그립니다.
아빠의 눈이 시원하라고
하늘을 넓고 넓고 푸르게 그립니다.
감태준 1947 경남 마산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한양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1972 『월간문학』에 「내력」이 당선되어 등단 『현대문학』 주간. 녹원문학상 수상
258
출전 마음이 불어가는 쪽 부제
제목 아까운 꿈
1
아이들은 꿈나라 새가 되어
이 산 저 산
먼 산 친구 집도
한순간에 날아가고
날아오는 것을
우리는
친구를 잃고
밤 내내
친구한테 가는 길을 찾다가
어둠 속에 선 채로 갇혀 잠든다.
2
새가
새가
눈빛마저 푸른 하늘에 물든 새가
아침 창에 날아왔다
친구 새를 데리고
창 밖에서 지저귈 때 반갑고
반가울 때
꿈을 깨다니,
나는 친구 없이 잠든 새를 보면 슬퍼
눈을 뜨지 않는다.
허형만 1945 전남 순천 출생 중앙대 국문과졸업 숭실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1973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목요시』 동인 전남문학상수상 소파문학상 수상 목포대 국문과 교수
236
출전 부제
제목 아내여, 그대 깊은 잠 속에
아내여, 그대 깊은 잠 속에
머리 풀고 가슴 풀고
스러져가는 영혼의 풀잎 휘어잡으며
퍼렇게 퍼렇게 지쳐있을 때
나는 기다리는 바다로 내려간다.
바다는 이 밤도 나를 기다려
싱싱한 은빛 비늘 번득이며 파닥이다
뜨거운 정욕의 낚시에 걸려
뒤척이다 허우적이다
턱수염처럼 거칠게 울부짖다가
밤의 검은 불꽃 속에 재로 날리고
어디쯤일가 오, 한 무리의
말 발굽소리 바다를 뒤엎는 질풍노도
뼈보다 단단한 매운바람
이 밤도 어김없이 퍼붓는 밤비
침착하라 그리고 침묵하라
밤비 속에서 새로이 빚어지는
바다의 영혼의 찢긴 파편을 보라
서서히 회복하는 바다
새로운 깊이로 깊어가는 바다
기도하라 그리고 찬송하라
밤비로 부활하는 바다
고운기 1961 전남 벌교 출생 한양대 국문과 및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민족문화추진회 부설 국역연수원 수료1983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시「밀물 드는 가을 저녁」이 당선되어 등단
260
출전 섬강 그늘 부제 강사일지 4
제목 아내와 한판
신혼의 아내에게 할 말이 없었다.
흥부 매품 팔듯
글을 팔고도 히죽히죽 좋아했더니
도대체 손에 맞지 않아
그 짓 때려치우고 돌아서 왔더니
우체통에 고지서 쌓이고
오후 무렵, 강의 나가던 학교에서는
다음 학기 시간을 줄 수 없노라고
치사한 자식들, 조교 시켜서 전화했다
종일 궁리해도
은행 갈 돈 마련되지 않아
빈 천장만 쳐다보다 해 다 보냈다
나대신 매 맞은 놈
그 매 맞고 돈 받아 좋겠다, 씨……
말도 안 하고 부어 있는 모양이란
애먼 사람한테 심통 부리는 꼴밖에 안 됐겠지
그날 밤엔
기어이 아내에게 야단까지 맞았다.
박의상 1943 만주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64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인상」이 당선되어 등단, 『현대시』 동인
사랑
341
출전 부제
제목 아내와 함께
한 쪽 것이 큰 아내여, 새끼가 윗니 하나로 쪼아댄 그 검은 젖꼭지로라도 나를 짓눌러 주게. 뒷방에 쌓인 드라이 밀크 깡통을 누르는 먼지 같이 흐릿하게 말고, 맨 위의 깡통이 밑의 빈 깡통을 짓누르는 것같이.
새끼가 생기더라도 우리는 우리끼리라고 다짐하였지만, 그때의 내 말은 아직 내 자신에게도 달콤하지만, 아내여 푸른 비눗물에 손목이 부어서, 빨래를 내걸려고 내미는 손목이 햇볕에 너무 따가와서.
울고 섰는 아내여, 내가 짓는 죄는 그래도 새끼가 없을 때 지은 죄보다는 가벼우리. 도둑질도 간음도 죄가 아닐 때, 멸시만은 정말 죄가 된다고 하지. 내가 그대의 지아비가 되었을 때부터가 아니라, 그대가 아내가 되었다고 믿은 때부터지만.
신뢰하는 것, 긍정하는 것을 지나서 아내를 알고 나서부터는 무심하였네. 지난 시절이 그리웁기보다 짜증스러워서도 우리는 빨리 자고 더 많이 잤던가.
잠든 아내여, 두 젖이 보름밤 언덕처럼 떠 있네. 나는 또 불통을 휘두르며 달려갈꺼나. 작은 숲 사이로 더 어린 아이들이 따라 나오고, 나는 달을 향해서처럼 이 불의 씨들을 우리 새끼 눈에 대어 보여 줄거나.
정양 1968 『대한일보』 신춘문예「천정을 보며」가 당선문단에 나옴1978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
181
출전 부제
제목 아내와 함께
봄나들이 삼아
쑥이나 캐러 나섰습니다.
시냇가에 방죽 길에 논두렁길에
햇살이 밟히는 마른 풀밭에
기죽은 세월들을 깔고 앉아서
손 시리던 幼年을 다듬습니다.
어른거리는 아지랑이와 눈이 맞아서
아내는 저만치 눈이 맞아서
먼 산그늘은 하늘빛으로
수런거리고
불 지르고 싶은
불길처럼 쓰러지고나 싶은
마른 풀밭에
서로 손을 잡으면
아무 풀이나 다 움이 트고 있었습니다.
마종기 1939 일본 도쿄출생.1966 서울대 대학원 의학과 졸업1959 『현대문학』에 「나도 꽃으로 서서」 등이 추천되어 등단.
591
출전 부제
제목 아내의 잠
한밤에 문득 잠 깨어
옆에 누운 이십 년 동안의 아내,
작게 우는 잠꼬대를 듣는다.
간간이 신음 소리도 들린다.
불을 켜지 않은 세상이 더 잘 보인다.
멀리서 들으면 우리들 사는 소리가
결국 모두 신음소리인지도 모르지.
어차피 혼자일 수밖에 없는 것,
그것 알게 된 것이 무슨 대수랴만,
잠 속에서 작게 우는 법을 배우는 아내여,
마침내 깊어지는 당신의 내력이여.
김기홍 1957 전남 승주 출생 "실천문학"의 "노동시선집" "민중시선집" "지평"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
200
출전 공친 날 부제
제목 아니다
아니다. 새 한 마리 노을을 가로지른 저녁 하늘 아래서
괴물처럼 돌아가는 믹사기 아래서
그래도 돈 받겠다고 씨팔놈의 영감탱이
우리들의 아버지에게 쏟아 붓는 욕설과 철근 아래서
애간장을 녹이며 참으라는 아저씨
끝내 우리는 우울한 짐승이 되어
몇 병의 소주에 일과를 적신다.
한 번 참고 두 번 참고 골백번을 참아
풀꽃 같은 그리운 얼굴들에게
거짓투성이의 생략된 편지를 쓰는 쓰라린 목숨들
아니다. 건강한 노동 근사치는 멀고
썩어빠질 팔자에 지새는 긴 밤을 짓밟으며
반쯤은 울음이 되어 악을 쓰는
차가운 밤하늘에 외로운 저 달아
그리운 부모 형제 너만은 보았겠지.
우리들의 노래 우리들의 사랑은
많은 것을 용서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용서할 수는 없다.
아니다. 우리는 살아 있고
찢긴 몸 불덩이가 되어 가는
초라한 가슴 속
꿈은 철철 살아 미쳐가고
김광규 1941 서울 출생1964 서울대학교 독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1975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1981 제1회 녹원문학상 수상1981 제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1984 제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현재 한양대학교 독문과 교수
219
출전 부제
제목 아니다 그렇지 않다
굳어 버린 껍질을 뚫고
따끔따끔 나뭇잎들 돋아나고
진달래꽃 피어나는 아픔
성난 함성이 되어
땅을 흔들던 날
앞장서서 달려가던
그는 적선동에서 쓰러졌다
도시락과 사전이 불룩한
책가방을 옆에 낀 채
그 환한 웃음과
싱그러운 몸짓 빼앗기고
아스팔트에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스무 살의 젊은 나이로
그는 헛되이 사라지고
말았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물러가라 외치던 그날부터
그는 영원히 젊은 사자가
되어
본관 앞 잔디밭에서
사납게 울부짖고
분수가 되어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살아남은 동기생들이 멋쩍게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와서
결혼하고 자식 낳고 어느새
중년의 월급쟁이가 된
오늘도
그는 늙지 않는 대학
초년생으로 남아
부지런히 강의를 듣고
진지한 토론에 열중하고
날렵하게 볼을 지르다
굽힘없이 진리를 따르는
자랑스런 후배
온몸으로 나라를 지키는
믿음직한 아들이 되어
우리의 잃어버린 이상을
새롭게 가꿔가는
그의 힘찬 모습을 보라
그렇다
적선동에서 쓰러진 그날부터
그는 끊임없이 다시 일어나
우리의 앞장을 서서
달려가고 있다
한영옥 서울 출생 성신여대·동대학원 졸업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 취득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시인 협회 회원 여류문인회 회원 현재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1973 《현대시학》에 추천완료
168
출전 부제
제목 아다지오
월광이 흐르기 시작하고
너의 그리 메도 따라 흐른다.
너는 검푸른 아다지오
신새벽이 왔건만, 흐르기만 하려느냐.
너를
따라가는 내 손끝은 심하게 저려운다
눈물 같은 새벽별로 잠깐 멈춰 다오
멈춰 다오, 아다지오여
당찬 애달픔이여
새벽은 사라지고 세상은 눈부셔지고
눈부신 세상에선 너를 볼 수 없지 않느냐
검푸른 소용돌이로만 가늠되는 그대여
내 손끝에서 죽은 듯 멈춰 다오
잠시만 나에게 사로잡혀 다오.
김남석 1920 함남 북청 출생 동인지 <시와 시론> 편집부장을 역임
151
출전 부제
제목 아라비안나이트
왕궁의 밤은 향락의 자유론 시간이다.
그들은 벌거숭이 춤에 미쳐 돌아가고.
밖엔 적군들의 노리는 눈빛 사나워
빠져나갈 쥐구멍 뚫고 나온 순간
향락의 무대는 신기루처럼 걷혀가고.
그냥 머물러 살고 싶은 바램은
공포의 거미줄에 얽매이면서
그것이 묘한 꿈으로 남아질 때
즐거움은 물거품 같은 눈물 된다.
행락하는 쓰레기 생명들의 밤꿈은
순기루에 내린 석양의 노을.
아라비안나이트.
감태준 1947 경남 마산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한양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1972 『월간문학』에 「내력」이 당선되어 등단 『현대문학』 주간. 녹원문학상 수상
1991
1040
출전 마음의 집한채~미래사 부제
제목 아름다운 나라
저기가 어디지?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거기,
우리 손잡고 찾아갔다 번번이
길을 잃고 돌아오는 거기,
눈 감으면 불쑥
한 발자국 앞에 다가서는 거기
감태준 1947 경남 마산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한양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1972 『월간문학』에 「내력」이 당선되어 등단 『현대문학』 주간. 녹원문학상 수상
204
출전 마음이 불어가는 쪽 부제
제목 아름다운 나라
거기가 어디지?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거기,
우리 손잡고 찾아갔다 번번이
길을 잃고 돌아오는 거기,
준 감으면 불쑥
한 발자국 앞에 다가서는 거기
정일근 1984 〈실천문학〉(5권)으로 등단1985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1986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힘 동인 현재 울산대 사회교육원 교수 경남 진해 출생
257
출전 부제
제목 아름다운 병
올해 85세의 우리 할머니 경주 이씨는
순간순간 삶이 끊어진다.
짧은 낮잠에도 10년,20년씩 시간은 끊어져 사라지고
그 시간의 끝을 따라 일찍 떠나간 아버지 할아버지
이승으로 살아 걸어오시고, 떠나간 사람들과 함께
할머니는 여전히 양산 고향집에 살고 계신다.
그래서 할머니는 늘 도시의 이 집이 새롭고
내일이면 고향집으로 보내달라고 야단이다
잠시 잠깐 옛날에서 현실로 돌아오실 때마다
할머니, 내가 왜 이러느냐고
자는 잠에 가야 는데, 현실의 짐을 고통스러워하지만
이내 그 짐을 베고 누워 자신만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할머니
우리 모두 늙고 병든 할머니 곁에 근심스럽게 남겨두고
좋았던 시간 시간을 찾아 돌아가는 할머니, 할머니의 병
아름답기만 한,
추영수 1937 경상남도 창원 출생 부산대 교육학과 졸업1961 미당 서정주의 추천《현대문학》誌로 등단 靑眉시 동인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시인 협회회원 국제PEN클럽한국본부 회원 제7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수상 서울중앙여자중고등학교 교사역임 계원예술고등학교 교감 역임 현재 덕수유치원 원장
205
출전 부제
제목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사람아
석 달 열흘 장맛비에도
젖지 않는 영혼
엄동설한 강추위에도
얼지 않는 마음으로
한 더위 삼복에
청청 소나무 도어
가슴 깊은 구천에
뿌리내린 사람아
따슨 햇살
따슨 손 되어
서룬 등 어루만져 달래어주더니
어두 방 밝히는
밤별이어라
숨 막히는 문 열어젖힌
봄바람이어라
김선굉 1954 경북 영양 출생 대구대학교, 영남대대학원 국문과 졸업1982 "심상"지를 통해 등단 '일요 문예' 및 '네 사람' 동인
그리움
204
출전 부제
제목 아리랑 1
이건 너무 큰 그리움이다.
우리의 가슴엔 무시로 장고 소리가
설장고 소리가 둥두둥 울려오고 있는 게 아니냐.
참 많은 고개를 넘어 또 아득한 세상
하늘은 너무 푸르러 슬펐고
때로는 낮은 땅으로 내려와 저만치
강물이 구비구비
흘러가고 있었다.
끝이 없겠구나. 이렇게 자꾸 흐르다 보면
무궁하겠구나. 그렇겠구나.
흰 옷에 붉게 배이던 소리 없는 아픔을 어루만지며
바람은 넘실 끝이 없고
끝이 없겠구나. 그렇겠구나.
참 많은 그리움과 참 많은 안타까움과 참 많은 설레임과 참 많은 아픔과 흰 몸과 붉은 마음이
아! 작은 가슴에 너무 많이
흐르고 있다.
걸어가자. 고개 마루나 강가에서
이 뜨거운 흙에 앉아 잠시 쉬기도 하며.
몸보다 먼저 마음이
어느 날은 어쩌면 마음보다 먼저 몸이
푸르게 흐를 수도 있으리라.
온통 우리 몸이 귀가 되어 귀 기울이면 들려오리라.
이건 참 너무 큰 그리움이다.
우리의 가슴엔 무시로 장고 소리가
설장고 소리가 둥두둥
울려오고 있는 게 아니냐.
홍희표 1946 충남 대전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동국대동대학원 졸업1967 『현대문학』에 「아침의 노래」가 추천되어 등단 목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129
출전 부제 씻김굿 6
제목 아리랑 갑갑해
크게 너를 부르지 못하고
크게 너를 부르지 못하고
남산 밑에 북도령아 !
북산 밑에 남도령아 !
크게 너를 부르지 못하고
크게 너를 부르지 못하고
남산 밑에 대동강아 !
북산 밑에 임진강아 !
크게 너를 부르지 못하고
크게 너를 부르지 못하고
대답해요 너 사는 데
아리랑 갑갑해 아리랑 갑갑해.
강병석 1947 출생1985 『월간문학』등단1986 『동아일보』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164
출전 넝쿨담장 부제 조판일지 9
제목 아리랑 이발관
이발사: (달력을 보며) 오늘이 하짓날
면도사: (달력을 보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이발사: (면도사인 아내 눈치를 살피며) 날.
달력: (얼굴을 붉히며) 잘들 노누나.
북녘땅 두고 온 아내 머릿결이
밤이면 목에 와 감긴다는 최영감
늙어도 겉늙어서 칭칭 풀려서
잊기도 힘이 든다는 복덕방 최영감
푸념이야 비누질해서
한갓 구레나룻이지, 밀어버리고
돈벌이 총메고 간 비에트남의
맏이 걱정 알 수 없는 세상 속 걱정에
늙어도 폭삭 늙어서
왜정 때 배운 안보평화론에
황국경제론 되밟아 다지는 동장님
엇삐치는 강론이야 빗질해서
한삿 머리칼이지, 잘라버리고
하짓날 낮이 길든지 밤이
길든지
우리네야 그저 아무렴요
세금 자알 내고 애국 하면 그만이지만
그러나 아직은 살집 좋은 동장님
헉, 바튼 숨 들이켜고 말씀 잊지 못하는데
안마하는 아네의 손 동장님의
어디를 어찌 주물러서
우려내는 돈이든지
그런 거야 다 접어두더라도
아내여,
금슬 좋고 샅이 고운 아내여
떠나온 고향 충청도 홍성 땅에는
하늘 컴컴한 젖은 논두렁 너머로
칼침 맞은 수박, 금이 쩍 간다는데.
임성숙 1933 충남 공주 출생1954 공주 사범대학 국문과 졸업1967 <<현대 문학>> 지에서 신석초 선생 추천으로 등단
꽃
232
출전 부제
제목 아마릴리스
화초에 물을 준다.
며칠 집을 비우기 전
충분히 물을 주고 갔지만
행여 목마르지 않았을까
난, 휘닉스, 소철, 벤자민
노란 열매를 달고 있는 유자
끊임없이 꽃을 맺는 바이올렛
그리고 맨 나중 아마리리스
나는 멈칫한다.
지지리 못난 잎 사이
한 자가 넘게 뽑아 올린 꽃대궁 위에
새빨간 나팔모양의 아마리리스
당당하고 신비스런 아름다움에
나는 감탄보다 놀랍고
무안하고 부끄러워
미안하고 죄스러워
몇 해 동안 맨 구석에 버려두고
마지못해 찔끔
물 한 모금씩 끼얹어 준
아마리리스.
박거영 연보 자료가 없습니다.
1958
534
출전 孤獨한 反抗者~人間社 부제
제목 아무것도 없다
얼마만큼 후에
그 들은 흩어져 갔다
나를 여기 혼자 두고
사라져 갔다
순간
나는
이런 것을 생각해 본다
얼마 전에 내가 담배를
권하던 그 사람에게
성냥불을 켜 댔는지,
그것을 알 수가 없다
다시 그 성냥갑을
내 호주머니 속에다가
넣어 뒀는지 그것을
또 알 수가 없다
곧또,
그 다음,
검은 장갑을 낀
여인의 손처럼
그런 고독이 내
심장을 파고든다.
가까이
또는
멀리서
또, 그 후 였다!
반쪼가리 몸뚱이와
깎이워진 영혼 속에
웃음이 스쳐 가고
슬픔이 기어들어
이럴 때, 나는
어쩌는 수가 없었다.
마지막
네 눈에서
애정과 영감을
찾지 못 하는 날
나는
영광을 느끼지 못 한다
이렇게
모든 것 들이
흘러가 버리는 날
그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없다.
없는 것 그 속에서
가로막는 안개를
없애 다우!
나로써
저 안개를 뚫게
하여 다우!
신은 어둠에서 빛을
분산 시켰다는데
죽엄의 그림자는 내 앞을
가리우고 있으니
잃어버린 나의 연륜을
어디서 찾아야 갰는가!
추억에 물든 단풍잎이
내 이마 위에 떨어지고
밖에서 소리 없이 내리는
빗줄기는…….
정말, 밤도 깊었는가!
캄캄한 하늘인데, 너는
어떻게 떠나겠다. 하느뇨.
끝없는 저 벌판 길목
아, 나에게
밀려드는
어둠이어!
그리고
모든
슬픈
노래들이어!
김영옥 1931 옥천 출생 대전 고등학교,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1957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1979 제 44차 레오 드 자네이로 국제 P. E. N. 클럽 대회 한국대표(주제 발표)
160
출전 부제
제목 아무도 없는 곳으로
누덕누덕 비계로 봉합한 살점을
날이 날카로운 뼈다귀로 정교하게 다시 발라
체에 걸러 말끔해진 말씀과
훈장을 떼 낸 살가죽 밑에 쑤셔 넣고
짓두들겨 패버리리.
늘씬해진 살점은
5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서
빛은 좋으나 시고 떫다.
김동수 1947 남원에서 출생 전주교육대학과, 전주대 사범대학졸업 원광대 대학원 졸업 원남여고근무 전주여상에 근무 '일제침략기 항일 민족시가 연구"로 문학박사 원광대학에 출강1982 시문학으로 등단 표현, 청녹두, 시문학회 동인으로 활약
151
출전 하나의 窓을 위하여 부제
제목 아무도 하지 않던 말을 위하여 (1)
말하지 않은 꿈은
꿈이 아니다
노래하지 않은 꿈은 꿈이 아니다
노래하고 흥얼거리고
자빠지고 또 넘어지더라도
서릿발 치는 둥토(凉土)에서도
어김없이 솟아 오른
여린 새싹들의
끈질긴 역사와 신화를 말하기 위해
버려야 한다.
견고한 나의 표정과
익숙한 일상의 탈을
그리고 잊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차례
더 잊고 버려야 한다.
김동수 1947 남원에서 출생 전주교육대학과, 전주대 사범대학졸업 원광대 대학원 졸업 원남여고근무 전주여상에 근무 '일제침략기 항일 민족시가 연구"로 문학박사 원광대학에 출강1982 시문학으로 등단 표현, 청녹두, 시문학회 동인으로 활약
149
출전 하나의 窓을 위하여 부제
제목 아무도 하지 않던 말을 위하여 (2)
꿈은 꾸어야 한다.
꿈속에서도 꿈은 꾸어야 한다.
황량한 거리에서
거친 바람을 맞더라도
꾸지 않은 꿈은 꿈이 아니다
약속처럼 달아나고
구름처럼 모여 왔다
바람같이 사라져 가더라도
가장 끈질긴 생명의 목소리로
하늘땅에 가득할
정성의 울림으로
꿈속에서도 꿈은 꾸어야 한다.
아무도 좀처럼 말하지 않던 그
한 마디의 말씀을 위하여.
이병률 연보 자료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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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출전 신생, 2003년 여름 호 부제
제목 아물지 못하는 저녁
아물지 못하는 저녁
이병률
눈발이 쏟아지는 길을 걸어 식당을 찾아냈다. 아무도 없는 식당 안을 채우고 있는 소란스러운 냄새, 냄비에 뭔가 끓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은 오지 않고 내심 끓고 있는 냄비에만 마음이 쓰였다. 시장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뭔지 모를 그것이 다 졸아 타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뚜껑을 여니, 두 줄로 포개어져 끓고 있는 두부에 붉은 물이 들고 있었다. 끓으면 넣으리라 생각하고 썰어놓았을 도마 위의 파 한 뿌리. 그것을 내려다보며 주인의 부재를 다시 한 번 느낄 즈음엔 이미 파를 냄비 안에 집어넣고 난 후였다. 아, 나도 모르는 사이, 숟가락을 들어 찌개 맛을 보고 있는 나.
모든 준비가 끝났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주인은 어딜 간 것일까. 객이 냄비를 다 비우고 나서도 오지 않는다면 어쩔 텐가. 물기가 내려앉아 얼기 시작한 창문 밖으로 눈발은 그치질 않고 식당 안으로는 문을 닫아 걸어야할 것만 같은 어둠이 물려들기 시작했다.
장윤우 1937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미술대 및 동대학원졸업1963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1963 전국각지에서 자작시화전을 가졌으며 (1975까지) 한국문협, PEN회원
208
출전 「心象」88.10월호 부제
제목 아방 깡 宣言
오늘아침 朝刊紙와
며칠 전에 夕刊 J紙에
큼직한 문화기사가
내 얼굴사진과 더불어 視野를 때리더니
그래서인지 달라졌다
나를 보는 눈들과 우리가 가는 길을,
매일아침 水泳과 더불어
同件될 아방 깡의 詩眼이여
어차피 짊어진 멍에라면
한번쯤 前陳文學의 대열에
變身해도 무방하리.
정희성 1945 서울 출생1968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1970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변신>이 당선되어 등단1981 제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1990
222
출전 <다리> 부제
제목 아버님의 안경
돌아가신 아버님이 꿈에 나타나서
눈이 침침해 세상일이 안 보인다고
내 안경 어디 있냐고 하신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나는
설합에 넣어둔 안경을 찾아
아버님 무덤 앞에 갖다 놓고
그 옆에 조간신문도 한 장 놓아 드리고
아버님, 잘 보이십니까.
아버님, 세상일이 뭐 좀 보이는 게 있습니까.
머리 조아려 울고 울었다
정대구 1939 경기도 화성 출생 명지대 국문과 졸업1972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나의 친구 우철동씨」가 당선되어 등단
459
출전 부제
제목 아버지
새벽마다 나의 잠을 깨워 주시던
아버지, 아버지는
지금 내가 나의 아이들의
새벽잠을 깨우는 새벽
다만 벽 위에 매달린
긴 잠이 무거우셨던 게지
먼저 먼지 털고 일어나 내려오시는 걸
나도 어느새 아버지가 되어
벽에 걸리고
지금 내가 잠을 깨워놓은 아이가
또 아버지가 되어
제 아이의 새벽잠을 깨우는 새벽
몇 삼년의 긴 잠에서
먼지 툭툭 털고
일어나 내려올 것인가 아버지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들이여
아들의 아들의 아버지여
조광태 연보 자료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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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부제
제목 아버지 발뒤꿈치에 굳은살
아버지 발뒤꿈치에 굳은살
조광태
장작불로 구들장을 달궈도
윗못 걸레가 어는 겨울이면
평생 지게질만 하시던
아버지의 발뒤꿈치에
나무 등걸보다 단단한 굳은살이
찬바람에 핏빛으로 갈라 터지면
가마솥에 덥히 물로 불겨서
면도칼로 긁어내신 아버지는
찢어낸 광목천에 밥풀을 짓이겨
굳은살 긁어낸 자국마다 동여매고도
속으로 박힌 쓰린 아픔이 욱신거려
잠들지 못해 뒤척이시던 모습이
가슴 시리게 생각나는 겨울입니다
김선규 1950 황해도 연백 출생1985 《수필공원》봄 호에 수필「연적부근」이 추천되어 등단1988 시동인 '창변'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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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부제 ― 대부도 ③
제목 아버지 유택을 열고 보다
아버지는 아무래도 복 없는 분이시다
세월도 없고 나이도 없는 유골이 까맣다
어디론가 끌려가 반 바보가 되어 돌아와
등허리의 매 자국이 사무친 것이라 싶지만
지금 저 검은 뼈를 칭칭 감은 솔뿌리들은 또
무슨 뜻인가,……
망자는 죽어서도 절대로 죽지 못해
생전의 얽히고설킨 한을 봉분 속에 데려다가
어둡고 답답한 대결을 끝끝내 하신 걸까
어느새 내 곁에 와서 떨군 막내 고모의 눈물
솔뿌리가 걷히고 유골 전체가 드러나서야
나는 드디어 얼굴을 기억 못하는 아버지를,
이렇게라도 만났다
오냐, 살아서 남아 있는 식솔과
죽은 가장이 해결 못해 이쪽과 저쪽에서 나눈
안타까운 이야기는 오늘로서 끝났다
참 소박한 믿음으로,
기독교인인 당신은 천국에 가셨으나
참다못해 뒤늦게 오셔서
다만 내려다보는 어머니의 침묵이 너무 길다
김선규 1950 황해도 연백 출생1985 《수필공원》봄 호에 수필「연적부근」이 추천되어 등단1988 시동인 '창변'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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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부제 ― 대부도 ②
제목 아버지 유택을 열다
풍장 전 날,지겨운 장맛비가 잠시 멈추었다
가마니 짝에 둘둘 말려 지게에 실려
여덟 살짜리 둘째 놈 질긴 울음 끌고 고개 넘어
남의 산에 묻혔던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머니는 아까부터 저쪽에 떨어져 서서
섬창 건너 선재띠 굴밭만 부러 쳐다보시고
삽날 끝이 봉분에 닿을 때 찾아온 멧새 소리
한 삽 가득 담아 청대콩 밭두둑 근처에 부리고
다시 찍어 듬뿍 흙을 담을 때는 후두둑,
어디선가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전쟁에 밀려 1.4후퇴했지만 사십년 지난 이 곳
준철네 뒷산은 벌써 변해 관광 부지가 생겨
머지않아 중국 사람들까지 우루루 몰려 오겠지
어지럽다, 죽어서도 누울 자리 반평 갖지 못한
보잘 것 없는 역사는 넓고 푸른 서해에나 모시자
저기 섬창 건너 비안개는 아직 꼼짝 않는다.
어머니는 계속 선재띠 쪽만 보시고
삽질 하는 나도 큰 형수님도 말 잃어 적막 깊은데
빗물 흠뻑 든 숲속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비잇쫑 삐이 쫓쪼그르…… 참 맑은 멧새 소리
박철석 1930 경남 거제 출생 동아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세종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마침, 문학박사1955 『현대문학』誌에 시「까마귀」로 등단1958 『자유문학』誌에 평론「純粹詩批評論」으로 등단
추억
512
출전 부제
제목 아버지의 비밀
아버지는 순농사아비였지요 농사일은 아버지의 천직 이였지요. 열다섯에 황포갯가 최씨집 막내 처자에게 장가들었어요.
나는 유자나무 울타리가 팽팽히 서 있는 외가를 무척 좋아 했어요
그리고는요 외가 마당에는 사철 구슬 같은 파도가 조잘대고요 괭이바다에서 퍼 올린 시퍼런 대구, 뽈낙, 우륵 들이 빨간 눈알을 굴리며 어린 내 고추를 노려 보곤 했어요.
그런데요 아버지 젊은 날 에는요 들꽃 같은 풋풋한 이야기 하나 감추어져 있었어요. 같은 동네 황 씨 과수댁이 마음에 있었는가 봐요 아버지는 과수댁 농사일을 번번이 거들고 했어요. 어머니 심청은 칼날이 섰지요. 과수댁 황토밭을 갈거나 타작을 거드는 날에는 어머니는 과수댁 문밖에서 뒤를 밟았어요. 그날 저녁에는 뒷집 멍멍이도 입을 꼭 다물었어요. 버들 재를 넘어 오던 보름달도 발을 멈추고 눈감아 주었습니다
황선하 1931 경북 월성군 감포읍 감포리에서 출생1962 《현대문학》지를 통해 등단1985 이래 '火田' 동인1986 경상남도 문화상 문학부문 본상 수상
353
출전 부제
제목 아버지의 연가
잠 안 오는 아홉 밤
괴로운 그리스도
멍든 늑골
궂은 비 내리고,
궂은 비 들고
동그랗게 미소 짓는 무구한 햇살.
구구구
콩 먹는 사랑스런 비둘기 떼.
외론 마음먹은 귀 트이고,
둥둥둥
아득한 지심 축제의 북소리,
울먹이며 춤추는 망각의 쥐꼬리들.
한 점 흰 구름 뜬
어머니의 하늘,
비비배배
종달새
아버지의 연가.
이 재무 1958 충남 부여 출생1983 『삶의 문학』과 그 후 『문학과 사회』『창작과비평』 등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331
출전 부제
제목 아부지
저물 무렵 밭둔덕에 외로이 서 있는
늙은 감나무와 나란히 서서
인생의 황혼을 억세게 갈무리하시는
아부지의 등허리엔
살아온 날의 높고 낮은 등고선이
가파르게 펼쳐져 있다
예순에서 다섯 모자란 나이에
간경화를 앓고 있는 아부지는
누가 보기에도 시한부 인생임에 틀림없는데
아직도 일 욕심엔 장정에 지지 않는다.
아부지의 손길이 밭고랑을 스치면
모진 가뭄 속에서도 풋것들은
장정의 아랫도리로 온 마을을 달리고
아부지의 발길이 논두렁을 밟으면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모들의 행진
당신의 젊은 날처럼 눈에 부시다
밭둔덕 따라
지게 가득 노을을 지고 가는
아부지의 뒤켠에는
살아온 날의 금강물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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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열 연보 자료가 없습니다.
1961
242
출전 生火~성화社 부제
제목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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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지켜
<사람의 나라>를 떠나지 않으면
언젠가 한번은 허거픈 저녁답이 그에게 드리울 제
저들은 필시 탕자처럼 열적은 발길을 들어 옮기어
아직도 변치 않고 열려있는 내 뜨락에 머리를 들여 밀고
다시 한 번 주름진 마음 살 에 뜨거운 입김을 쏘이고 져 찾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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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림 1989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174
출전 부제
제목 아아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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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라고 치욕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시름이라고만
말할 수 있어도 얼마나 좋으리.
시름처럼 순하게 시름처럼 아득하게
깊어질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으리.
시름처럼 천천히 해가 뜨고 시름처럼
하염없이 늙어가는 나무 아래선
펄펄 끓는 치욕을 퍼먹어도 좋으리.
노란 평상 위에서 온갖 웬수들 다 모여
숟가락 부딪치며 밥 먹어도 좋으리.
그때 머리 위로는 한때 狂暴했던 바람이
넓적한 그림자를 흔들며 가도 좋으리.
시름처럼 수굿한 구름이 나무 꼭대기에서
집적대고 좋으리.
그래
끝이라고 문 닫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