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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 칼럼니스트
한국의 정당 간 적개심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심지어 청춘의 미혼 남녀도 절반 이상이 정치 성향이 다르면 소개팅으로 만나기 싫다는 정서를 드러내는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결혼도 정치 성향이 다를 경우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되어감에도 민주당은 혁신은커녕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최근 그의 노인폄훼성 발언을 두고 여ㆍ야가 갑론을박을 하지만 그의 발언은 보편타당성이 결여돼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나아가 김 위원장이 과연 민주당을 혁신할 만한 마스터 플랜을 갖고 있느냐인데 지금까지 그의 언행과 민주당 지도부가 김 위원장의 주장에 반응하는 태도를 보면 혁신위원회의 앞날도 밝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민주당의 혁신은 제일 먼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문제를 정리하고 그다음에 송영길 전 대표 선출 시 돈 봉투 살포를 매듭짓는 것이 순리다. 8월 국회 비회기 기간에 검찰은 두 현직 윤모 이 모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비록 민주당을 탈당했다고는 하지만 이 두 의원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민주당은 큰 내홍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쌍방울 사건도 차츰차츰 실체가 드러나고 있어, 민주당 지도부는 이화영 피고인과 피고인의 가족을 상대로 전방위적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이 나오는 것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현재 민주당이 처한 상황은 이 대표와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 없다.
민주당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이 대표 체제가 정비돼야 한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대장동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과 관련해 피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법원 재판과 검찰수사를 계속 받아야 하므로 대표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 사법부의 결론이 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것이다. 따라서 이 대표가 진정으로 민주당을 사랑하고 내년 총선승리를 생각한다면 용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용단은 빠를수록 민주당과 어쩌면 이 대표 자신에게도 좋을 것이다.
민주당 중도성향의 인사들은 당내에서 현재 설 자리가 없다.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은 이재명 대표도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개딸들은 합리적인 중도는 없다고 생각해 만약 중도를 주장하면 `수박`이라는 누명을 씌워 그러한 발언을 한 국회의원이나 당직자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달려든다. 개딸들의 막가파식 폭언에도 이상민, 조응천, 박용진 의원 등이 민주당에 대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을 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대표는 이들의 주장과 논리에 반 이재명이라고 배척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과 솔직하고 담백한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그들이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되레 이 대표와 민주당에도 보약이 될 수 있다. 인간 이재명이 미워서겠는가. 민주당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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