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백사장 겉과 속
올해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은 다들 놀란다. 넓어진 백사장으로 지난해와는 비교조차 거부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파라솔이 빼곡하게 백사장을 수놓고 있지만 여유공간은 충분하다. 예년처럼 파라솔 과다설치 등으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넓어진 백사장으로 인해 청소 등의 관리상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해마다 좁아지는 백사장으로 계속된 해운대해수욕장의 고민이 올해들어 비로소 해결을 본 셈이다. 넓어진 백사장만큼 많은 인파가 몰려도 예전처럼 혼잡하지는 않아 다들 겉모습에는 만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백사장 복원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넓어진 백사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쉽게 바람에 날리는 모래
제일 먼저 모래입자가 가늘어 바람에 쉬 날린다는 점이다. 바람이 불면 모래바람이 사람들의 눈과 호흡기까지 덮쳐 곤란을 야기하고 있다. 백사장에서 파라솔 대여업을 하는 김 모 씨는 “올해들어 유난히 흙먼지가 많이 일어 바람이 조금이라도 부는 날이면 눈을 뜰 수가 없는 정도”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 모래입자가 작아 옷이나 돗자리 그리고 피부에 달라붙은 모래가 쉽게 떨어지지 않아 애를 먹는다는 점도 덧붙인다.
▲굳은 모래로 파라솔 설치 어려워
하지만 이것보디도 더 힘든 것은 바로 파라솔 설치에 있다고 한다. 40~50cm정도는 모래 속에 파라솔 기둥을 묻어야 하는데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래사장이 딱딱해져 파라솔 기둥을 박기가 힘들며 그나마 조금 깊게 내려가면 갯벌처럼 더 굳어버린 지점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딱딱한 모래바닥에 파라솔을 설치하기가 어려워 공업용 드릴을 사용한다’는 내용과는 좀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 공업용 드릴은 어디까지나 간편하게 설치하기 위함이지 모래사장이 파라솔 기둥이 아예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딱딱함은 아니라는 것을 여러 업자들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모래사장이 예년에 비해 파라솔 설치가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업자들이 손에 박힌 굳은 살을 보여주기도 했다.
백사장 속에 물웅덩이 등장
이런 모래사장의 갯벌화 현상은 백사장 곳곳에 생겨난 물웅덩이로도 설명이 된다. 해운대 백사장에는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생겨 꼬마 어린이들의 미니 풀장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과거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넓어진 백사장과 더불어 갯벌화로 물빠짐이 현저히 줄어들자 자연 물웅덩이가 곳곳에 생겨났으며 예측을 한 현상인지는 몰라도 새로운 볼거리와 놀이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또 다른 갯벌화 현상은 바닷물과 만나는 지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하얀 포말을 이끌고 온 파도가 모래사장 깊숙히 들어와도 없어지지 않고 넓게 형성되고 있다. 모래입자가 작아 자연 물빠짐이 적어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여진다.
예전 백사장과는 너무 다른 백사장
이러한 현상을 두고 아직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동해의 모래가 없어 서해의 모래를 가져다 부은 결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만 추측할 뿐 전문적인 연구결과는 나오지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지켜보는 해운대 주민들은 과거 은빛모래의 해운대 백사장을 상기하고 있다. 좁아지는 백사장을 복원하다는 사실에 그리고 당장 넓어진 사실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의 해운대 백사장과는 전혀 다른 백사장으로 변신함에 따라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면서 “서해의 여느 해수욕장 마냥 ‘머드축제’를 펼치는 해운대해수욕장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