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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과 ‘고디탕’
‘처서’가 지났으니 폭염도 서서히 힘을 잃어 갈 때가 된 것 같다.
더위로 지친 입맛을 ‘추어탕’으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나라 향토 음식의 대표적인 것으로 ‘추어탕’이 있다.
각 지역을 여행하다가 추어탕 맛을 보면 지역별로 맛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리법도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추어탕의 조리법과 특징을 알아보았다.
미꾸라지는 왜 ‘추어’라고 불릴까?
7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제철인 미꾸라지는 가을이면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영양도 최고라서 예로부터 가을철 민물 생선의 대표 주자로 여겼다.
가을이 제철이라 가을 추(秋)자를 넣어서 '추어(秋魚)'라고도 불리고 있다.
추어로 끓였으니 ‘추어탕’이라고 한다는 설이다.
가을에는 ‘추어탕’!
또한 일설에 의하면
미꾸라지의 뼈를 추려내어서 탕을 끓인다고 해서 ‘추어탕’이라고 한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 ‘추어탕’이란?
한자로는 鰍魚湯(미꾸라지 추, 고기 어)이다.
즉 미꾸라지로 끓인다는 뜻이다.
☞ ‘미꾸라지’ 와 ‘미꾸리’
‘미꾸라지’와 비슷한 것으로 ‘미꾸리’라는 어종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두 어종을 모두 ‘추어(秋魚)’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두 어종은 엄밀하게 따지면 다른 어종이다.
구 분 | 미 꾸 라 지 | 미 꾸 리 |
서식지 | 진흙이 있는 논, 늪, 농수로, 시냇물, 하천 등 수면이 넓은 곳 | 진흙이 있는 논, 늪, 농수로 등 수면이 좁은 곳 |
특 징 | ‘추어탕’수요가 늘어나면서 더 빨리, 더 크게 자라는 ‘양식’으로 키운 것이 많이 사용 됨 | 미꾸라지에 비하여 생존력이 강하여 많이 잡히므로 주로 추어탕을 끓였음. 미꾸라지 보다 쓴 맛이 적고 고소함 |
외 관 | 수염이 길다. 몸통이 세로로 납작하다. 미꾸리 보다는 더 크다. | 수염이 짧다. 몸통이 둥그스름하다. 미꾸라지 보다 작다. |
위 표에서 살펴보았듯이 원래 ‘추어 탕’은 ‘미꾸리’로 끓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미꾸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기르기가 쉬운 양식 미꾸라지나 구하기 쉬운 수입 ‘미꾸라지’가 지금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 남몰래 먹던 ‘은밀한 보양식’이다.
가을밤이 깊어갈 무렵이면 양반집 마님이 사랑채에 있는 서방님께 야식으로 들여보내던 음식이 추어탕이다.
한낮에는 하인들이나 소작농이 먹는 천한 음식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는 척하다가 한밤중에 남들이 볼세라 몰래 먹던 음식이다.
드러내놓고 먹기에는 점잖지 못하고 남의 이목이 꺼려지기는 하지만 정력에 좋다니 은밀하게라도 서방님께 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은 추어탕이 정력에 좋다고 믿었다.
가을이면 살이 통통하게 올라 단백질이 풍부해진 미꾸라지가 식욕을 돋우고 기운을 보강해주기 때문에 엿새만 먹으면 줄었던 정력도 되살아난다는 속설이 생겼다.
추어탕이 특히 남자에게 좋다고 여긴 것은 단지 영양가가 높아서만은 아니다.
나름 의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속설이다.
명나라 때 의학서인 [본초강목]에서는 미꾸라지는 특히 발기가 되지 않을 때 끓여 먹으면 치료가 된다며 양기를 북돋우는 식품이라고 했다.
또한 조선 후기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는 미꾸라지는 양기가 일어나지 않을 때 끓여 먹는다고 했으니 정력제가 틀림없다.
서양의 ‘카사노바’에 버금가는 동양의 플레이보이인 ‘서문경’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금병매]에서도 미꾸라지를 정력의 상징으로 그리고 있다.
[금병매]는 선정적인 내용으로도 유명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과 요리법이 방대해 중국에서는 [홍루몽]과 함께 당대의 요리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금병매]에서 서문경의 정력을 상징하는 것이 미꾸라지다.
서문경이 하룻밤에 열 명을 상대해도 정력이 떨어지지 않는 묘약을 구하기 위해 서역에서 온 스님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다.
이때 나온 요리가 미꾸라지 요리였고, 집안 병풍에는 미꾸라지 그림이 그려져 있다. 미꾸라지가 정력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던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력에 좋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먹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데, 조선시대 양반들은 대놓고 추어탕을 먹지는 못했다.
양반들이 추어탕 끓여 먹었다는 기록이 전무하다시피 한데 미꾸라지가 천민들이나 먹었던 음식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추어탕은 맛이 매우 기름진데 한양에서는 성균관의 반인(泮人)들이 즐겨 먹는다고 했다.
반인은 성균관에 소속된 노비 비슷한 신분으로 백정만큼이나 천하게 여긴 조선의 최하층 계급이었다.
또 추어탕은 청계천에 살던 거지들이 독점적으로 팔던 음식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지니 하층민들이 먹던 천한 음식을 양반들이 대놓고 먹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19세기 초반의 어류 사전인 [난호어목지]에서도 미꾸라지는 기름지고 맛이 좋아 시골 사람들이 잡아 진흙을 모두 토하게 한 후 국을 끓이는데 맛이 특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양반들이 먹는 점잖은 음식은 아니었고 근대 초기까지만 해도 주로 돈이 없는 사람들이 먹었다.
추어탕이 빈부 차이를 떠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1920년대 무렵이다.
근대 잡지인 [별건곤]에서
“예전 선술집은 대개 하급 노동자들이 가는 곳이라서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은 별로 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곤란한 까닭인지, 계급 사상의 타파인지 노동자는 고사하고 말쑥한 신사들도 요릿집 다니듯이 선술집을 찾는다”
하면서
“선술집 중에도 화동의 추어탕 집은 술맛도 술맛이거니와 여름 휴업 시기를 제외하고는 항상 추어탕이 있고 다른 곳보다 별미여서 누구나 한번은 가려고 한다.”
며 경성의 맛 집을 소개했다.
선술집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추어탕이 말쑥한 차림의 신사들도 즐겨 먹는 음식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1924년에 발행된 요리책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추어탕 끓이는 법이 보인다.
하층민의 음식이었던 추어탕이 요리책에도 등장하고, 잘 차려입은 신사가 선술집에서 추어탕을 시켜 먹을 정도로 대중에게 사랑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추어탕은 발전을 거듭해서 경상도식 추어탕, 전라도(남원)식 추어탕, 서울 추어탕 등 지역별로 특색 있는 음식으로 발전을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통을 자랑하는 일부 추어탕 집은 정 · 재계유명 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해졌으니 그야말로
“미꾸라지가 용이 되었다.”
☞ 미꾸라지의 효능
미꾸라지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지친 기력을 회복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데 탁월한 식품이다.
환절기에 먹기에는 그야말로 찰떡이다!
1) 정력 향상
각종 비타민과 칼슘, 단백질이 들어 있는 미꾸라지는 몸에 쌓인 피로를 해소해주고 원기를 보충하여 정력향상에 도움이 된다.
2) 성인병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의 각종 성인병에 미꾸라지효능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미꾸라지를 섭취하면 혈관내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줌으로써 각종 성인병을 예방 및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3) 피부미용 및 노화방지
미꾸라지는 손으로 집적 만져보면 미끈미끈한 점액질을 느낄 수 있다.
미끈미끈한 점액질에는 ‘콘드로이친’이라는 성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이 성분이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만들어주며, 노화를 막아 젊음을 유지시켜 준다고 한다.
물론,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피부미용에 좋다.
4) 설사 완화
평소에 설사가 잦은 사람들에게도 미꾸라지가 좋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미꾸라지 효능으로는
“미꾸라지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속을 보하고 설사를 멈추게 한다.”
라고 나와 있다.
5) 시력보호 및 뼈 튼튼
추어탕을 만들 때 미꾸라지의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미꾸라지 내장의 알과 난소에 풍부한 비타민A와 비타민D를 섭취할 수 있다.
눈 건강에 좋은 비타민A는 야맹증에 도움이 되며, 뼈에 좋은 칼슘과 비타민D는 뼈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성장기 어린이들의 골격형성에 효능이 있다.
☞ 지역별 ‘추어탕’
1) 경상도식 추어탕
미꾸라지를 푹 삶아서 채에서 으깨어 뼈를 추려낸다.
그렇게 고아낸 물에 배추 우거지, 고사리, 토란대, 숙주나물, 파, 마늘 등을 넣어 끓이고 마지막에 고추를 넣어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다 끓여진 추어탕에 향을 더하기 위해 방아 잎을 넣기도 하고 기호에 따라 초피(재피)가루나 후추를 추가해서 먹는다.
다진 마늘과 잘게 쫑쫑 썬 풋고추를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 특징 : 국물의 색깔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비교적 맑은 것이 특징이며 뼈를 추려내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먹기에 좋다.
국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꾸라지 살이 뽀얗게 가라앉아 있는 것이 관찰된다.
그래서 미꾸라지 특유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2) 전라도(남원)식 추어탕
전라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끓인 뒤 뼈를 통째 믹서에 갈아서 넣는 것이 특징이다.
삶은 물에 무시래기와 된장과 들깨 가루를 넣어 끓이기 때문에 경상도 식에 비하여 엄청나게 걸쭉하다.
먹기 직전에 취향에 따라 고추와 초피가루를 넣어서 먹는다.
뼈까지 갈았기 때문에 서울식에 비해서는 먹기에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경상도 식에 비해서는 덜 부드럽다.
☞ 특징 : 들깨 가루가 엄청 많이 들어가서 걸쭉하고 고소하다.
그러나 들깨가 너무 많이 들어간 탓에 미꾸라지 맛보다는 들깨 맛이 강하므로 ‘추어탕’이 아니고 ‘들깨탕’을 먹는 기분이 될 수도 있다.
‘남원추어탕’이 유명하다.
3) 서울식 추어탕
서울식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쓴다.
한 마디로 '통마리추어탕'이다.
소고기 사골을 삶아낸 육수 나 멸치 등 기타 육수에 두부, 버섯, 호박, 파, 마늘 등을 넣어 고춧가루를 풀고 통으로 삶아낸 미꾸라지를 넣어 한 번 더 끓여준다.
그런 다음 생강과 풋고추를 넣고 나중에 밀가루를 약간 푼다.
통 미꾸라지를 사용하므로 비교적 비린 맛이 남아있다.
☞ 특징 : 완전한 ‘미꾸라지 추어탕’이라기보다는 ‘소고기 육수’에 ‘미꾸라지 맛’이 짬뽕이 된 탕 맛이다.
마치 육개장처럼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다.
4) 강원도식 추어탕
타 지역이 비린 맛을 잡기 위하여 된장을 사용한다면 강원도 식은 ‘고추장’을 사용한다.
미꾸라지의 비린 맛을 잡아주는 방법이 지역별로 다른 셈이다.
또한 강원도에서 많이 생산되는 감자와 미나리도 주재료다.
☞ 특징 : 고추장으로 비린 맛을 잡아주는 방법이 다른 지역과 차이가 나며 원주식이 대표적이다.
손님상 위에서 솥으로 직접 끓여서 각자 떠먹는 방식이다.
국수를 함께 넣어서 끓이기도 한다.
☞ ‘산초’냐? ‘초피’냐?
추어탕 집에는 ‘약방의 감초’같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향신료가 있다.
토종으로 매우 중요한 것인데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이외로 많다.
정리를 해보자.
위 사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추어탕 집에서 우리가 먹는 것은 100% ‘초피’이다.
표준말로 ‘초피나무’라 하며 사투리로는 ‘재피나무’라고도 한다.
‘산초나무’와는 엄연히 다르다.
☞ ‘추어탕’ 여담
내가 살고 있는 포항에도 ‘추어탕’집이 여러 곳 있다.
그중에서 자주 애용하는 집으로 ‘점심특선’으로 유명한 집이 있다.
이동에 위치한 곳으로 [포항해물명가]라는 집이다.
예전부터 해물 탕으로 유명한 집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겨울철에는 [동태 탕]으로 여름철에는 [추어 탕]을 점심특선으로 정하고 8천원에 손님들을 유혹한다.
인근에 위치한 시청공무원들을 겨냥한 마케팅인 셈이다.
우리부부는 ‘추어탕’을 좋아하여 멀리는 오천읍 문덕을 비롯하여 효자동 등 웬만한 곳은 모두 찾아가 보았다.
다른 집에 비하여 이 집이 좋은 점은
1) 미꾸라지를 푸짐하게 사용하여 국물을 한 숟갈 떠서 살펴보면 미꾸라지의 하얀 살을 많이 볼 수 있다.
따라서 아주 진한 미꾸라지 특유의 맛이 우러난다.
들깨 맛이 미꾸라지 맛을 잡아먹는 현상이 없다는 뜻이다.
비린 맛은 원래 경상도식 추어탕의 전통 비법인 ‘초피 가루’나 ‘후추 가루’에 마늘과 고추를 쫑쫑 다진 것으로 잡아주는 방식이어서 전통적인 ‘추어탕’맛을 느낄 수가 있다.
2) 다른 집에 비하여 양이 푸짐하여 성인남자가 먹어도 포만감을 느낀다.
3) 밑반찬이 다양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집을 자주 애용한다.
☞ ‘고디탕(다슬기)탕’은?
‘추어탕’과 함께 자주 접하는 음식으로 ‘고디탕’이 있다.
고디의 표준말은 ‘다슬기’이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경상도에서는 ‘고디’, ‘골부리’, ‘골뱅이’, ‘사고디’라 부르는데 충청도에서는 ‘올갱이’라고 부른다.
또한 전라도에서는 ‘대사리’라고 부른다.
지역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듯이 조리 방법도 다양하다.
☞ ‘고디탕’의 효능
‘동의보감’에서 찾아본 ‘고디탕’의 효능은
1) 간 기능 회복 및 성인병 예방
간에 좋은 ‘아미노산과 타우린’이 풍부해서 성인병을 예방한다.
2) 골다공증과 빈혈 예방
철분이 많아서 혈액을 통해 산소공급을 도와줌으로 갱년기 여성과 임산부에게 좋다.
3) 숙취해소 및 소화력 증진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은 숙취해소에 뛰어나며 소화력을 증진시킨다.
4) 변비 예방과 다이어트
‘클로로필’ 성분은 장내 유익한 균을 증가시켜 변비예방에 효과적이며 ‘미네랄’이 풍부하다.
5) 신장 결석 예방
‘마그네슘’성분이 신장과 담낭에 축적되는 결석을 예방해준다.
6) 뼈 건강
‘아미노산과 칼슘’ 성분이 많아서 골격형성을 도와준다.
7) 혈관건강
‘엽록소’ 성분이 식물보다 10배나 많이 함유하고 있어 혈액을 맑게 해준다.
8) 시력보호 및 심장병 예방
‘비타민A’가 풍부하여 시력을 보호하고 눈의 충혈이나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 지역별 ‘고디탕’
1) 경상도식 고디탕
맑은 ‘고디탕’ 이 특징이다.
완성된 탕은 섬진강 특산물인 ‘재첩국’과 비슷하다.
고디를 푹 삶아낸 물을 육수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슬기를 삶아 낸 푸른색의 육수가 진짜 중요하다.
삶아낸 고디의 속살은 바늘 등으로 일일이 까 주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정성이 들어간다.
삶아 낸 그 물을 육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고디의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부드러운 배추와 정고지가 주재료이다.
타 지역 ‘고디탕’이 들깨 가루를 많이 넣어서 ‘다슬기’특유의 맛 보다는 ‘들깨 맛’을 강조하니 ‘고디탕’이 아니고 ‘들깨탕’이 되기 쉬운데 비하여 본래의 경상도 식에서는 ‘다슬기’특유의 맛을 느낄 수가 있으니 진정한 ‘고디탕’이라고 할 수 있다.
2) 전라도식 고디탕
재료는 큰 차이가 없는데 들깨를 많이 넣어서 걸쭉한 맛이 특징이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슬기 특유의 맛이 없다며
“이건 ‘들깨탕’이지 무슨 ‘고디탕’이냐?”
고 혹평을 하는 사람도 있다.
‘들깨 가루’가 분명 몸에는 좋은 음식이다.
그러나 ‘추어탕’이나 ‘고디탕’이나 들깨 가루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음식 특유의 맛은 실종되고 국적 없는 ‘들깨탕’이 되고 마니 이 점을 유념해야 되겠다.
3) 충청도식 고디탕
정고지 등 각종 채소에 된장을 풀어서 끓인다는 점이 특색이다.
충청도에서는 ‘올갱이탕’이라 하는데 예전 젊은 시절 직원여행으로 충청도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전날 저녁에 마신 술로 인하여 모두들 빌빌거리는데 이튿날 아침 메뉴가 ‘올갱이해장국’이다.
그때 얼마나 맛이 있고 속이 편안하였든지 아직도 올갱이해장국에 대한 추억은
‘정말 맛있었다.’
☞ ‘다슬기’의 파란 물
다슬기를 끓이면 파란 물이 우러나온다.
이는 ‘클로로필’이라는 엽록소 성분으로 다슬기를 비롯한 조개류의 피에 사람이나 포유동물과는 달리 푸른 색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푸른색 색소가 사람의 간질환을 치료하는데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간염이나 간경화, 간암 등 갖가지 간질환에 좋은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의학자 김일훈 선생은 『神藥本草』라는 자신의 책에서 다슬기에 들어 있는 푸른 색소가 사람의 간 색소와 닮았기 때문에 갖가지 간질환에 훌륭한 약이 된다고 했다.
『신약본초』의 한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다슬기를 달이게 되면 파란 물이 나오는 데 어머니가 만든 간을 이루는 세포조직이 청색이다.
그 새파란 물이 인간의 간을 이루는 원료이다.
그 청색소의 힘을 빌려 간이 정화작업을 하는데 그 간의 조직체인 색소가 고갈돼서 간암이나 간경화가 생긴다.
이 간 조직의 원료가 되는 청색소를 공급해 주는 것이 민물고동(다슬기)이다.”
다슬기는 사람의 간 색소와 비슷한 청색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다슬기의 푸른색은 인간의 간 조직의 원료라고 한다.
다슬기의 살과 삶은 물은 신장을 돕고 그 껍질은 간담의 약이 된다.
따라서 다슬기를 약으로 쓸 때는 살과 삶은 물은 물론 껍질도 함께 활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다슬기는 되도록 달여서 복용하는 게 좋다.
다슬기를 생강, 대추, 유근피, 마늘 등과 함께 다슬기의 껍질이 완전히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이틀 이상 달여 그 엑기스를 섭취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렇게 중요한 다슬기 삶은 파란 물을 대량으로 구하기가 어렵다.
요즘은 ‘다슬기 알맹이’만 까서 냉동상태로 수입을 해서 시중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다슬기에서 가장 중요한 다슬기 삶은 물은 없고 알맹이만 파는 셈이다.
깐 다슬기를 사용해서 ‘다슬기탕’흉내를 내기 위해서는 또다른 조리법이 필요하다.
육수 물은 사골이나 멸치 육수 등으로 대체하고 들깨 가루를 많이 넣어서 짝퉁 고디 탕을 만든다고 한다.
그렇게 만든 육수로 맛을 내고 다슬기 알은 중신애비로 탕 위에 몇 알씩 올려서 ‘고디탕’으로 둔갑을 시킨다.
이렇게 만든 것도 진정한 ‘고디탕’일까?
예전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끓여주던 어머님과 아내의 경상도 식 ‘고디탕’이 그리운 이유이기도 하다.
☞ ‘고디탕’ 여담
경주 안강에서 영천시 고경면으로 넘어가는 ‘시티재’가 있다.
포항 ↔ 대구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 포항 사람들이 대구로 가려면 고속도로를 타기 위하여 그 재를 가끔씩 이용했다.
그 고개를 오르기 직전 도로 왼편에 ‘할매고디탕’이라는 유명한 집이 있다.
1990년대만 해도 그 집은 ‘경상도 고디탕의 원조’격 답게 정말 토속적인 고디 탕이 나왔다.
할머니가 주인장이었는데 우리 냇가에서 잡은 고디로 맑은 고디탕을 끊여내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애용을 했었다.
그래서 옛날을 생각하며 최근에도 찾아가 보았다.
이제는 주인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아들내외가 운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맛이 옛날 그 맛이 아니다.
토종 고디를 필요한 만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또한 구한다 해도 그 많은 양을 예전처럼 바늘을 이용하여 일일이 깔 수도 없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고디 알은 수입 산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니 고디 육수 맛도 예전 맛이 날 리가 없다.
1997년 어느 날이었다.
산행을 마치고 그 부근을 지나다가 저녁을 해결하러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향토색 짙은맛으로 유명할 때여서 우리는 ‘고디탕’을 주문하여 맛있게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주문도 하지 않은 ‘고디 회’가 초대형 접시에 담아져서 우리 앞에 놓인다.
깜짝 놀란 총무 왈
“저희는 이건 주문하지 않았는데요?”
“예! 알고 있습니다.”
하면서 젊은 사장이 우리 앞에 앉으며 박○동 선생님께 인사를 건넨다.
“선생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저 4학년 때 선생님 반에 있었던 농띠 ○○입니다!
하면서 인사를 올린다.
사연인즉 예전에 이 부근 학교에서 근무를 했었던 박선생님의 제자였다.
지금은 모친에게 사업을 물려받아서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덕분에 푸짐하게 ‘고디 회’를 대접받은 일이 있었다.
“와!
저 농띠!
숙제 안 해서 엄청 나게 혼이 나던 녀석이었는데 부모 잘 만나서 지금은 엄청 돈벌이 잘하고 있네!”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제자 얘기가 한창이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포항시 죽장면에는 ‘다슬기’가 지천이었다.
교직 생활 초반이었던 당시 나는 청정지역인 그곳에서 근무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여서 당연히 그곳에서 살림을 했었다.
사람 몸에 좋다며 사흘이 멀다 하고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아다 요리를 해주는 아내 덕분에 우리 식구들은 참으로 다슬기 요리를 많이도 먹었었다.
그때는 그렇게 귀한 음식인줄 몰랐었는데 되돌아보면 참으로 보약을 많이 먹은 셈이다.
가끔씩은 논두렁 옆 웅덩이에 통발을 넣어서 미꾸라지도 잡았다.
그때 아내가 해준 ‘추어탕’과 ‘고디탕’은 전통적인 경상도 식이다.
외가댁이 ‘경주 양남’이라 순수한 경상도 식이고 아내 또한 ‘영양 석보’가 친정이니 나는 이제까지 순수한 경상도 식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타 지역 맛은 내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입에 익숙한 경상도 식이 조~오옷~타!
첫댓글 고디탕보다는 추어탕이 좋아 보이네요.
고디탕은 수입 다슬기일텐데~~
대량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고디탕'은 대부분 수입산이라고 봐야하겠지요!
육수는 사골이나 멸치, 버섯 등으로 다양하게......
그래도 고디탕 흉내는 내어야 하기에 탕위에는 깐 고디를 보기좋게 한 숟갈 올리고......
들깨가루로 범벅을 하니 그건 '들깨탕'이 되어 예전 미꾸라지 나 고디 삶은 깊은 맛이 나는 토속적인 맛이 그리울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