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노란 모자와 검정 병아리 - 임신행 지음 / 천영광 그림>
민들레 꽃솜보다 보드라운 햇살이 펑펑 쏟아집니다.
산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 꽃불 같습니다.
새 동네 텃밭 울타리에는, 노란 개나리 꽃불이 타고 있습니다.
엄마 닭이 열한 마리의 아기 병아리를 데리고 신나게 모래 멱을 감고 있습니다.
"소리개다! 모두 숨어라."
엄마 닭이 소리치자, 병아리들은 모두 숨었습니다.
강물처럼 맑은 하늘에는, 정말 소리개가 떠 있었습니다.
"깜둥아, 어서 숨어."
첫째가 입을 열자
"쟤는 늘 말썽이야." 하고, 아홉째 노란 병아리가 거들었습니다.
"지지리도 못생긴 것이 겁도 없어."
여섯째 하얀 병아리가 나무랐습니다.
"어서 숨어라. 어서!" 엄마 닭이 걱정이 되어서 소리쳤습니다.
다른 열 마리의 병아리와 엄마 닭은 나무 밑에 숨었는데, 검정 병아리는 날 잡아가라는 듯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니겠어요.
검정 병아리는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개나리 꽃불이 활활 일고 있는 울타리 밑으로 가 숨습니다.
엄마 닭은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강물처럼 파아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어요.
소리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두 나오너라. 소리개는 갔다." 엄마 닭이 소리쳤습니다.
예쁘고 귀여운 병아리들이 뿅뿅 거리며 나왔습니다. 병아리들은 후추 씨처럼 까만 눈을 뒤룩거리며,
맑은 봄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파아란 하늘뿐입니다. 병아리 형제들은 다시 모래 멱을 감습니다.
"하하! 노란 모자 쓴 꼴 좀 봐."
개나리 꽃불 속에서 나오는 검정 병아리를 보고, 아홉째 노란 병아리가 소리쳤습니다.
병아리 형제들의 눈길이 검정 병아리한테 쏠렸어요.
"웃긴다, 웃겨. 깜둥이가 노란 모자를 쓰다니. 제 분수를 알아야지." 셋째가 말했습니다.
막내인 검정 병아리는 눈이 둥그래져 어쩔 줄 모릅니다.
"아, 우습다. 우스워."
병아리 형제들이 모두 소리 내어 웃습니다.
"왜 웃니? 막내가 쓴 개나리꽃 모자가 얼마나 예쁘니?"
엄마 닭이 칭찬을 해 줍니다.
그러자, 열 마리의 아기 병아리들은 어머니의 칭찬을 들으려고 우르르 개나리꽃 밑으로 몰려갑니다.
검정 병아리는 그제야 머리 위에 얹힌 개나리꽃 모자를 고쳐 씁니다. 그리고는 엄마 닭에게로 다가서며
"엄마, 용서하셔요." 하고 조금 전의 잘못을 빌었어요
[출처] [국민서관 열두 달 이야기] 3월 17일 노란 모자와 검정 병아리|작성자 gp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