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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전쟁만이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 8개월이 넘었고,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조직적인 학살도 1년이 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1만 명 넘게 사망했고, 양측의 군사 사상자는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가자 지구에서는 사망자가 42,000명을 넘어섰고, 이 중 45%는 어린이였고, 거주자의 90%가량인 190만 명이 피란민으로 내몰렸다.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2,000명 넘게 사망하고, 1만 명 가까이 다쳤다. 이 무자비한 전쟁 폭력 속에서도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계속 돈을 쏟아붓고, 러시아는 계속 공세를 유지하면서 희생자를 늘려가고 있다. 게다가 심각한 체제-정권의 위기에 빠진 한국과 북한의 통치자들이 위기 모면의 수단으로 이 전쟁에 개입하려고 하면서 제국주의 전쟁의 불길이 한반도에 옮겨붙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일반화된 제국주의 전쟁으로 향하는 자본주의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전쟁은 훨씬 더 광범위한 세계적 갈등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자본주의가 일반화된 전쟁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 위기와 제국주의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벌어진 두 전쟁은 수많은 분쟁 지역 중 일부가 터졌을 뿐이며, 또 다른 분쟁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전쟁은 특히, 어느 쪽도 타협할 수 없는 수십 년에 걸친 분쟁의 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러한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적(敵)-경쟁국의 완전한 패배로만 끝날 수 있는데, 주로 경제적 고갈로 인해 잠시 멈췄다가 언젠가 다시 발발할 뿐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제국주의 체제에서 이러한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결과는 필연적으로 전 세계 노동계급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적 투쟁, 즉 제국주의적 쟁탈전으로 이어진다. 기존 자본과 비교해 잉여가치의 양이 감소할수록 이 쟁탈전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해 결국 전쟁을 일으킨다. 이러한 전쟁은 지난 120년 동안 거의 끊임없이 이어졌다. 1914~1918년과 1939~1945년에는 '세계대전'이라고 불리는 제국주의 대학살 전쟁이 있었고, 그 후로도 전쟁은 거의 모든 대륙에서 끊임없이 일어났다. 현재에도 전 세계에서 50여 개의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있고, 전쟁의 평균 지속 기간도 길어졌다. 이에 따라 2023년 기준으로 분쟁에 노출된 인구수가 20억 명에 달하고 1억 800만 명이 난민으로 내몰렸다. 분쟁 지역 중 여러 곳에서 인종 청소, 공동체 사이의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분쟁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다. 60년 동안의 성장률 하락으로 인해 위기가 심화하자 세계 자본가계급은 체제 유지를 위해 지난 40년 동안 세계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를 강화해 왔고,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부채로 미래를 저당 잡히며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임금, 연금, 사회 서비스의 삭감을 동반한 대규모 투기가 발생했고, 극소수의 부유층은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다수 인류는 가난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이에 따라 세계 자본주의는 경제, 사회, 환경, 건강까지 모든 영역에서 엄청나게 복잡한 모순이 발생하고 있고, 이 체제는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다.
여기에 자본주의 생산이 지구에 초래한 환경 재앙까지 더해지고, 세계 경제 위기로 인해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붕괴하거나 이웃 국가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망의 지형 변화는 생활 수준에 대한 위협과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재앙이라는 측면에서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자재 확보 경쟁은 분쟁의 핵심인데, 원자재가 중요한 이유는 세계 지배를 위한 제국주의 패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선택지가 바닥난 국제 자본가계급은 점점 더 일반화되는 제국주의 분쟁의 각본을 쓰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경쟁국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그 결과 제국주의 경쟁, 특히 세계 주요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제국주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자본주의 전쟁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끔찍한 잔인함을 초래한다. 그러나 최종적인 '승자'에게는 시장 경쟁자를 제거하고 그들의 영토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으며, 이는 구조적 위기에 처한 현대 경제의 생산 요구에 유용하다. 이는 원자재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의미하며, 또한 이윤율을 높이려는 시도이며, 결과적으로 자본 자산과 가치의 파괴를 통해 축적 주기를 새롭게 시작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우크라이나에서 중동과 홍해, 콩고에서 수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무력 분쟁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세계 노동계급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쇠퇴하는 자본주의가 인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미래는 파괴와 죽음, 전례 없는 잔인한 야만으로 가득 찬 미래다.
우리는 세계대전의 근처에 와 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레바논 등에서 주민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주변에 어떤 일이 닥칠지 미리 보여준다. 제국주의 전쟁은 전면전을 의미한다. 이것은 단순히 양측 군대 또는 두 국가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두 제국주의 이해관계 사이의 전쟁이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는 모든 지역 자본가계급의 이해관계이다. 자본가계급이 '국가'를 위해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국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수단과 국가를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희생당한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민족주의’ 기치 아래 벌어지는 전쟁, 민족(해방) 투쟁의 성격
1914년 민족주의라는 바이러스는 1차 세계대전의 학살로 이어졌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회주의 정당과 노동조합도 민족주의에 감염되어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결의를 포기했다. 이들 모두는 노동자들을 학살에 나서게 부추기고 파업권을 포기할 구실을 찾았다. 소수의 국제주의자만이 전쟁에 반대했고 그들 대부분은 지금의 우리처럼 조롱을 받았다. “제국주의 전쟁을 계급전쟁으로 전환하라”는 레닌의 요구가 전쟁 반대 투쟁을 사회주의 투쟁으로 만들겠다는 침머발트 좌파의 결의안에 반향을 일으키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
전쟁은 자본의 위기로 인해 발생한다. 자본가계급은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 그런데 그 전쟁은 지배계급의 이념에 종속된 노동계급이 벌이는 전쟁이기도 하다. 전쟁과 관련하여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노동계급을 이용하는 이념은 ‘민주주의’, ‘국가-민족’ 방어 또는 ‘국의 수호 등 다양하게 포장되어 있다. 지금 진행 중인 두 전쟁도 민족주의 기치 아래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민족주의는 노동자들이 착취자를 위해 죽고, 자기 계급의 이익을 잊도록 설득하는 대표적인 거짓 이념이다. 자본주의 초기에는 자본가계급의 민족투쟁이 진보적인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코뮤니스트들이 지지했지만, 자본주의 쇠퇴기에는 이러한 민족투쟁이 자국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이 서로를 학살하는 광범위한 제국주의 투쟁의 일부가 되었다. 오늘날 민족투쟁은 노동계급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반(反)혁명적인 것이 되었다.
그런데 이른바 ‘좌파’ 세력, 특히 ‘혁명적’이고 ‘국제주의적’이라고 주장하는 세력 상당수는 ‘반(反)제국주의’ 또는 ‘차악(次惡)’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에게 한쪽 또는 다른 쪽을 지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들은 ‘억압받는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논리로 노동자들에게 한쪽 편을 드는 전쟁 지지를 촉구한다. 그들은 억압받는 국가(민족)의 노동계급이 지배계급 사이의 전쟁에 총알받이로 동원되어, 자국 지배계급을 위해 싸우다가 희생당하는 것을, 해방을 위한 투쟁으로 왜곡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제국주의 시대에 '억압받는 국가'든 '억압 국가'든 특정 자본주의 세력이 반(反)제국주의의 한 축을 구성할 수 없다.
제국주의는 세계 체제이며, 자본주의 세계 운영의 한 단계이므로 모든 국가는 어떤 식으로든 이 체제에 참여해야 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제국주의 체제에 참여하는 것은 동등하지 않다. 약소국은 강대국의 하위 파트너 또는 강대국 블록의 하위 구성원으로서 참여한다. 따라서 모든 국가가 제국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약소국의 경우 이러한 야망을 사실상 실현할 수 없다. 제국주의의 근간은 잉여가치를 지배적인 제국주의 열강에 이전하는 과정이며, 이러한 이전이 모든 국가에 혜택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의 주요 수혜자이자 지배자는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제국주의 강대국 자본이다. 여기서 주변국(군소 강대국)의 역할은 강대국의 하수인 역할이다. 이들의 역할은 주로 노동자들의 잉여가치가 이들을 착취하는 제국주의 강대국 자본으로 원활하게 이전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이 속한 지역에서 자본의 지배가 위협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지배하는 강대국의 지배력과 그로 인한 특권은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강대국으로부터 항상 위협을 받지만, 신흥 강대국의 도전이 체제 전체의 작동 방식을 바꾸지는 않는다. 20세기에 보았듯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제국주의 주도권은 바뀌었지만, 세계 체제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진정한 반(反)제국주의 투쟁은 자본주의 전복을 향한 계급전쟁
따라서 모든 국가가 자본주의 제국주의 체제에 참여하는 시대에 ’진정한 반(反)제국주의 투쟁은 체제 자체를 전복하는 투쟁뿐이다. 물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투쟁은 자본주의 전복을 향한 국제적인 계급투쟁이다. 이른바 '좌파'가 그토록 사랑하는 '반(反)제국주의' 투쟁은 실제로는 제국주의 사이 투쟁이다. 그들의 실제 내용은 제국주의의 협력 속에서 한 국가의 지위를 바꾸는 것이다. 아프리카, 남미, 베트남의 유명한 해방 투쟁은 실제로 여러 국가의 지위를 미 제국주의의 고객에서 러시아 제국주의의 고객으로 바꾸기 위한 투쟁이었다. 최근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국가들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방향을 바꾸려는 노력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민족(해방)투쟁은 억압받는 민족 노동계급의 임무가 아니라 경쟁하는 제국주의 국가 사이에서 지속적인 분쟁의 한 구성요소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러한 투쟁은 어떤 경우에도 제국주의를 약화하지 않는데, 제국주의의 뿌리, 즉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공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족투쟁이 제국주의 블록 하나를 약화하면, 그와 더불어 단지 다른 하나를 강화할 뿐이다. 따라서 제국주의 전쟁에서 한쪽 편을 들어 노동계급 운동이 발전한다거나 혁명적 국제주의의 부활에 이바지한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다. 어떤 구실이나 명분으로도 전쟁에 참여해서 전쟁에 맞설 수는 없다. 반대로 국제주의자의 첫 번째 임무는 민족 자본가계급과 국제 제국주의의 수많은 촉수로부터 노동계급을 해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형태의 민족주의와 전쟁을 거부하고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위한 혁명적 대안을 옹호해야 한다.
한국과 북한 정권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에 대해서도 노동계급은 양측 모두를 거부해야 한다. 북한군 파병설과 윤석열 정권의 살상 무기 지원과 관련해 한국과 북한의 노동계급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파병-무기 지원에 대한 정당성 여부가 아니라 양측의 정권이 개입하려는 전쟁의 본질과 노동계급의 희생이다. 자본주의 국가 사이의 모든 군사동맹은 무슨 명분이든 지배계급을 위한 동맹이다. 그것은 제국주의적 질서를 위한 동맹일 뿐이며,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원리이다. 노동계급이 자본주의-제국주의 전쟁에서 어떠한 군사개입(파병, 무기 지원)도 반대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노동계급을 대규모로 살상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군이 파병된다면 유럽의 전장에서 총알받이가 되거나 우크라이나 노동계급 군인을 죽이는 역할을 할 것이며, 마찬가지로 한국의 대량 살상무기는 러시아 노동계급 군인과 민간인을 학살하는 데 사용된다. 그것은 결국 제국주의 전쟁의 확장과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켜 양측의 노동계급에 큰 고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쇠퇴기에 전쟁은 삶의 방식이 되었다. 자본주의는 잔인함과 야만성을 더 많은 영역으로 확산할 뿐 인류의 미래를 제공할 수 없다.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게 전쟁을 멈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역사는 전쟁이라는 자본가계급의 살인 기계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노동계급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독일혁명의 위험 때문에 자본가계급이 휴전 협정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지배계급은 노동계급이 계급전쟁을 벌일 위험에 처할 때만 전쟁 중단을 고려할 뿐이다. 오늘날 세계 노동계급이 대대적인 계급투쟁을 즉시 벌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계급투쟁의 확산과 발전만이 그러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오직 노동계급만이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를 전복함으로써 제국주의적 긴장의 물질적 기반을 파괴하고 인류에게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평화의 시대에는 과잉 착취당하고 전쟁의 시대에는 학살당하는 노동계급은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노동계급이 무언가를 위해 일하고 때때로 희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우리 계급의 적(敵)인 자본가계급의 이익이 아닌 노동계급의 이익이어야 한다. 그것은 노동계급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지구 생태를 위한 이익이다. 자본주의는 오래전에 세계 인류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발전시키는 진보적 역할을 중단했다. 이제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전복해야 한다.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은 임금 노동, 화폐, 국가가 없는 새로운 사회, 바로 코뮤니즘이다.
한국-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반대!
자본가 정권 타도! 제국주의 전쟁 타도!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
자본주의 전복을 향한 계급전쟁만이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다!
전쟁이 아닌 계급전쟁으로!
2024년 11월 5일
전쟁이 아닌 계급전쟁으로(NWBCW) 한국위원회
국제주의코뮤니스트전망(I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