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북한 파병 쫓아가다 러시아와 전쟁할 판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10월 한 달 동안 이어진 올해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국정감사가 시작될 때만 해도 ‘김건희’ 국감이란 말이 나왔지만, 마무리는 국가정보원(국정원)발 북한 파병 이슈가 차지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주도적으로 공개하며 여론을 조성했다.
탄핵까지 회자 되는 윤석열 정권의 입장에서 어쩌면 마지막 동아줄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며 윤석열 정부의 몰락을 앞당기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왜일까?
현실화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국정원은 지난 10월 18일 북한이 10월 8일부터 특수부대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특수부대 1,500여 명을 파병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국정원,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
국정원은 또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현재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며,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하여 정부는 국정원 홍장원 1차장을 단장으로 정보대표단을 벨기에에 파견해 NATO와 EU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동향에 대한 브리핑 및 관계자 면담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28일 사브리나 싱(Sabrina Singh)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약 1만 명의 북한군이 훈련을 위해 러시아 동부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가까이 이동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Зеленський)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까지 북한 병력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쿠르스크에서) 전투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파병한 군대의 성격과 규모에 대한 여러 논란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대를 파견한 것은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파병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이다.
북한 쫓아가다 러시아와 전쟁할 판
우리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과도하게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한반도 정전체제에서 우리가 북한의 군사 동향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러시아를 적으로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우리 정부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러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대통령은 또한 10월 24일에 있은 한-폴란드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하여 지난 10월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를 우리의 적국으로 상정하고 있나?”라는 차지호 의원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 허나 지금은 점점 그렇게 돼 가고 있다”고 답했다. 북러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외교에 적극 대응해야 할 외교 수장의 답변이라고 믿기 힘든 매우 부적절한 인식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북한을 쫓아 우크라이나로 달려가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하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관련하여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신원식 안보실장은 한기호 의원의 제안에 “잘 챙기겠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한반도 문제에 활용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닌가?
윤대통령의 위험한 도박, 몰락 앞당기는 부메랑 될 수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지지율이 10%대에 진입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김건희 여사의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계속되고 있다. 침체의 눞에 빠진 서민경제 또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인 윤정부에게 북한의 파병 이슈는 마지막 남은 동아줄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윤정부의 위험한 도박은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러시아를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정부의 말과는 달리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동맹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정부가 러시아의 대북 군사 지원을 막겠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북러동맹을 강화시키는 꼴이 아닌가? 그 결과로 한반도 갈등에 러시아가 북한과 함께 개입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받을 타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작금의 군사 모험이 윤정부에게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윤정부의 위험한 도박에 보수 진영의 우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인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 “유럽 땅에서 코리안끼리 대리(代理)전쟁을 하는 것처럼 비치거나, 본질을 벗어나 남북한끼리 적대적 대립 의식을 발산하는 분출의 시연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심각한 것은 우리의 살상 무기가 불가피하게 러시아군을 ‘살상’할 수도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이런 사태는 급기야 러시아 또는 러시아 국민과 적대 관계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금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충돌하거나 척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안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결국 우리 정부가 북한의 파병을 이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몰락은 더 빨라질 것이다.
국회는 윤정부의 폭주 막아야
우리 국회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하여 세 건의 결의안(김영배, 나경원, 김건 대표 발의)을 상정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결의안만으로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통제할 수 없다. 벌써부터 대한민국 헌법(제60조)이 규정한 국회의 파병 동의권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파병을 모색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모두가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 언론은 안보 문제를 다룸에 있어 재삼 신중해야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떠도는 심리전에 농락당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남북관계와 대외 군사행동에 있어 정부를 구체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법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윤석열 정부 또한 부디 냉정을 되찾길 바란다. 국정원은 정보기관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더 이상의 이슈 메이킹은 정치 개입으로 비춰질 것이다. 윤 정부가 부디 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로 끌어들여 정권을 연명하기보다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냉정히 돌아보길 바란다.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