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오만필야담문학의 새로운 풍경저자정현동 | 역자 안대회출판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21.12.10.페이지수680 | 사이즈 156*220mm판매가서적 34,200원
책소개
지금까지 온전히 무명의 인물로 남아 있던, 조선 후기 남인(南人) 사대부 정현동(鄭顯東, 1730~1815)의 야담ㆍ필기집이다. 당대의 저명한 학자 안정복의 문인이기도 했던 그는 재야 지식인으로 86세를 살면서 견문한 야담과 실화 194화를 체계를 갖춰 엮어 이 책을 완성했다.
‘비렁뱅이의 출세기’, ‘천연두가 맺어준 인연’, ‘남편을 고발하여 죽인 여자’, ‘김 첨지의 대를 이어준 과객’, ‘후취의 처녀성’, ‘다섯 달 만에 태어난 아기’, ‘보쌈 당한 홀아비’, ‘양물을 물어뜯은 선비’, ‘낙태 사건의 처리’, ‘귀신의 시 사랑’, ‘간음인가, 도둑질인가’ 등 무엇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깃거리들이 읽는 이의 시선을 잡아끈다. 마치 언론 사회면의 헤드라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쓰는 안대회 교수의 경쾌한 번역도 허구와 사실의 공간을 누비며 조선시대 사회 풍경을 담아낸 이 콘텐츠를 현대적인 페이지터너로 변신시켰다. 또 실존한 등장인물의 생몰년과 행적, 관련된 복잡한 사건의 역사ㆍ문화적 사실, 난해한 문구의 근거 등은 여러 문헌들을 참고하여 각주에 밝혀서 이야기의 배경과 저간까지 폭넓게 이해하도록 도왔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정현동
저자 : 정현동
鄭顯東, 1730~1815
18세기의 문인이자 학자로 자는 용경(龍卿), 호는 만오(晩悟)이다. 서울과 경기도 광주에 거주한 남인 사대부로 안정복의 문인이다. 여러 차례 과거를 보았으나 급제하지 못하고, 낙향 후 저술에 전념하였다. 안정복의 역사학 연구를 이어받아 역사에 관심이 많았으며, 안정복이 조선왕조의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한 『열조통기(列朝通紀)』를 마지막까지 정리하고 교감하였다.
재야 지식인의 시각으로 『만오만필』을 저술하여 민간에 떠도는 흥미로운 야담과 사회상을 드러내는 실화를 기록하였다. 안정복은 그를 “문예에 능하다”라고 평가하여 시문을 잘 짓는 능력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만필을 제외하고 그의 문집과 여러 저작은 현존하지 않는다.
역자 : 안대회
安大會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인문학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5년 제34회 두계학술상, 2016년 제16회 지훈국학상을 수상했다. 폭넓은 사유로 옛글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유려하면서 담백한 필치로 선인들의 삶을 차근히 소개해왔다.
저서에는 『조선후기시화사』, 『18세기 한국한시사 연구』, 『선비답게 산다는 것』, 『벽광나치오』, 『궁극의 시학』, 『담바고 문화사』, 『내 생애 첫 번째 시』, 『조선의 명문장가들』 등 다수가 있고, 번역서에는 『해동화식전』, 『완역정본 택리지』(공역), 『북학의』, 『산수간에 집을 짓고』, 『소화시평』, 『시평보유』, 『한국 산문선』 7ㆍ8ㆍ9(공역) 등이 있다.
역자 : 김종하 외
김경희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박사수료
김세호 원광대학교 한문번역연구소 연구교수
김종민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선임연구원
김종하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위원
서문기 양재고등학교 교사
안소라 성균관대학교 강사
유현숙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박사수료
이승재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위원
이유라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연구원
이화진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박사수료
임영걸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임영길 단국대학교 한문교육연구소 전임연구원
장현곤 도당중학교 교사
최상근 성균관대학교 강사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서설
〈상권__이야기〉
비렁뱅이의 출세기|세 여자의 기이한 인연|기녀의 인생 경영|천연두가 맺어준 인연|지리산 성모가 맺어준 인연|15년 만의 부자 상봉|권세로도 못 막은 인연|전란이 맺어준 인연|충주 이생의 선견지명|암행어사가 바꾼 마을 풍속|군자다운 여염집 부부|토반에게 욕을 당한 과객|아산 선비를 구해준 암행어사|숙녀로 칭송받은 여염집 며느리|남편을 고발하여 죽인 여자|남매의 혼사를 해결한 어사|비장에 자원한 왕십리 사람|도망한 노비의 딸|삼천 냥으로 쌓은 음덕|꿈에서 음덕을 쌓은 선비|송 생원의 얄팍한 선견지명|성이 다른 막내아들|여우가 차지한 명당자리|중이 된 삼사의 관리|중이 된 무뢰한|김 첨지의 대를 이어준 과객|향랑의 노래|정인홍의 조숙함|후취의 처녀성|의리를 지킨 노복|시골마을의 정숙한 여인|속아서 맺은 하룻밤 인연|중을 따라가서 찾은 아들|신주의 저주|못된 암행어사를 혼내 준 기생|영광군 기녀와 암행어사|임제와 기녀 득선|원수 갚은 소녀와 여종|기녀와 명창 걸인|최창대의 박정한 처신|사랑에 빠진 여인의 시|천명을 알았던 부인|부부가 된 사촌 남매|다섯 달 만에 태어난 아이|보쌈 당한 홀아비|호랑이도 감명시킨 효부|호환에서 구사일생한 사내|하루에 수백 리를 가는 호랑이|얼룩빼기 호랑이와 노승|주인의 원수를 갚은 여종 갑이|절개를 지킨 명포수 이사룡|같은 꿈을 꾼 유생과 임금|야박한 유생|요물을 퇴치한 궁사|정씨의 하룻밤 인연|청노새 소년의 호쾌함|가정을 버린 선비|허생의 당찬 사내종|최척 이야기|언문 전기 『윤씨전』|회초리 일곱 대의 판결|양반과 속량한 노비|양물을 물어뜯은 선비|차부의 의뢰|진사 이연의 괄괄함|도붓장수의 정체|살인자의 허점|방안의 개구리 소리|은혜 갚은 제비|도깨비의 장난|거벽 장달성이 쓴 시험 답안|형제의 추리력|깃털 달린 사삭둥이|사로잡힌 임꺽정|경상 감사 정만석의 명판결|신미년의 피난 행렬|죽산 사대부 가정의 불행|장원 답안을 쓴 김안국 형제|허씨 종가집의 양자 사건|음행 날조죄의 혹독한 처벌|낙태 사건의 처리|과부를 음행으로 무고한 서숙|처남댁을 음행으로 무고한 박씨|진짜 남편과 가짜 남편|여장 남자 사방지|송수 도령과 죽경 낭자
〈하권__옛날의 실화〉
성종의 시에 화답한 기병|성종의 명쾌한 판결|국기일에 풍악을 허락한 성종|간관을 파직한 성종|예종 승하 당일에 즉위한 성종|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한 성종|성종의 용인술|불교를 억누른 성종|서얼금고법의 연혁|우리 역사에 대한 무관심|성종의 도량|인종의 비범함|효종과 정태제|정광필과 장순손의 됨됨이|정광필이 유배지에서 겪은 일|재상감을 알아본 정광필|고변 당한 아이들의 전쟁놀이|이원익의 앞날을 알아본 이준경|강서의 예언|민심을 안정시킨 이원익|원두표의 잠꼬대|이상의의 처신|신수근의 그릇된 의리|임진왜란의 영웅들|정기룡의 활약|천하 명장 정문부|천주학을 배척한 안정복|이헌경이 지은 결혼 축하시|종성의 황제 무덤|정광운의 총명함|남의 꿈으로 장원급제한 장주|시를 잘 지은 걸객|인조를 울린 유혁연의 한시|안정복...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ㆍ아! 길흉화복은 모두 미리 정해져 있으니 사람의 힘으로 어찌해 볼 것이 아니다.
-본문 41쪽, ‘비렁뱅이의 출세기’ 중에서
ㆍ아! 기녀 중에도 이렇게 재주 있고 덕 있는 사람이 있으니 이 세상을 온전히 속일 수는 없다.
-본문 60쪽, ‘기녀의 인생 경영’ 중에서
ㆍ아! 사람의 일은 하늘의 이치와 서로 부합하니 이치로 살피면 알지 못할 일이 없다.
-본문 100쪽, ‘충주 이생의 선견지명’ 중에서
ㆍ하늘은 높디높고 땅은 넓디넓으니
천지 크나 이 한 몸 머물 데 없다
차라리 이 물에 빠져 어복(魚腹)에 영장(永葬)하리라
-본문 168쪽, ‘향랑의 노래’ 중에서
ㆍ이름난 기녀 득선(得仙)이 「등왕각서(?王閣序)」를 불러 주흥을 돋우겠다고 청하므로 허락하였다. ‘임제자지장주, 득선인지구관(臨帝子之長洲, 得仙人之舊館)’이라는 구절에 이르러 득선은 “임제 자지 장대하니, 득선 각시 굽어본다.”라고 노래하였다. 임제가 웃으며 “너 때문에 다 드러나고 말았구나.”라 하고 의관을 가져오라 하여 종일토록 시를 주고받으며 실컷 즐기고 난 뒤에 자리를 파하였다.
-본문 192쪽, ‘임제와 기녀 득선’ 중에서
ㆍ아! 이 일은 밝히기는 어려우나 그런 이치가 있을 법도 하다.
-본문 208쪽, ‘다섯 달 만에 태어난 아이’ 중에서
ㆍ도의와 사리만으로 말해야지 이익과 손해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도의와 사리도 인정을 벗어나지는 않으니 사정이 딱하다.
-본문 226~227쪽, ‘야박한 유생’ 중에서
ㆍ우리나라 선비들치고 옛날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가 없으나 정작 우리나라 역사에는 멍하니 무지하기만 하다. ‘누가 『동국통감(東國通鑑)』을 읽어 보겠는가?’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이니 안타깝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본문 330쪽, ‘우리 역사에 대한 무관심’ 중에서
ㆍ아! 떠돌던 넋이 2백년간 흩어지지 않았으니 큰 절개를 지닌 사람은 기운도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쌓이는구나!
-본문 401쪽, ‘귀신의 시 사랑’ 중에서
ㆍ그렇기는 하지만 도둑질한 죄는 장형(杖刑)에 해당하고 간음한 죄는 교형(絞刑)에 해당한다. 장형을 피하고자 스스로 교형의 죄를 저지르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 틀림없이 선비는 좀스럽고 못난 사람인데 반해 이웃 사람은 지략이 뛰어난 사람이리라. 도둑질과 간음은 모두 집안을 망치는 죄이다. 이웃 사람은 도둑질한 죄로 망하기보다는 차라리 간음한 죄로 망하려 하였고, 혼자 망하기보다는 차라리 함께 망하고자 하였다. 그 선비 또한 망하기 싫어서 아내의 간음을 숨길 터이니 그렇게 되면 도둑질한 죄명도 함께 벗어나게 된다. 이는 지략이 뛰어난 사람이 좀스럽고 못난 사람을 속이려 한 것이나 그 정황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본문 445쪽, ‘간음인가, 도둑질인가’ 중에서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이토록 흥미로운 이야기 세상이라니
K-콘텐츠 상상력의 원천
조선 판 스토리텔링
야담문학의 새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금까지 온전히 무명의 인물로 남아 있던, 조선 후기 남인(南人) 사대부 정현동(鄭顯東, 1730~1815)의 야담ㆍ필기집이다. 당대의 저명한 학자 안정복의 문인이기도 했던 그는 재야 지식인으로 86세를 살면서 견문한 야담과 실화 194화를 체계를 갖춰 엮어 이 책을 완성했다.
‘비렁뱅이의 출세기’, ‘천연두가 맺어준 인연’, ‘남편을 고발하여 죽인 여자’, ‘김 첨지의 대를 이어준 과객’, ‘후취의 처녀성’, ‘다섯 달 만에 태어난 아기’, ‘보쌈 당한 홀아비’, ‘양물을 물어뜯은 선비’, ‘낙태 사건의 처리’, ‘귀신의 시 사랑’, ‘간음인가, 도둑질인가’ 등 무엇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깃거리들이 읽는 이의 시선을 잡아끈다. 마치 언론 사회면의 헤드라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쓰는 안대회 교수의 경쾌한 번역도 허구와 사실의 공간을 누비며 조선시대 사회 풍경을 담아낸 이 콘텐츠를 현대적인 페이지터너로 변신시켰다. 또 실존한 등장인물의 생몰년과 행적, 관련된 복잡한 사건의 역사ㆍ문화적 사실, 난해한 문구의 근거 등은 여러 문헌들을 참고하여 각주에 밝혀서 이야기의 배경과 저간까지 폭넓게 이해하도록 도왔다.
이 책의 저자 정현동
문예에 능했던 어느 재야의 선비
정현동은 자가 용경(龍卿)이고, 호는 만오(晩悟)이다. 초명은 승연(升淵)이다. 1730년 12월 4일 출생하고 1815년 8월 16일 사망했다. 동래 정씨 명문가 후손으로 경기도 광주(廣州) 경안(慶安)에 세거한 직제학공파(直提學公派) 후손이다. 이 가문은 먼 윗대에는 문과 급제자를 내리 배출하였으나 고조부를 전후한 시기에는 과거 급제와 멀어졌다.
정현동도 여러 차례 과거를 보았으나 급제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자 과거를 포기한 채 경안으로 완전히 낙향하였다. 만오(晩悟)란 호는 이때 지은 듯하다. 같은 지역에는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 1712~1791)이 거주하여 부친과 친분이 깊었다. 그 때문에 정현동은 일찍부터 안정복에게서 수학하였고, 그 외아들 안경증(安景曾, 1732~1777)과는 나이도 비슷하여 절친하게 지냈다.
안정복은 정현동을 “문예에 능하다”라고 평가하여 시문을 잘 짓는 능력을 인정하였다. 『만오만필』 하권 27화와 29화, 100화에 정현동이 손수 지은 시가 실려 있어 안정복의 평을 입증하고 있다. 보단(譜單)에 나오는 바, 문장과 학행이 있어 세상에서 추대하였다고 한다. 편저로 『열조통기(列朝通紀)』, 『전사절요(全史節要)』, 『가례보주(家禮補註)』 등의 책이 있고, 문집 2권과 만필(漫筆) 2권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문집과 여러 저작은 현존하지 않고, 교열하여 보완한 『열조통기』가 규장각에 전해 온다.
정현동은 안정복의 역사학 연구를 이어받아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안정복이 조선왕조의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한 『열조통기』를 마지막까지 정리하고 교감한 제자가 바로 정현동이었다. 안정복의 초기 제자로서 정현동의 존재는 오랫동안 존재감이 미약했으나, 이제 『만오만필』의 발굴을 통해 그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게 되었다.
문학성 풍부한 야담집
상권 「이어(俚語)」
정현동은 상권과 하권을 뚜렷한 기준으로 나눠 『만오만필』을 서술했다. 어느 권이나 이야기를 서술할 때 소재나 주제를 표제로 명확하게 제시하여 분류하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유사한 이야기를 모아서 편집하려는 편찬자의 의식이 뚜렷하다. 상권에 실린 86화는 대부분 서사성이 짙고, 이야기가 길게 펼쳐져 야담의 서사적 성격에 잘 부합한다.
이야기 소재로 보면, 남녀의 기이한 만남과 출생의 비밀, 과객과 암행어사, 재산 다툼과 소송사건, 여성의 절개와 음행, 귀신과 도적, 과거시험과 길흉화복, 보은과 복수, 호환(虎患)과 전란, 치부(致富)와 재난 등 조선 후기 야담에 흔히 등장하는 소재를 고루 싣고 있으면서도 다른 야담집에서 보기 힘든 독자적인 이야기가 적지 않다. 또 상당수 이야기는 이 책에서 처음 나오거나 소재가 비슷하다고 해도 줄거리나 표현에서 차이가 크다. 그 이전이나 이후 야담집과 직접적인 교섭이 적은 탓이다.
특히 ‘야담의 시대’라 할 만한 18세기와 19세기에 야담집은 주로 노론 지식인에게서 나왔다. 소론의 경우 이현기(李玄綺, 1796~1846)의 『기리총화(綺里叢話)』 1종이 전하지만, 남인의 경우엔 지금껏 전무했다. 이제 이렇게 『만오만필』이 발굴됨으로써 남인의 첫 번째 야담집 편찬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정현동은 노론 지식인과 직접적인 교유가 드물었기에 그의 야담집은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소재와 구성, 표현이 우세하다. 남인 지식인에게서 나온 유일한 야담집 『만오만필』이 지닌 남다른 가치가 여기에 있다.
당대 사회상이 반영된 가치 있는 사료
하권 「고사(古事)」
『만오만필』 하권은 상권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고사」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옛날에 일어난 실화를 많이 다루고 있다(하지만 하권에도 야담의 성격에 해당하는 긴 이야기가 몇 편 수록되어 있다). 조선 왕조의 역사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지만 동시대에 견문한 사실과 저자 집안의 사적과 저자의 경험담까지 이야기의 폭이 넓다. 전대 문헌에서 채택한 기사도 보이나 대개는 저자의 견문에 기댄 기사이다.
하권 역시 주제별로 유사한 이야기를 모아 편집하여 대체로 역대 군주의 행적, 명재상과 명문가의 일화, 중국사의 괴이한 일화, 근년 사회의 변란, 명사의 일화, 친가와 외가 인물의 행적과 일화, 친구들의 일화가 많다. 글에서는 역사를 중시한 태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안정복의 문인으로서 저자는 조선왕조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열조통기』를 정리하여 교감하고, 중국 역대 왕조사를 축약한 『전사절요』를 저술한 행적에서 알 수 있듯이, 자국의 역사를 속속들이 이해한 학자였다.
저자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인물에는 국왕으로는 조선 전기의 성종이 있고, 정승으로는 정광필(鄭光弼), 집안 선조이자 지방관으로는 정언충(鄭彦忠), 지방관으로는 이지광(李趾光)이 있어 각각 여러 이야기로 다루었다. 특히 이지광 이야기는 『만오만필』의 독자적 기사 중 하나로 꼽힌다. 그의 행적을 사대부 일화의 하나로 사실적으로 묘사하였으나 그 글을 윤색하면 하나의 훌륭한 야담이 될 만한 정도다. 이렇게 하권에는 역사적 사실에 가까운 행적과 일화의 비중이 크지만, 그렇다고 이야기로서의 흥미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나아가 우왕과 창왕을 신돈의 아들로 만든 역사 조작의 과정을 밝혀내고, 임진왜란 때 북관대첩을 거둔 정문부를 천하 명장으로 평가하고 그가 재평가되는 과정을 서술하였다. 역사적 사건과 문제적 인물을 평가한 안목이 높은 수준이다.
재야의 한 선비가 채록해 엮은
조선시대 인정세태의 모든 것
이렇게 『만오만필』은 허구에 뿌리를 둔 야담과 역사적 사실에 뿌리를 둔 필기(筆記)를 하나의 저술에 녹여서 편찬한, 고심이 담긴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권에 주를 이룬 것처럼 수록된 이야기의 소재는 흥미롭고 이채롭다. 여행에서 만난 과객의 특별한 체험, 남녀의 기이한 인연 맺기, 변화하는 여성의 지위와 정절 관념의 퇴색 현상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양반 남성이 기녀나 이미 성경험이 있는 여성과 정식으로 혼인하는 파격적인 사연도 등장한다.
게다가 재산 증식과 재산 다툼 등 경제적 문제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고, 가족이나 친척, 친구 사이의 분쟁이 다수 보인다. 함경도 기녀가 양반 청년 안생과 결혼하는 내용을 담은 상권 3화와 속량한 노비를 갈취하는 양반 이야기인 62화, 친구를 배신하고 치부하는 내용의 75화, 동생네 재산을 독차지하려고 가짜 남편을 만드는 이야기인 84화 등에서 유교 윤리를 중시하는 국가와 사회에서 현실은 오히려 반대로 흘러가는 인정세태를 폭로한다. 재미난 이야기 속에서 사회현실의 실태와 치부를 드러내는 특징이 돋보인다. 때는 조선시대, 다양한 소재와 서사가 뒤섞인 길거리 이야기의 박물지이자 픽션과 팩트가 동행하여 만들어놓은 이 탁월한 이중주는 수준 높은 문학성과 시의적인 사회성을 고루 성취해내고 있었다.
문학사적 가치와 저자의 현실 맥락
야담집으로서 『만오만필』은 18세기에 출현한 『천예록』과 『잡기고담』, 『학산한언』, 『동패낙송』의 뒤를 잇고, 19세기에 나온 『기리총화』와 『계서잡록』, 『계서야담』, 『청구야담』, 『동야휘집』에 앞서 출현하였다. 앞에 나온 야담을 계승하면서 뒤에 나온 야담집에 영향을 주었다. 19세기 박물학자 이규경(李圭景)이 『오주연문장전산고』 「우리나라의 귀신같은 용사들에 대한 변증설[東國神勇辨證說]」)에서 이 책의 하권 57화를 인용한 것을 보면, 당시 지식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읽혔던 듯하다.
저자 정현동은 재야 지식인으로 경기도 광주에 머물며 작품을 썼다. 또 스승이 쓰다 만 미완의 역사서를 완성한 역사가의 면모도 보였다. 근기(近畿) 지역 남인 학자로서, 저명한 사학자 안정복의 문인으로서 역사와 사회를 보는 관점이 이 책을 저술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사회의 큰 현안이던 천주교 문제에 안정복과 견해를 같이하여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담배의 폐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서술한 다음 저자로서 논평도 덧붙이곤 했는데 보수적 유자(儒者)의 관점을 강하게 내비쳤다. 또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고, 관직에 나서지 못한 처지로 80세 노년에 저술한 탓인지 “장수와 요절, 부귀와 빈천에는 각기 정해진 운명이 있다”라며 운명에 순응하는 소극적 태도와 풍속과 세태를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관점도 엿보인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
꼬장꼬장한 아우라가 연상되는, 조선시대 어느 향촌 선비의 붓끝에서 탄생했으나 『만오만필』 속에는 현시점에서도 주의 깊게 바라봐지는 몇몇 지점들이 존재한다.
먼저 조선사회에서 ‘기회’ 문제의 일단면을 읽어볼 수 있는 지점이다. 정현동 스스로는 생원진사시에 입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만오만필』에는 이와 관련된 두 측면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는데, 하나는 능력과 처지가 못 됨에도 편법이나 조력자의 등장으로 급제의 영예를 누린 이들을 바라보는 운명론의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역경 속에서도 부와 명예를 이룬 사람들은 저절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능력주의의 입장이다. 이는 재주와 뜻을 품고 있었지만 끝내 급제하지 못한 저자 본인의 형편과 회포가 투영된 것으로,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소외자로 머물고 만 재야 선비의 복잡한 심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들의 형상이다. 이들은 재치 있고 기지 넘치는 기녀는 물론, 수완 좋은 며느리나 당당한 과부들로 등장한다. 여기서 당대의 전형적인 여성상을 상기할 때 떠오르는 소극적이거나 순응형의 캐릭터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간 엄존해온 신분ㆍ계급ㆍ빈부ㆍ이념ㆍ사회적 격차의 흥미로운 혼돈상을 남아낸 이 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개성들이 아닐 수 없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