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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인(夢中人) 2*
어젯밤 꿈길에
다녀가신 이
오랜 기억 언저리
통증인 사람
날 위해
발 동동 가슴 졸이던
그 마음
한 조각 남았더라면
눈길 한 번쯤 줄만도 한데
무심히 스쳐가는
뒷모습은
예전의 그니 아니었더라
인연이 다한 사람
함께 모두어
아름답게 흐르는 고마운 세월.
*그대*
매사(每事)
빠르다 좋아 할 것도
느리다 낙담 할 것도 없네
세상사
순리 거스르는 법 어디있던가
실패 속에서도
깨달음이 있는 법
찬찬히 둘러보면
만물이 스승 아니겠는가
아둔하고
무심해
우리 몰랐을 뿐이지.
*이른 봄*
아득한 꿈길 걷다
깨어난 목련
뽀송한 얼굴
햇살 아래 배시시
언 땅 녹이려
훈풍 짬짬이
봄비 실어 나르니
풀물 들이려
종종걸음치는 들녘
꼬리 물고 늘어지는
꽃 시샘 바람에
늑장 봇짐 꾸리는
그대
겨울 나그네!.
*모자*
텅 빈속 보란듯
너는 언제나
온전한 형태
높은 자리에 올라
우쭐대는 널
슬며시 들추어 보면
불현듯 지난날
내 모습이 스친다.
*꽃*
물, 빛, 거름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작품 꽃!
모든 식물은
꽃을 피우는 시기가
절정의 순간이듯
사람 사이에서도
'빛과 그늘'이 암암리 존재하여
제각각 시기에 맞춘
꽃 피우도록 돕는 이 있고
해충 같은 존재 또한
있음을 새겨
마음 다잡고 살아가련다!.
_20180826_
*봉하마을*
연둣빛 잎새
단아한 자태 뽐내던 날
가신님 그리워 걸음 놓은
무수한 인적 스친 봉화산 기슭
이제는
드문드문 방문객 자취만
흙먼지로 떠다니고
비탈진 산길 또르르 굴러온
밤톨, 도토리 알
전령사 역할하며 가을 내음 풍긴다
친환경 오리농법 펼치던 손길
떠나고 없지만
오리는 남아
가신님 기억 더듬게 하는 날
사자바위 올라서 내려다보니
천태만상(千態萬象) 세상사
깨고나면 허무할
한 여름 밤 꿈이로다
부엉이 바위가 그리 말하네
산바람 스쳐 가며 그리 말하네.
*불혹(不惑)*
나이 마흔
불혹의 江 기슭에 닿았습니다
누가 마흔을 불혹이라 했는지
새삼스러움에 돌아보니
새로이 만나는 큰 물결
그것은
당신이라는 이름의 江.
아버지!
당신은 내 인생의 반환점
허나
종착역이 될 것 같은 예감에
정리되지 못한 감정
추스르느라
짧기만 한 봄이 야속합니다.
봄 꿈처럼 달콤하고
엄마 품처럼 아늑한 당신
아무래도 나는
당신의 분신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바람에 바람*
훅 불어온 바람
휑 스쳐갈 바람
바람의 머묾은
죽음이려니
善人의 *바람 진정 아니라
이보게
잠의 神 임하기 전
풀어둔 봇짐 꾸려
어여 떠나가시게!.
(코로나 19에 고함)
*바람: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너와 나*
억겁 인연 중 우린!
한때
바위 한 귀퉁이 이끼로
아웅다웅 자리다툼하다가
동장군 엄포 실은
소소리바람도 되고
치맛자락 나폴대는
산들바람도 되고
소낙비에 불어난
심통 계곡물이 되었다
어느새
먹장구름 뒤 햇살로
빼꼼 고개 내미는
살가운 소싯적 동무.
*소소리바람=꽃샘바람
소소리=회오리
*때를 맞추어*
어느해
이른봄 도로변을 달리다
일찍 피워올린 벚꽃을 보며
너도 참 부지런한 족속 이구나!
일찍 피웠다고
정해진 命이 연장 될 것도 아닌데
어이해 모두들 단꿈꾸는 계절에 저 홀로 피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지
그뜻 헤아릴길 없으나
잠시 생각해본 사물의 命
사람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어차피 정해진 수명이라면
혼자 부지런 떨며 나올것 아니라
때에 맞춰 함께 나와 뽐을 내다가
어깨동무하여 훌훌 떠나는것도
소박한 멋이 아닐까...
같은 무리속에서
얽히고 설키며 평범한 삶 살다가는게
축복이란 생각 든것도 불과 몇해전이니
나도 철이 늦게 든게지
구월 하순 들판은
황금빛 이삭 무르익는데
애처롭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리는 한낮
때를 놓친 매미일까?
늑장 부린 매미일까?
당연히
때를맞춰 탄생한 생명 이겠지만
매미의 울음에 온갖 상념 펼쳐본 오후
이런 저런 공상으로 하루해를 넘기니
8월 한가위가 바짝 다가선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름달 만큼
예쁜 소원 빌어 보리라
한가위엔 내가 아는
모든이에게 축복가득 하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樂*
주위를 둘러보자니
자식이 성장한 후
제 짝 만나 일가를 이루면
그제야 한숨 돌리나 싶지만,
옛날엔
낳고 기르고 짝지어주면
할 일 다했다 하시던
부모님 말씀 은연중 떠올리니
요즘은 그것으로
다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인 경우를
흔하게 마주친다
손주를 기다리며
노심초사하는 부모님께
2세 소식 들려주면 축하 선물!
손주 낳아 안기면 감사 선물!
팍팍한 세상살이
세태에 맞게 맞벌이라도 나서면
안쓰러운 마음에 돌봐야 하는
손주는 온전히 할머니 몫
귀한 며느리 눈치 봐야 하는
불편함을 손주 재롱으로
위안 삼는 오늘날 시어머니
시집간 딸 임신 소식 들리면
입덧으로 못 먹을까
바리바리 음식 해서 나르고
해산에 임박하면
몸조리에 육아까지
떠맡는 친정 엄마
그러고 보면
진정한 역할의 끝이란
세상 하직하는 날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또,
이런 게
세상 사는 樂이라 생각한다면
심신의 건강에 도움 되리라!.
*순리(順理)*
긴 밤을 지나야
새날이 오는 법
미명을 여명을
두루 거치고 밝아오는 이 아침
삶은 이렇게
또 하루를 선사합니다
여기,
어둠을 헤치며
밝음으로 가는 길목
눈 부신 햇살 느낄 수 있음은
우리 살아 있는 者들의 축복
저기,
새싹 돋듯 기지개 켜는
대자연의 소리에
이제
귀 기울일 시간입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자지러질 듯 세찬 매미의 울음과
귀뚜리의 합창이 절묘한 화음 되는 밤
어느덧
매미의 일생을
마감할 시점에 다다른다.
덧없는 세월의 흐름 속에
우리네 일생도
한발한발 마감을 향해 내딛고 있지만
내일이란 희망은
언제나 앞서 기다리기에
오늘도 사뿐 걸음 떼는것이리.
세찬 폭풍 후
하늘 더욱 맑고 푸르듯
제 살 깎는 아픔 겪은 후
성숙한 자아를 발견하는 법
태풍 휩쓸고간 자리의 상흔(傷痕)
더욱 튼실한 새살 돋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가 최상이라는
자위(自慰)와
자기 최면에 빠져보는 것도
힘든 상황 헤쳐나가는
지혜로운 방편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의 하루 되리라!.
*마음이 가는 그곳*
어제는,
부용화 나지막이 줄지어 선 틈 사이로
백일홍, 노랑원추리,
드문드문 고개 내민 남강 변을 달렸어.
신호에 멈추어서 눈길 돌리니
이름 모를 키 작은 풀꽃이
"나 여기 있네!" 방긋 미소를 짓고
하늘 보니
푸름 그대로 간직한 채
강바람도 어제와 같은 날인 데
마음 한 가닥
어디론가 달음질치더라
어디를 저리 바삐 가는 것일까
무얼 찾으려 종종걸음인 것일까
도무지 모르겠더라
조용히 귀 기울이면
초목의 기지개 따라
파릇한 새순 터지는 소리
그리고
시리고 시린 녹음의 합창
가만가만 들려오는데!.
(한빛문학) 2012/6月
*바라밀*
그대에게 난
있는 듯 없는 듯
곁에 머물러
슬금 슬금 땀방울 훔칠
한 줄 바람이고 싶어라!
그대에게 난
가만가만 숨죽인
열정 터트리는 날
불꽃 단숨에 피워올릴
한 줌 뜨거운
불씨이고 싶어라!
그대에게 난
오가는 세월 모퉁이에서
한그루
등 굽은 푸른 솔 되어
천년만년을 살고 싶어라!.
*독백(獨白)*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애틋하게 기다리고 바라도
그것은 때를 맞춰 오는 법이
없더란 걸 알기에
오늘 그대가
간절히 그리웠다 말하지도
그대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지도 않겠습니다
지금은 삼경
저만치 머물던 바람 달려와
여린 잎새 마구 흔들다
달빛에 흠뻑 젖은 나를
휘휘 감아 어디론가 달아납니다
스멀거리는 전율 느끼며
푸른 달빛 아래서
안부 전하는 시간
사랑하는 이여!
오늘 하루 힘들다 하여
고단한 세상이라 말하지 말며
미운 기억으로 스친 사람도
떠올리지 말며
그저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밤 자락 밟으시길 두 손 모읍니다
나
그대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만 이뿐입니다!.
(움막문학) 2011/11月
*가을날의 小曲*
시린 빛의 하늘 아래
금빛 들판
멋진 갈색 물들여 가는 날
행복한
하루의 문이 열리니
들국화 한 다발 안고
님이 오시네
초롬한 치맛자락 끌며
한발 한발
내어 딛는 그 고운 발끝
낙엽 하나 구르다
멈추어선 자리엔
가을 향기 묻어나
삶은 풍요롭고
귓가에 머문
갈대의 노래
감미로움 더하여 가네.
(움막문학)2011/10月보릿대 작품
*약속대로 오실 이*
시절이 어수선해도
항시 같은 모습으로
피는 꽃 바라보는
안쓰러운 마음에
위로인 듯 여린 싹
배시시 미소 지은 날
그대 약속대로 오실 이!
꽃도 없이 해마다
무에 그리 당당한지
사방팔방 가지 펼치는
멋도 없는
무화과나무 아래
향기를 사철
남발하는 로즈메리
복수초 영춘화
용매 백매 홍매 수양매
산수유 처녀꽃 마중 나온
어느 햇살 좋은 날
그대 약속대로 오실 이!
처소處所 없는 바람
정한 곳 없는 세월
어이 잡으랴
피는꽃 앞에 든 나이는
단장丹粧도 무용지물
무심히 두어 보고
밀치고 당겨보아도
끄떡 않더니
때 일러*
약속대로 그대 오시네!.
"때 일러*=때 이르러"
*사군자(四君子)*
춘삼월
마른 가지
매화(梅花) 만발하더니
청초한
혜란(蕙蘭) 향기
온누리로 퍼지네
미끈한 청죽(靑竹)
새잎 돋아
계절(季節) 무르익으니
붓끝에서
만발한 국향(菊香)
나그네 발길을 묶고
절기(節氣)는
사계(四季)의 끝자락을 향하네!.
*귀동냥*
세상사 다 그럽디다!
바닥을 친 후엔
올라갈 일만 남았단 거고
정상에 오르면
내려갈 일 밖에 없다는 거고
절정의 매미소리에
장단 맞춘 잠자리 떼지어 날면
귀뚜리 울어댈 가을이 가깝다는 것!
하지엔 동지가
동지엔 하지가 시작점이라
맹위 떨치는 폭염의 출발점도
혹한에 몸서리친
어느 한 날이었으리
이렇듯
극과 극은 상통하는 거랍디다!
인간사 돌아보면
절절한 미움 끝에
이해와 용서의 싹 움 트나
애당초
원망의 씨앗
자라지 못하도록
배려와 양보
습관처럼 몸에 배도록
마음 단속 단단히 해야
덕(德)으로 돌아온다고
누군가 그럽디다!.
*떠나시는 님* (대통령님 영전에...)
눈부신 오월
화려한 장미의 낙화와 함께
기축년
음력 4월29일 새벽
홀로 먼길 떠나신 님
님의옷깃 부여잡고
차마 놓지 못하니
하얀국화 밟으며
떼는 발걸음
한걸음 천근 이라
두걸음 만근 이라.
님 떠나는 그 날
하늘 잿빛 물 들이고
바람 진종일
숨 죽이 더이다
천갈래 만갈래 갈림길
이제 내려두시고
이승의 무거운 짐
홀홀 벗고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하늘나라에선
부디 평안 하시길
간절히 빌며
님을 보내 드립니다. ▦▦
-이천구년 오월이십구일-
*전환점(轉換點)*
삼라만상은
전환점으로 부터
늘 새롭게 변모를 한다
자연은 춘삼월
봄이 열리는 마당에서,
인과因果는 모든 인연을 계기로
호전또는 악화가 되고
마음의 작용 또한
인연으로 부터
머리에서 일어난 사고가
발끝까지 분주히 전달되어
만삭이 되면
마침내 손끝으로 돌아와
묵혀둔 단어에 새 생명 불어넣으니,
2월의
막바지에 눈 뜬
새로운 탄생 희망!
만물이 태동하는
춘삼월 목전에 두고
김연아 선수의
세계를 정복한 환한 미소로,
손끝
발끝에서 뿜어 나오던
"희망" 이라는 메세지로,
2010년 대한민국엔
특별한 봄이 열릴 것이라
감히 "예지"하여 본다.
*살다 보니*
사는 게 그렇습디다!
서로 뜻 맞지 않는 피붙이
지척에서 연락 좀 없이 살아도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있으니
천애고아(天涯孤兒) 아니란 안도와
이국땅에 나뉘어
만나기 힘든 형제보다
생사조차 모르는 이산가족보다
낫다는 위안하며 살게 됩디다!
맞닥뜨려
그림자처럼 데면데면할 바엔
세상 한 귀퉁이에 묻혀
오가는 바람결에
간간이 소식이나 들으며
아집도 고집도
부질없다는 깨우침
함께 이르게 되길
염원하며 살게 됩디다!.
*단풍이란*
단풍이란
산에 들에
온갖 초목에만 드는 줄 알았는데
아,
사람의 마음에도
단풍 곱게 물듦을 이제 알았네
연록(軟綠) 녹음되고
만산홍엽 나목이 되는
天命 무색한 연륜 앞에서
거스를 수 없는 세월 이제 알겠네
올해,
유난히 아름다운
단풍 눈가에 물 들이며
知天命의 책장 넘기고 있네.
*춘심(春心)*
설중 매화
진중한 그리움 망울 터질제
샛노란 개나리
흐드러진 봄처녀 마음
목련의 하얀 속살
햇살 아래 눈부실 제
춘풍에 겨운 진달래는
수줍은 볼 발그레
산등성이 철쭉은
늦을세라 달려와
분홍 저고리
푸른 치맛자락을
끝도 없이
강산에 펼칩니다 그려!.
*결실, 2011*
혼신으로
산천 불태운 단풍
짧은 나들잇길 끝내고
나목은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겠다
눈 부릅뜨고 달려오는
동장군 기세 앞에
따스한 군불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
숱한 꽃 피고 지며
거듭 옷 갈아입던 초목
갖가지 사연
가지마다 걸어두고
내년을 기약하는 시점
삼라만상은
늘 전환점이 있기 마련인지라
등단과 더불어
내적으로 꽉 찬 결실 거둔 신묘년
과분한 축복에
거듭 머리 조아리며
남은 생애
겸허한 마음으로 살리라
거듭 다짐하는 신묘년 동짓달 열 나흗날.
*회상(回想)*
층층이 이어지는
하얀 포말 회색빛 바다
난무하며 날아오르는
채석강 물거품에 넋 놓으며
벅참과 떨림으로 마주한 서해
거대한 새만금 갯뻘에
우리는 또 얼마큼
가해자가 될는지
측정조차 할 수 없어
온몸으로 퍼지던 전율
그 멋진 서해의 낙조
마주할 수 없었지만
황홀한 일출 기약하던 지평선
가슴에 문신처럼 새긴
서해로의 첫걸음.
*만남 2*
제 살 깎아
오뚝 날 세운
연필심처럼
감출수 없는
마음 심지 돋우어
등잔불 밝혀
세상 하나뿐인
그대 마중하려네.
(2019 한빛 시화전)
*메타 세쿼이아*
아득한 기개는
하늘 맞닿을 기세
풍성한 잎새 아랑곳 없이
가지런한 어깨
신비로운 곡선
그대곁에
기대어 서면
태고의 숨결 들리어 온다.
*모른다*
그대 열정
꽃이 되기 전
서리꽃 마디마디 피우며
만남보다 긴 이별에 들 줄
그땐 몰랐다
국화 꽃잎처럼 빼곡한 추억
고개 떨구니
단풍잎엔 이름만 달랑거리고
바람이 실어 온 그대 소식에
나 이렇게 담담해질 줄
이토록 아슴하게 떠오를 줄
그땐 몰랐다
얼마큼 세월 흘러야
기억에서 지워질는지
아직도 난 잘 모른다!.
*가을 앞에서*
조석朝夕
서늘한 바람
손끝에서
교감交感 이루는 계절
여름
그 찬란 함에 눈먼 나
능소화 꽃잎 되어 귀 활짝 펼치니
가을 산 어깨 너머로
철지난 바다 울음 가만 가만 들린다.
(2013 움막문학 시화전)
*환생*
앞뜰 뒤뜰과
텃밭 가장자리에
200 여종이 넘는
화초와 꽃나무 심고 가꾸다 보니
그들의 특징과 성질
자연스레 파악한다
고대광실 양갓집 규수 같은
화초도 곱고 사랑스럽지만
볼품없이 생명줄만 유지하다
어느 날
기대 이상의 꽃대 밀어 올리는
야생화도 퍽이나 매력적이다
이 꽃 저 꽃 모두 어여뻐
품고 싶은 마음
주체할 수 없으니 어찌 하오리!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줄기차게 피고 지는
꽃들과의 교감 속에
어느 하루 문득 재미있는 생각...
"여인을 흔히 꽃에 비유하는 연유로!"
아마도 나의 전생(前生) 카사노바는 아니었을까?.
*단감*
노을빛 연정
가슴에 품고
금빛
매일 살라 먹어도
차마
붉을 수 없는
단단한 속내
농익은 가을
아삭한 사랑의 결실
(2015 한빛 시화전)
*꽃*
제 멋에 겨워
살랑 거리다
불시에 덮친 광풍 한줄기
꽃잎 떨구고 달음질 친들
애당초
나는 꽃이 었거니
(2017 한빛 시화전)
*낭만가*
토요일
새벽길을
부지런히 달려서
토함산
석굴암의
일출과 마주하면
사심은
어느 사이
구름 속에 가리고
인걸의
자취와 함께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든다.
*소진(素眞)*
지그시 눈 감으면
야무진 손끝으로
매콤 달콤 쌉싸름
더불어
구수함 전하는 그대!
때로
봄 뜨락 목련인 듯
청초한
혜란(蕙蘭)인 듯
심해(深海)에서 끌어온
해초향인 듯 건네는 그대!
먼 곳 향하는
아련한
그대 눈빛 따라가는 날
그곳에서
불현듯
열아홉 소녀를 만나게 되네.
_문인화 동인 素眞에게_
*현강(岘剛)*
섬섬옥수
그대 손끝에서
피어나는 꽃송이
벌 나비
금세라도 날아와
앉을듯하고
재잘재잘 상큼한
그대 입담은
여름날
한줄기 소낙비처럼
청량한 웃음 머금게 하네
화선지 위로
계절도 없이
피고 지는 꽃처럼
사철
웃음꽃 피워내는
사람아 그 사람아!.
_문인화 동인 岘剛에게_
*아헌(雅軒)*
화사한 얼굴
함초롬한 미소
다소곳한 자태의
그대 한 송이 부용(芙蓉)!
바지런한 하룻길
어둑살 내리면
펼친 꽃잎 접어
살포시
하루의 강 건너는 그대!
오묘한 색채
풍성한 삶의 빛깔로
어여쁜 꽃피우며
기쁨과 행복의
전령(傳令)이 되어
그대,
매일 거듭나길
간절히 바람합니다!.
_문인화 동인 雅軒에게_
*바라오니*
서로 눈빛 마주한
허접한 수다에도
소중한 행복
깃들어 있다는 것과
갖지 못해 안달함 보다
가진 것 지켜냄이
더 나음이라는 걸
알게 하시고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는
세상 이치를 보며
어느 것이 나은가
앞 세우기 전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
먼저 떠올리게 하시고
바라오니 부디 오늘도
손에 쥔 것 놓친 후에
가치를 알게 되는
우매한 자
되지 않게 해주옵소서!.
*또랑*
새침데기 하늬바람
가슴으로 파고들면
거슬러 오는
까마득한 기억의 강
유년기 마당 앞
또랑* 담벼락이
그땐 왜 그리 커 보였는지
시간 흐르니 알게 되건만
그곳
어떤 사연 숨어있길래
비거스렁이*에
슬금슬금 다가와
이날 이때껏 반복되는지
또랑또랑**
기억 떠올려봐도
세월은 오늘도 묵언 수행 중!.
*또랑(도랑)_좁고 작은 개울
*비거스렁이_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시원해지는 일
**또랑또랑_조금도 흐리지 않고, 아주 밝고 똑똑한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