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도망치는 오응웅
공주의 두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했다.
[위 백작 나으리, 저는 그대의 종이에요. 제가 그대의 시중을 들어 드 리겠어요.]
두 팔을 뻗치더니 그를 꼭 껴안았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안 돼. 안 돼요.] [좋아요. 나는 황제 오라버니에게, 그대가 지난 번 나를 능욕하고 나를 시켜서 오응웅 그 녀석을 고자로 만들도록 했는데 지금은 나를 아랑곳 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겠어요.]
그녀는 손을 뻗쳐 그의 사타구니를 어루만졌다. 위소보는 몸이 후끈 달 아올라 참지 못하고 그녀를 으스러져라 껴안고 뜨거운 정을 나누었다. 한참 후에야 두 사람은 침전에서 나왔다. 공주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 고 말했다.
[황상께서 나찰국 공주의 일을 나에게 들려주라고 분부했는데 어째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예요?] [소신은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이야기할 기운이 없어지고 말았습니 다.] [그러면 다음에 다시 와서 요동에서 여우 요정을 잡던 일을 이야기해 줘요.]
위소보는 곁눈질로 그녀를 쳐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소신은 더 말할 기운조차 없습니다.]
공주는 깔깔 웃더니 냅다 손을 들어 철썩, 하고 그의 따귀를 갈겼다. 건녕궁의 태감과 궁녀들은 모두 옛날 사람들이라 평소 공주가 간드러지 면서도 거친 성격임을 알고 있는지라 그녀가 손을 써 사람을 치는 것을 보고 하나같이 생각했다. (공주는 시집을 갔는데도 옛날 성질을 조금도 바꾸지 못했구나. 위 백 작 나으리는 황상께서 가장 총애하는 대신인데 감히 그를 때리다니.) 두 사람은 서재로 돌아와 강희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날은 이미 어 두워져 있었다. 강희는 맞은편 탁자 위에 커다란 지도를 펴놓고 한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황제 오라버니, 태후의 몸이 불편해서 뵙지 못했어요. 며칠 후에 다시 문안드리러 오겠어요.]
강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음에 황태후께서 너를 보려고 전갈을 할 때 다시 오려므나.]
그는 오른손으로 지도를 손가락질하며 위소보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귀주에서 운남으로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광서성으로 나왔 지. 그런데 어느 길이 가기가 더 쉽던가?]
그는 운남의 지세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운남의 산은 매우 높아서 귀주에서 들어가든 광서에서 들어가든 모두 험난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산길은 수레가 통과하지 못할 정도였으며 공주는 가마를 타야 했고 소신은 말을 타야 했습니다.]
강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생각이 난 듯 태감에게 분부했다.
[병부거가사랑중(兵部車駕司郎中)을 불러 들여라.]
그리고 고개를 돌려 공주에게 말했다.
[너는 돌아가거라. 부마가 기다리겠다.]
공주는 조그만 입술을 뻐죽거리며 말했다.
[그는 저를 기다리지 않아요.]
그녀는 위소보와 몇 마디의 말이라도 더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황제가 신하를 불러들이고 어떤 국사의 일에 질문할 일이 있는 것 같아 말했 다.
[황제 오라버니, 밤이 어두웠어요. 그런데도 나라의 큰일을 걱정하시는 군요. 옛날 부황께서도 황제 오라버니처럼 이토록 정무에 바쁘시지는 않았어요.]
강희는 부황이 오대산에 외롭게 출가해 있음을 상기하고 속이 쓰라린 것을 느꼈다.
[부황께서는 총명하고 지혜로우시다. 그분께서는 한 시진이면 할 수 있 는 일을 나는 세 시진은 해야 끝낼 수가 있구나.] [모두에게 듣기로 황제 오라버니는 하늘이 내리신 똑똑한 사람으로, 천 고에 드물대요. 모두들 감히 황제 오라버니가 부황보다 뛰어나다는 소 리는 직접 하지 않았지만, 보기 드문 훌륭한 황제라고 했어요.]
강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중국 역대의 훌륭한 황제들은 많기도 하지. 요순우탕은 말할 것도 없 고 한문제(漢文帝), 한광무(漢光武), 당태종(唐太宗) 같은 명군은 정말 사람들로 하여금 존경심을 금치 못하게 하지.]
공주는 강희가 말을 할 때 여전히 눈 한번 돌리지 않고 지도를 바라보 는 것을 보고, 위소보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위소보를 가리키다가 다 시 자기를 가리켰다. 그것은 위소보에게 수시로 자기를 찾아와 달라는 뜻이었다. 위소보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공주는 강희에게 절을 하며 작별을 고했다. 잠시 후 강희는 고개를 들 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든 대포는 너무 무겁고 커서 산길로 운반할 수 없 을 것 같구나.]
위소보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곧 강희가 대포를 운남으로 가져가서 오삼계를 공격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신은 멍청해서 그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좋기로는 작은 포들을 많이 만들어 두 필의 말이 끌 수 있도록 한다면 운남으로 들어가는 것이 한결 수윌해질 것입니다.]
강희는 말했다.
[산지(山地)에서 싸움을 하면 천군만마가 일제히 돌진할 수 없으니 보 병이 기마병들보다 더욱더 중요하네.]
얼마 후 병부거가사(兵部車駕司)에서 세 명의 만랑중(滿郎中)과 한 명 의 한랑중(漢郎中)이 왔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강희가 물었다.
[마필은 준비되었는가?]
병부거가사가 관리하는 것은 역마로 문서를 전달하고 말을 돌보는 일이 었다. 즉시 그들은 그 내용을 상세히 상소했으며, 이미 서역과 몽고에 서 얼마나 많은 말들을 구입했으며 관외에서 더 많은 마필들을 옮겨 왔 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미 팔만오천여 필의 좋은 말을 구해 놓 고 있는데, 지금도 계속해서 구입하여 기르고 있다고 했다. 강희는 무 척 기뻐하며 몇 마디 칭찬의 말을 했다. 네 명의 낭중은 큰절을 하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했다. 위소보는 갑자기 입을 열고 말했다.
[황상, 소문에 들으니까 사천과 운남성의 말들은 관외나 서역의 말과는 달리 몸집이 작으나 지구력이 있어 산길을 잘 탄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강희는 네 명의 낭중에게 물었다.
[그게 사실인가?]
한인 출신의 낭중이 대답했다.
[황상께 알립니다. 사천성과 운남성의 말은 참을성이 많고 무거운 짐을 잘 감당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구력이 매우 강합니다. 산길을 가는 데는 정말 좋지요. 하지만 평지에서 돌격을 하고 적진을 때려부수는 데 있어서는 구마(口馬)와 서역마(西域馬)들에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그 렇기 때문에 군중에서는 사천성의 말이나 운남성의 말은 사용하지 않습 니다.]
강희는 위소보를 한번 쳐다보더니 낭중에게 물었다.
[혹시 우리가 사천성과 운남성의 말을 몇 필이나 가지고 있는지 아는 가?]
그 낭중은 말했다.
[황상께 알립니다. 사천성과 운남에 주둔하고 있는 군에서는 사천성의 말과 운남성의 말이 많습니다만 다른 지방에서는 보기 드물답니다. 호 남에 주둔하고 있는 군에 오백여 필 정도가 있을 것입니다.]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 보게.]
그는 신하들에게 자신이 직접 운남성을 치려고 한다는 계획을 누설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네 명의 낭중이 물러간 후에야 위소보에게 말했다.
[그대가 깨우쳐 줘서 천만다행이야. 내일 바로 성지를 내려서 사천성의 총독으로 하여금 급히 서천성의 말들을 구입하도록 해야겠군. 이 일에 관해서는 밖으로 말이 새어서는 안 되네.]
위소보는 갑자기 혜벌쭉 웃으며 매우 의기 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강희 는 물었다.
[왜 그러는가?]
위소보는 웃었다.
[오 부마에게 한 떼의 운남성 말들이 막 운남에서 옮겨져 왔습니다. 그 는 그 말들이 오랫동안 달리며 힘이 무척 좋다고 했습니다. 소신은 믿 을 수가 없어 그와 말 시합을 하기로 하고 내기를 걸었습니다. 사천말 이 정말 지구력이 있는지 나중에 시합을 해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그와 한번 시합을 해보게. 그런데 어떻게 시합을 하 는 거지?] [우리들은 모두 열 번을 겨루기로 했는데 먼저 여섯 번을 이기면 이긴 것으로 정했죠.] [열 번의 시합만으로는 운남성의 말이 좋은지 알아내기가 힘들걸? 그대 는 그들이 몇 필의 운남성 말을 가져왔는지 알고 있는가?] [제가 보기에 그의 마구간에는 오륙십 필의 말이 있었으며 모두 새로 옮겨 온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그와 대여섯 번을 겨루도록 하게. 먼길을 달릴 수 있 는가 없는가를 시험해 보려 한다면 산길을 달리게 하는 방법이 가장 좋 을걸세.]
그는 위소보의 얼굴이 약간 이상야릇한 것을 보고 말했다.
[제기랄! 못나게시리 왜 궁상맞은 표정을 짓고 있는가? 만약 지게 된다 면 그 내기에 건 돈은 내가 대신 내줌세.]
위소보는 황제에게 오응웅의 마구간에다 이미 수작을 부려 놔 이번 시 합에서 자기가 십중팔구 이기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합을 하여 황제가 운남성의 말이 쓸모없는 말이 라고 단정하게 된다면 장래 군사를 거느리고 전쟁을 할 때 큰일을 그르 치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것은 결코 내기에 건 돈 때문이 아니라....]
강희는 갑자기 어, 하더니 말했다.
[운남의 말이 지구력이 있다면 오응웅이라는 그 녀석은 그토록 많은 운 남의 말을 북경으로 데리고 와서 무엇을 한다지?]
위소보는 웃었다.
[아마도 뽐내기 위해서겠지요. 그리고 자신의 운남 말을 자랑하고 싶었 기 때문일 겁니다.]
강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틀렸네. 그....그 녀석은 도망치려는 것일세.]
위소보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도망을 쳐요?] [그렇지.]
강희는 큰소리로 외쳤다.
[게 누구 없느냐?]
그리고 태감에게 분부했다.
[즉시 성지를 내려 아흡 개의 궁 문을 꼭 잠그고 아무도 성을 빠져나가 지 못하게 해라. 그리고 부마 오응웅을 궁으로 불러들여 짐이 그를 만 나야 한다고 전해라.]
몇 명의 태감들이 즉시 대답하고 나가서 성지를 전했다. 위소보는 얼굴 이 약간 변해서 물었다.
[황상, 오응웅이라는 녀석이 그토록 대담하게 도망을 치려고 한단 말씀 입니까?]
강희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무쪼록 나의 짐작이 틀리기를 바라네. 그렇지 않다면 즉시 오삼계를 상대로 군사를 일으켜야 하네. 그러나 우린 아직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단 말일세.] [우리가 아직 준비를 하지 못했다면 오삼계 역시 준비를 다했다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강희는 얼굴에 깊은 근심의 빛을 띠고 말했다.
[아닐세. 오삼계는 운남으로 가기도 전에 이미 군사를 모으고 말을 샀 으며 반란을 일으킬 작심을 했네. 그는 이미 십여 년 동안 그 일을 해 왔지만 나는 겨우 이 년밖에 준비를 하지 못했단 말일세.]
위소보는 즉시 위로의 말을 했다.
[하지만 황상께서는 총명하고 지혜가 있으시니 일 년 준비로 오삼계가 이십 년 준비한 것과 맞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강희는 발을 들어 그에게 발길질을 하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내가 그대에게 한 번 발길질을 하면 오삼계 그 늙은 녀석이 나에게 스 무 번 발길질을 하는 것과 맞먹을 수 있겠는가? 제기랄! 소계자, 그대 는 오삼계를 얕잡아 보지 말게. 그 늙은 녀석은 싸움에 있어서 용병술 을 잘 알고 있네. 이자성처럼 무서운 자도 그에게 지지 않았는가? 조정 에는 그의 적수가 될 만한 장군이 없네.] [우리들은 많은 인원수로 이기는 것입니다. 황제께서 열 명의 장군을 내보내 열 명이 그 한 사람을 공격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래도 능력 있는 대원수가 있어야 하네. 나의 수하에 서달이나 상우 춘, 혹은 목영 같은 장수가 있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황상께서 어가로 친정(親征)하신다면 서달이나 상우춘, 목영보다 뛰어 나실 겁니다. 당년 명태조가 진우량(陳友諒)을 공격할 때 역시 어가로 참전하지 않았습니까?] [그대는 그저 아첨만 떠는군. 정말 똑똑하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알 아야 한다네. 군사를 거느리고 전쟁을 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야. 나는 한 번도 싸움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어찌 오삼계의 적수가 되겠는가? 수 십만의 병마를 한 번이라도 잘못 지휘하면 일패도지할 것일세. 명나라 토목보(土木堡)의 변고만 해도 황제가 태감 왕진의 말을 믿고 어가로 친정했다가 수십만의 대군이 멸망당하지 않았는가? 황제까지도 적에게 잡혀갔었지.]
위소보는 깜짝 놀라 재빨리 말했다.
[황상, 소신은 가짜 태감입니다.]
강희는 껄껄 웃었다.
[그대는 두려워할 것 없네. 설사 그대가 진짜 태감이라고 해도 나는 명 나라 영종(英宗)과 같은 혼군이 아니니 어찌 그대가 터무니없는 짓을 하도록 내버려두겠는가?] [맞습니다, 맞습니다. 황상의 신기묘산은 대단하지요. 연극에서도 말하 고 있지 않습니까? 무슨 천리 밖이라고 하던가요.]
강희는 웃었다.
[그 말은 너무 어려워 그대에게 기르쳐 주지 않겠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태감이 와서 구문제독(九門提督)이 이 미 성지를 받들고 성문을 닫았다는 전갈을 했다. 강희가 안심하려는 순간 다른 한 명의 태감이 곧이어 와서 상주했다.
[부마는 성 밖에 사냥을 하러 간 후 돌아오지 않았으며 성문은 이미 닫 혔으니 성을 나가 불러들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강희는 탁자를 한 번 내리치더니 벌떡 몸을 일으키며 부르짖었다.
[정말 떠났군.]
그는 물었다.
[건녕 공주는?] [황상께 알립니다. 공주 전하께서는 아직도 궁 안에 계십니다.]
강희는 분노한 어조로 말했다.
[그 녀석은 부부의 정도 전혀 없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 소신이 가서 그 녀석을 잡아오겠습니다. 그는 오늘 소신과 말 시합을 가지기로 했는데 갑자기 사냥을 나가다니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강희는 그 태감에게 물었다.
[부마는 언제쯤 성을 빠져나갔는가?] [황상께 아룁니다. 소신이 부마 댁으로 가서 성지를 전할 때, 부마 댁 의 총관은 오늘 이른 아침 부마께서 성을 나서서 사냥을 갔다고 했습니 다.]
강희는 코웃음을 쳤다.
[이 녀석은 틀림없이 이른 아침 상가희와 경정층이 성지를 받들어 번왕 에서 물러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의 아비가 즉시 반란을 일으 키려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재빨리 뺑소니를 친 것일세.]
그는 고개를 돌려 위소보에게 말했다.
[그가 떠난 지 이미 대여섯 시간이 되었으니 쫓아가지 못할 것일세. 그 는 운남에서 사십 필이나 되는 말들을 데려왔으니 말을 바꿔가며 곤명 으로 도망치고 있을 것일세.]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황상께선 정말 귀신처럼 일을 헤아리시는구나. 그가 운남의 말을 많이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그가 뺑소니칠 것을 짐작하셨구나.) 그는 강희의 안색이 좋지 못한 것을 보고 함부로 아첨을 떨지 못했다. 그러나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말했다.
[황상께서는 안심하십시오. 어쩌면 그 녀석을 잡아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방법이 있는가? 터무니없는 소리! 만약에 운남의 말이 정말 지구력이 강해서 이미 북경을 떠나 멀리 가서 옷을 바꾸어 입는다 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일세.]
위소보는 말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오응웅의 운남 말들에게 파두를 먹였 는지 먹이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어 감히 황제 앞에서 큰소리를 칠 수 는 없었다.
[임금님의 녹을 먹게 된다면 충성을 다하라고 했습니다. 소신이 이대로 쫓아가도록 하지요. 정말 쫓아갈 수 없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 니다만.]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는 붓을 들고 신속히 한 장의 유시를 써서 옥쇄를 꾹 눌러 찍고 구명 제독에 명하여 성문을 열어 위소보를 내보내라고 분부했다. 그리고 말 했다.
[그대는 효기영의 군사를 많이 데려가도록 하게. 오응웅이 만약에 항거 한다면 손을 써서 공격하도록 하게나.]
그는 군사를 움직일 수 있는 금부(金府)를 위소보에게 건네주었다.
[영을 받들겠습니다.]
그는 유시를 받들고 나는 듯 밖으로 달려나갔다. 공주는 궁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위소보가 재빠른 걸음으로 달려나오는 것을 보고 불렀 다.
[소계자, 뭐하는 거예요?]
위소보는 부르짖었다.
[야단났소! 그대의 지아비가 도망쳤소!]
그는 조금도 멈추지 않고 더욱 빨리 달렸다. 공주는 욕을 했다.
[이 죽일 놈의 태감 같으니. 버릇없이! 빨리 거기 서요.] [나는 공주를 대신해서 공주의 지아비를 잡으러 가는 것이외다. 끓는물 속이라도 마다하지 않겠으며 밤길을 도와 걸음을 늦추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이면서 그는 이미 멀어져 가고 있었다. 위소보 는 궁 밖에 이르자 즉시 말에 올라타고 백작부로 말을 몰았다. 집 안에 들어서니 조양동이 장용 등 세 장수와 더불어 대청에서 술을 마시고 있 었다. 그는 즉시 몸을 돌려서 수십 명의 친위병들을 불러서 장용 등 세 명의 장수를 사로잡으라고 호통을 내질렀다. 친위병들은 즉시 세 장수 를 포박했다. 장용이 늠름하게 물었다.
[도통대인, 소장이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의 유시가 이곳에 있네. 자네와 더 말할 여가가 없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유시를 쳐들어 보이고 명령을 내렸다.
[효기영 군사 천 명과 어전시위 오십 명을 불러라. 마필을 준비해라.]
친위병은 즉시 영을 받고 물러갔다. 위소보는 조양동에게 말했다.
[조 총병, 오응웅이라는 녀석이 도망을 쳤소. 오삼계가 반란을 일으키 려고 할 것이오. 우리는 서둘러 그를 잡아와야 하오.] [그 녀석은 정말 대담하군요. 비직은 아무쪼록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장용과 왕진보, 손사극 세 사람은 깜짝 놀라서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 다. 위소보는 친위병에게 말했다.
[이 세 사람을 잘 지켜라. 조 총병, 갑시다.]
장용은 부르짖었다.
[위 도통, 우리는 서량(西楮) 사람이며 대청나라의 벼슬을 하고 있는 것이지, 한 번도 평서왕의 직계가 돼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삼 개월 전만 해도 감숙성에서 무관으로 지냈는데 후에 운남으로 옮겨져서 일을 보게 되었으나 줄곧 오삼계의 배척을 받아왔습니다. 그가 우리 세 사람 을 운남에서 떠나게 한 것은 바로 우리 세 사람이 역모에 참가하지 않 을 것을 알고 그의 큰일을 그르칠까 두려워서입니다.] [내가 그대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소?]
손사극은 말했다.
[오삼계가 작년에 저의 목을 자르려는 것을 장 도독께서 애써 보장해 주셨기 때문에 이 머리통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마음 속으로 그 늙은 후레자식을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하고 있습니다.]
장용도 말했다.
[우리 세 사람이 만약 오응웅과 함께 모의를 했다면 어째서 함께 도망 치지 않았겠습니까?]
위소보는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좋소. 그대들이 오삼계와 한 패거리가 아니라면 나중에 다시 자세히 심문을 하겠소. 조 총병, 사람을 뒤쫓는 것이 중요하니, 우리는 갑시 다.] [도통대인, 왕 부장은 말 발자국을 살펴보는 데 뛰어납니다. 그는 운남 말의 말발굽형을 대번에 알 수 있답니다.]
장용의 말에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재간은 꽤 쓸모가 있겠구려. 하지만 그대들을 데려갔다가 도중에 만약 훼방이라도 놓는다면 나는 그대들에게 크게 당할 것이 아니겠소?]
손사극은 낭랑히 외쳤다.
[도통대인, 그대는 소장을 이곳에 묶어 두고 장 제독과 왕 부장을 데리 고 쫓아가도록 하십시오. 그들 두 명이 만약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그대가 돌아와 한칼에 소장을 죽이도록 하십시오.] [좋소. 그대는 꽤나 의리가 있군. 이 일은 내가 어떻게 결정을 할 수가 없구만. 자, 장 제독. 내가 그대와 세 번 주사위를 던지도록 하겠소. 그대가 이기면 그대의 말을 듣도록 하고 만약 내가 이기면 부득이 세 분의 머리통을 빌려서 사용하는 수밖에 없소.]
그는 장용이 다른 말을 하기 전에 즉시 큰소리로 외쳤다.
[게 누구 없느냐? 주사위를 가져오너라!]
왕진보가 말했다.
[소장의 몸에 주사위가 있습니다. 밧줄을 느슨하게 해준다면 소장이 그 대와 내기를 하겠습니다.]
위소보는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친위병에게 그의 밧줄을 느슨하게 해주라고 명령을 했다. 왕진보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세 개의 주 사위를 꺼내서 사르락 소리가 나도록 흔들더니 탁자 위에 던졌는데 그 수법이 무척 숙련되어 있었다. 위소보가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주사위를 가지고 다니지?] [소장이 한평생 좋아하는 것은 도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사위는 항 상 지니고 다니지요. 같이 도박할 사람이 없으면 왼손과 오른손이 겨룬 답니다.]
위소보는 크게 흥미가 솟구치는 것을 느끼고 물었다.
[자기의 왼손과 오른손으로 도박을 하게 된다면 잃고 지는 것을 어떻게 따지지?] [왼손이 지게 되면 오른손이 왼팔을 주먹으로 한 대 치고 오른손이 지 면 왼손이 오른팔을 한 대 갈기는 거죠.]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 그것 재미있군. 재미있어! 노형은 내 뜻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 아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오. 자, 두 분 장군을 풀어 드려라. 왕 부장, 나는 세 번을 던지겠소. 그리고 이기고 지는 것과 상관없이 그대는 나 를 따라 오응웅을 잡도록 하시오. 만약 내가 이긴다면 조금 전 세 분에 게 무례하게 대한 것을 보상하는 것으로 합시다. 그리고 만약 그대가 이긴다면 내가 세 분에게 큰절을 하고 사과를 드리도록 하지.]
장용 등 세 사람은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똑같이 말했다.
[하하! 그것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위소보가 주사위를 들고 던지려 할 때 친위병이 달려들어와 보고를 했 다. 효기영의 군사와 어전시위들이 모두 모여서 영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위소보는 주사위를 거두고 말했다.
[일을 지체하면 안 되니 빨리 오응웅을 쫓아야겠소. 이보다 더 급한 일 이 어디 있겠소? 네 분의 장군도 같이 떠나도록 합시다.]
그는 장용, 조양동 등 네 사람을 거느리고 효기영 군사와 어전시위를 확인한 후 남문으로 성을 나가 추격을 시작했다. 왕진보는 앞장서서 수 마장을 뒤쫓아가더니 말에서 내려 길에 난 발자국을 보고 말했다.
[도통대인,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일행은 방향을 꺾어 동쪽으로 갔군요.] [그것 참 이상하군. 그가 운남으로 도망치려고 한다면 마땅히 남쪽으로 가야 옳지 않겠소? 좋소, 모두들 동쪽으로 갑시다.]
조양동은 속으로 의심이 이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동쪽으로 도망친다는 것은 너무나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혹시 왕진 보라는 녀석이 일부러 길을 잘못 선택하도록 해서 오응웅으로 하여금 도망치게 하자는 것이 아닐까?) 그는 말했다.
[도통대인, 소장은 다른 한 떼의 인마를 데리고 남쪽으로 쫓아가면 어 떻겠습니까?]
위소보는 왕진보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 노기가 번진 것을 보 고 말했다.
[그럴 필요없네. 모두들 왕 부장의 안내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 좋겠소. 사천 말은 그가 키운 것이니 그가 잘못 알 리가 없을 것이오.]
그는 친위병들에게 분부하여 무기를 장용 등 세 사람이 선택하도록 했 다. 장용은 한 자루의 큰 칼을 들고 말했다.
[도통대인께서는 나이가 젊으시지만 아량이 정말 대단하시군요. 우리는 운남에서 온 군관이고 오삼계가 반란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도통대인께 서는 놀랍게도 우리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대할 뿐 아니라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는군요.] [그대는 칭찬하지 마시오. 나는 이번에 모든 은자를 다 건 셈이오. 이 기면 크게 이기는 것이고, 또한 오응웅을 잡게 된다면 그대들 세 분과 같은 절친한 친구를 사귀게 되는 것이 아니겠소? 그리고 져도 기껏해야 노형에게 한 번의 칼질을 당하기밖에 더하겠소?]
장용은 크게 기뻐서 말했다.
[우리 서장의 사내들은 영웅호걸 사귀기를 가장 좋아한답니다. 위 도통 께서 그렇게 봐 주시니 이 장가는 한평생 그대를 위해 목숨을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칼을 땅바닥에 던지고 위소보에게 큰절을 했다. 왕진보와 손사극 역시 큰절을 했다. 위소보는 말에서 내려 큰길에 엎드려 반례를 했다. 네 사람은 절을 한 후에 몸을 일으켜 서로 마주 보며 껄껄 소리내어 웃 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조 총병, 그대 역시 이리로 오시오. 모두들 함께 절을 합시다. 그러면 이후에는 형제와 같은 사이로 맺어지게 될 것이고, 복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당하게 될 것이오.]
조양동이 말했다.
[저는 왕 부장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가 오응웅을 잡으면 그때 가서 그와 의형제를 맺도록 하지요.]
왕진보는 화를 내며 말했다.
[내 비록 계급이 낮기는 하나 떳떳한 사내대장부요. 내 어찌 그대와 의 형제 맺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겠소?]
그는 말에 오르더니 질풍같이 앞쪽으로 추격해 갔다. 동쪽으로 십여 리 를 달려가더니 말에서 내려 길에 난 발자국과 말이 갈긴 똥을 살핀 후 눈살을 찌푸렸다.
[이상하군. 이상해.]
장용이 재빨리 물었다.
[어떻게 된 것인가?]
왕진보가 대답했다.
[말의 똥이 죽 같군요. 어떻게 된 연고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우리 운남성 말의 똥 같지가 않습니다.]
위소보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서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맞았소. 이것은 틀림없는 진짜요.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오 응웅의 말들이오.] [말 발자국은 틀림없습니다만 말똥이 너무나 이상합니다.] [이상할 것 없소. 이상할 것 없소. 사천성의 말이 북경성에 올라오자 물이 달라졌기 때문에 설사를 하는 것이오. 어쨌든 칠팔 일 간은 설사 를 해야 나을 것이오. 말똥이 물죽 같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운남성 말 이외다.]
왕진보는 위소보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빛이 이상야릇하고 웃는 듯 마는 듯한 것을 보자 반신반의하였으나 계속 앞으로 추적해 나갔다. 다시 한동안 달리자 발자국이 동남쪽으로 꺾어져 들어갔다. 장용이 말 했다.
[도통대인, 오응웅은 당고(塘沽)에서 바다로 나갈 작정인가 봅니다. 그 는 해변에 배를 준비했을 것입니다. 바닷길을 통해 광서로 갔다가 다시 운남으로 돌아 들어가면 길에서 관군에게 잡히는 것을 면할 수가 있습 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소. 북경에서 곤명으로 가는 길은 수십만 리나 되는 길이라 관병 에게 저지당할 우려가 있으니 역시 바닷길로 가는 것이 한결 편안할 것 이오.] [우리들은 빨리 뒤쫓아가야겠습니다.]
장용의 말을 듣고 위소보가 물었다.
[어째서요?] [북경성에서 해변까지는 수백 리에 불과합니다. 그는 말의 힘을 아낄 필요가 없으니 목숨을 걸고 빨리 달아날 것입니다.] [그렇소, 그렇소. 장형은 귀신처럼 일을 혜아리는군. 과연 대장수가 될 만한 재질을 지니셨소.]
장용은 그가 자기를 형이라고 불러 주자 속으로 아주 기뻐했다. 위소보 는 고개를 돌려 명령을 내렸다. 일대의 효기영이 재빨리 달려가 당고 입구의 수군들에게 영을 내려 해상의 어구를 봉쇄하도록 하고 모든 배 들을 바다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한 명의 좌령(佐領) 이 그 명령을 받들어 군사들을 이끌고 달려갔다. 얼마 후 길 옆에 두 필의 말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운남성 말이었다. 장 용이 기뻐서 말했다.
[도통대인, 왕 부장이 뒤쫓아온 이 길은 정말 틀림이 없었소이다.]
왕진보는 울상에다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위소보가 물었다.
[왕 셋째 형, 어째서 즐거운 얼굴이 아니시오?]
(나는 셋째가 아닌데 어째서 셋째 형이라 부를까?) 왕진보는 이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소장이 기른 운남성의 말들은 그야말로 모두가 천 마리 중에서 한 마 리를 뽑은 훌륭한 말인데 어찌해서 설사를 하고 길 옆에 쓰러져 죽어 있는지 모르겠군요. 설사 오응웅이 죽어라 하고 길을 재촉한다 해도 말 들이 이토록 형편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말 애석하군요. 정말 애석해 요.]
위소보는 그가 말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감히 파두를 먹인 사실을 들먹일 수 없어서 말했다.
[오응웅이라는 녀석은 자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좋은 말들을 지쳐 서 죽게 만들었으니 그야말로 왕 셋째 형의 심혈을 헛되게 했구려. 제 기랄, 그 녀석은 사람이 아니외다.] [오삼계의 집안 사람들은 정말 좋은 사람이 없습니다. 군사가 되어서 말을 아끼지 않는다면 결국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왕진보는 한숨을 내쉬며 아쉬워했다. 몇 리도 가지 않아서 다시 세 필 의 말이 깊 옆에 쓰러져서 죽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가면 갈수록 죽은 말들이 더욱 많아졌다. 장용은 갑자기 말했다.
[도통대인, 오응웅의 말은 나쁜 것을 먹고 제대로 뛰지를 못합니다. 그 러니 그가 말에서 내려 마을로 도망쳐 숨는 것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장형은 어떤 일이든 한 수 앞을 헤아려 내다보는군요. 형제는 탄복했 소이다.]
그는 즉시 효기영에 영을 내려 사방으로 흩어져 에워싸듯 하고 나아가 도록 만들었다. 과연 몇 마장 가지 않아 북쪽의 효기영 군사들이 큰소 리로 환호했다.
[오응웅을 잡았다!]
위소보는 기뻐서 소리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보니 큰길가에 밭 이 있는데 그 밭을 수백 명의 효기영 군사들이 한 무더기가 되어 에워 싸고 있었다. 이 일대는 전날 비가 왔기 때문에 밭이 진흙투성이었다. 위소보가 말을 달려 가까이 다가가자 군사들은 온몸이 이미 진흙으로 더럽혀진 몇 사람을 붙들어 왔다. 앞장을 선 사람은 바로 오응웅인데 몸에 무명 베옷을 걸치고 있어서 도 저히 의젓하고 화사한 금마옥당(金,男王堂)의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위소보는 말에서 내려 그에게 인사를 하고 웃었다.
[부마 나으리, 연극을 하십니까? 황상께서는 갑자기 생각이 나신 듯 창 극을 듣고자 하시면서 소인에게 부마 나으리를 불러오라고 분부를 내렸 소이다. 그대는 이대로 가서 황상께 연극을 해보이면 꼭 알맞겠소. 하 하! 그대가 분장한 것은 거지 모습이니 이것이야말로 금옥노봉타박정랑 (金王奴捧打薄靑郎) 중의 막계(莫稽)가 아니겠소?]
오응웅은 놀라 전신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위소보가 희롱하는 말을 듣고서도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위소보는 신이 나서 오응웅을 압송 하여 북경으로 돌아왔는데 황궁에 도착하니 이미 이튿날 점심 무렵이었 다. 강희는 이미 어전시위가 보고해서 사실을 알고 있다가 즉시 위소보 를 불러들였다. 위소보는 흙먼지를 얼굴에 가득 뒤집어썼으나 일부러 닦지 않았다. 강희는 그런 위소보를 보자 이 사람이 정말 충성을 다해 서 일을 처리하므로 공도 많고 수고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손을 뻗쳐 위소보의 어깻죽지를 툭툭 두드리며 웃었다.
[제기랄! 소계자, 도대체 그대에게 어떤 재간이 있어서 놀랍게도 오응 웅을 잡아올 수 있았지?]
위소보는 속이지 않고 말에게 파두를 먹인 내막을 강희에게 이야기했 다.
[소신은 본래 일만 냥의 은자를 따서 그로 하여금 자랑을 하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소신에게 여유 돈이 있어 황상을 위해 일을 처리할 때 탐 관오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 것이죠. 그런데 뜻밖에도 황상의 홍복은 하 늘처럼 커서, 소신의 터무니없는 짓거리가 오삼계의 간계가 들통나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었군요. 이로 미루어 보아 그 늙은 녀석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틀림없이 대패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강희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으며 역시 이 일에는 남모르는 하늘의 뜻이 깃들여 있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자기의 복이 역시 적지 않다고 생각했 다.
[나는 복이 있는 천자이고 그대는 복이 있는 장수일세. 이제 내려가서 씻도록 하게.] [오응웅이라는 녀석은 이미 어전시위들의 손에 넘겨서 손을 보도록 했 으니 황상께서 알아서 처분하십시오.]
강희는 잠시 생각해 보고 말했다.
[우리는 당분간 아무런 기색도 드러내지 않고 여전히 그를 부마부로 돌 아가 있도록 해야겠네. 그리하여 오삼계가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 봐야 겠네. 가장 좋기로는 그가 아들이 잡혀왔는데도 내가 그를 죽이지 않았 다는 사실을 알고 고맙게 여겨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네.] [황상의 너그러우신 아량은 정말 오생어탕이십니다.] [그대는 일대의 효기영 군사들을 파견해서 부마부의 문을 철저히 지키 도록 하고 누가 출입을 하든간에 자세히 묻도록 하게. 부마부의 말들을 모조리 끌어내어 한 필도 남기지 않도록 하게.]
강희는 이어서 말했다.
[이번에 공을 세운 사람들은 그대가 알아서 이름을 올리도록 하게. 각 기 벼슬을 올려 주고 상금을 내리겠으며 그 파두를 먹인 마부 책임자에 게도 조그만 벼슬을 할 수 있도록 하겠네. 하하하!]
위소보는 꿇어엎드려서 성은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장용과 조양동, 왕진보, 손사극 네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
[장용 등 세 사람의 장수는 운남의 장령들인데도 황상께 충성해야 한다 는 것을 알고서 애써 오응웅을 잡아들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오삼 계가 만약 반란을 일으킨다면 그의 휘하 장수들도 다투어 투항을 하게 될 것입니다.]
강희는 말했다.
[장용과 그 두 부장이 역모에 가담하지 않았다니 매우 잘된 일이네. 장 용은 본래 감숙성의 제독이고 다른 두 명의 부장도 십중팔구 오삼계의 부하는 아닐 것일세.] [황상께서 밝게 헤아리셨습니다.]
위소보는 궁에서 나와 친히 오응웅을 부마부로 모시고 가서 말했다.
[부마 나으리, 나는 황상 앞에서 그대를 위해 좋은 말을 간하여 간신히 그대의 머리통을 보전할 수 있었소. 그런데도 그대가 다시 도망친다면 나의 머리통도 보전할 수 없을 것이오.]
오응웅은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으나 속으로는 욕을 해댔다. 수십 필 의 좋은 말들이 어찌하여 길에서 잇따라 죽어 거의 성공하다시피 한 일 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는지 시종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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