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코로나 세월 11 2022. 4. 금계
2021. 9. 27. 조기 털기
예전에 다순구미(온금동)에는 바닷물이 두 갈래로 들어오는 째보 선창이 있었다. 물발이 센 사리 때에는 유자망을 늘어뜨려 조기를 잡고, 물발이 없는 조금 때에는 째보 선창으로 돌아와 쉬었다. 출항에서 귀항까지는 보통 열이틀이 걸렸다.
조금 때 집으로 돌아온 뱃사람들은 쉬면서 아기를 만들었다. 다순구미(온금동)에는 생일이 비슷한 아기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그 아기들을 ‘조금 새끼’라고 불렀다.
목포항 삼학도 쪽 포구에서 여기저기 수백 명의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달라붙어 그물에 걸린 조기를 뜯어내고 있다.
물론 요즘 텔레비전 ‘극한 직업’에서 고기 잡는 광경을 보면 고달프기 짝이 없지만, 그물에서 조기를 터는 장관은 언제 보아도 푸짐하고 넉넉하고 흐뭇하다. 그런데 이 사진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학도 쪽 부두에는 ‘조기 털기 금지’라는 현수막이 여러 군데 내걸렸다. 그러니까 저렇게 다닥다닥 붙어서 조기를 빼내면 코로나 확진 받기 꼭 알맞으니 금지한 것이다. 부두에 모여서 조기 털기를 금지하면 또 다른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또 한동안 뱃사람들이 걱정스러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2021. 9. 30.
1921. 8. 30. 꽃다발을 든 두 사람 중 오른쪽 김 선생은 정년 퇴임하였고, 왼쪽 김 선생은 명예 퇴임하였다.
‘89 동지회’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주저하다가 퇴임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조촐한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89 동지회’는 1989년 목포에서 해직되었던 동지들의 모임이다. 처음에는 남선생 모두 참여하였으나 여러 이유로 빠지고 지금은 아홉 명이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고장이 없는 저 세월은 속절없이 30여 년이나 흘러 가버렸구나. 안타깝고 그립고 허망하도다. 시대의 거대 담론에 호응하여 교육 민주화를 외치며 음흉하고 검은 세력에 맞서 최루탄이 펑펑 터지는 서울의 대학가에서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면서도 끝내 물러설 줄 몰랐던 젊음은 다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이제 모두 퇴직하고 환갑 지난 노인들로 전락했단 말인가.
나는 또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는다.
“늙을수록 지혜는 늘어나고, 정열은 줄어든다.”
2021. 10. 9. 목포 9미
갓바위 관광지구에 내걸린 목포의 아홉 가지 맛 안내 사진.
꿀팁을 소개하자면,
세발낙지 연포는 살짝 익혀야 부드럽다.
.좀 비싸더라도 홍어는 흑산도 홍어를 먹어야.
민어는 살뿐 아니라 머리뼈를 쪼은 뼈 다짐을 먹어봐야.
단 것을 싫어하는 분들은 꽃게 무침 때 특별히 부탁해야.
갈치조림에는 목포 먹갈치를 써야 제맛이 난다.
병어회는 오뉴월에 전장포에서 잡은 한 상자 20마리짜리로.
맛이 좋아서 ‘샛서방 고기’로 불리는 고기는 딱돔과 준치다. 원래 ‘치’자 들어간 고기는 맛있다고 한다. 멸치, 갈치, 병치, 준치. 버들치. 가물치. 준치는 눈에 띄는 대로 먹어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점점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뱃사람들이 아구를 잡으면 배를 갈라 그 안에 든 조기나 새우 따위를 빼먹고 아구는 바다에 던져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구탕 값이 복어탕 값하고 맞먹는다. 아구나 복어나 검정색 껍질이 살보다 더 맛나다.
우럭간국은 그 맑고 깊고 그윽한 감칠맛이 뛰어나다. 보통은 깔끔하게 말린 국물을 좋아하지만 나하고 고 선생은 살짝 부패해서 고릿하게 말린 우럭 국물을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나와 고 선생 고향은 나주, 광주인데 옛날 거기에서는 바다가 멀어 생선이라면 으레 고릿하기 마련이었으니까.
2012. 10. 24. 목포 남항 뒤쪽 갈대 산책로
목포 남항은 삼학도와 남해 배수장 사이인데 이제 막 개발되기 시작한 곳이라서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는 여기에 전기 배(우선 가까운 곳을 오가는 철부도선부터)를 만드는 연구단지가 들어설 계획이라고 한다.
남항의 배후 습지에는 갈대가 무성하여 산책로로 개방하였으며 가끔은 백로 물오리들도 방문하여 지나가는 나그네의 눈을 즐겁게 한다.
2021. 11. 4 진도대교 케이블카
가까운 퇴직교사들과 진도 나들이. 첫 번째 목표가 세운 지 얼마 안 되는 우수영 – 진도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처음으로 타보기. 창 너머로 멀리 쌍둥이 진도대교가 바라다보인다. 우수영 쪽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충무공이 왜적을 무찔렀던 명량해협 위를 지나서 아담한 야산 꼭대기에 세워진 진도 전망대에 이른다. 힘 안 들이고 전망대까지 동시에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은 진도읍으로 들어가 수협 공판장 횟집에서. 농어인지 광어인지 까먹었지만, 아무튼 진도의 생선회도 알아주어야 한다. 아주 싱싱하고 맛이 좋다는 뜻이다.
2021. 11. 7. 예술회관 매점 야외 공연
나는 목포에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열 명 아래일 때에는 탁구장에 나가 땀을 뺐는데 급격히 하루 몇십 명으로 불어나자 탁구장에 다니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코로나 걸리면 젊은 층보다 훨씬 죽을 확률이 높아지는데, 나는 술 담배, 복부 비만, 고혈압, 관상동맥 스턴트 등 코로나로 죽을 위험이 훨씬 크기 때문이었다.
탁구 대신 나는 날마다 목상고 뒤쪽의 아파트에서 출발하여 한두 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돈다. 주요 목표지점은 갓바위 예술회관 매점과 삼학도 공원이다.
그 날도 예술회관 매점으로 끄덕끄덕 자전거를 몰았는데 생전 처음 보는 아저씨가 매점 앞마당에다 음향기기를 설치하더니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반주에 맞춰 마이크를 잡고 도롯또(트롯)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자판기에서 양촌리 커피를 뽑아 천천히 마시면서 매점 휴게소 의자에 앉아 노래를 감상했다.
세상에나! 코로나로 어디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오죽 답답했으면 관객도 별로 없는 매점 휴게소 앞마당에 멍석을 깔았을까. 그래도 그 아저씨의 때아닌 공연은 코로나 세월을 이겨내는 상당히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또 어떤 아주머니가 마이크를 잡고 부르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는 천천히 삼학도를 향하여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2011. 11. 26.
첫눈
목상고 운동장으로 첫눈이 제법 푸짐하게 내렸다. 코로나 때문에 갑갑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다소 누그러지는 느낌이다.
무지개를 하느님의 약속이라 한다지만, 하얀 눈은 지상에 극락정토를 보여주는 관음보살의 자애로운 손길 같다.
그러고 보니 나는 거의 평생을 학교 가까운 곳에서 살았다.
2022. 1. 1.
무안군 구로리 선창
호랑이해 첫날을 기념하는 뜻에서 나와 김 선생, 고 선생 셋이서 구로리 선창으로 가서 농어회에 술 한 잔.
무안군은 들쭉날쭉 이어지는 해변에 절경이 많다.
목포 89 동지회 총무 막내둥이 고 선생. 그는 정명여고 교단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안 되어 해직당했다. 이제 동지회 회원들은 모두 퇴직했는데 고 선생만 아직도 현직에 몸담고 있다. 하기야 그도 몇 해 남지 않았다.
코로나만 무서운 것이 아니다. 고 선생은 건강 진단에서 이상이 발견되어 작년에 큰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현명한 사람이라 섭생을 조심하고 마음을 잘 다스려 큰 탈 없이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요즘은 공휴일이면 동호인들과 함께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체력을 다지고 있다 한다.
나는 친동생만큼 가깝고 다정한 고 선생이 부디 건강한 몸으로 인간의 수명 한계라는 125살까지 끄떡없이 건재하면서 우리 89 동지회와 또 다른 이웃들에 수고로운 봉사를 많이 하기 바란다.
2022. 1. 1.
무안군 구로리 선창
목포 남해배수장 부근. 철새들도 갈대처럼 코로나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양의 따뜻한 기운을 온전히 만끽하고 있다.
2022. 1. 22.
신안군
압해도
퍼플교
장흥에 사는 해직 동지 김 선생이 부부 동반으로 놀러 왔다. 목포의 김 선생과 넷이서 승용차로 팔금도로 넘어가서 싱싱한 농어회에 점심을 먹고 압해도 ‘퍼플교’로 갔다.
우리 보기에는 섬과 섬을 연결하는 인도교에 보라색을 칠해 놓고 주변 집들 지붕을 보라색으로 칠한 것뿐인데 외국 관광 잡지에도 소개되어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다. 앞으로 코로나가 끝나면 숱한 외국인들이 몰려들어 대박을 터뜨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