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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푹 고은 게 아니라 푹 곤]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네요. 기분 좋은 토요일 아침입니다.
아침에 텔레비전을 보는데 제 병이 또 도지네요. 8:19 SBS에서 일본사람이 하는 말을 번역해서 자막으로 보내면서 '맛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일본말로 'おいしいです'라고 했는데 왜 '맛있어요'라고 하지 않고 '맛있는 것 같아요'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같아요'는 뭔가를 추측할 때 하는 말이지, 자기의 느낌이나 감정을 이야기할 때 하는 말이 아닙니다. 맛있으면 맛있는 거지 맛있는 거 같아요가 뭔가요?
8:25 MBC에서 '푹 고은 장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고기나 뼈 따위를 무르거나 진액이 빠지도록 끓는 물에 푹 삶다."는 뜻의 낱말은 '고다'이고, 이의 관형형이 '고은'이 아니라 '곤'입니다. '푹 곤 장어'라고 해야 맞습니다.
곧이어, '장어 지리'가 나왔습니다. 세상에... 아직도 지리라는 낱말을 쓰나요? ちり는 일본 냄비 요리의 하나입니다. 생선·두부·채소 따위를 냄비에 끓여서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고 하네요. 이 낱말은 양념하지 않은 채로 끓였다는 뜻으로 국립국어원에서'백숙'으로 다듬었습니다. 그러나 좀 어색하죠? 그래서 어떤 분은 매운탕과 상대되는 뜻으로 맑은탕이나 싱건탕을 쓰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백숙, 맑은탕, 싱건탕... 뭘 쓰든 지리보다는 낫습니다. 방송이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욕을 듣죠.
저도 문제입니다. 남들 잘못은 이렇게 꼬집으면서 막상 제가 틀릴 때도 잦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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