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누구에게나 힘겹다. 남들에겐 없는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삶은 더욱 가혹하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삶을 묵묵히 견디며 문학을 통해 치유와 희망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무거운 삶, 문학으로 내려놓다 최근 첫 수필집 <무종霧鐘>을 발간한 이지원(54·사진)수필가도 마찬가지다. 시야가 점점 좁아져 시력을 잃는 병인 '난치성망막질환'을 앓고 있는 그는 자신의 얘기를 작품을 통해 밝혀왔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문학을 한다는 게 결국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었음을 알게 됐다는 그다.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숨기려고 딴청을 부렸다. 감추고 싶은 것은 구렁이 담을 넘듯 슬쩍 넘어갔다.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미사여구로 치장을 했다. 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것에는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았고, 예쁘기만 한 글에는 삶이 제대로 녹아있지 않았다. 내게 솔직해지자 글이 편안하게 느껴졌다"(<무종>의 머리말 중)
#51편에 작가의 진솔한 생각 담아 이씨는 이번 수필집에 총 51편의 작품을 실었다. 진솔한 이야기에 문학성을 짙게 입힌 글이다보니 공감을 절로 낳는다. 표제작 '무종'은 삶이 힘들고 버거웠던 이 씨에게 어느 순간 묵묵했던 남편이 '무종'과 같은 빛이었음을 고백하는 작품. 무종은 배가 안갯속을 항해할 때나 부표 따위에서 종을 쳐 위치를 알리는 신호다. 이 작품은 지난해 울산예총이 개최한 울산공업센터 지정 50주년 기념 전국 문학공모전에서 우수상도 받았다.
평범한 일상에서 뽑아올리는 삶에 대한 직관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새로 들여온 최신형 텔레비전은 오래돼 낡은 다른 가구들을 압도하며 도도한 모습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 옆에 있는 장식장은 나와 함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된 가구다. 새 것의 티를 내는 텔레비전이 못마땅한 듯 요사이 늘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다. 눈치 빠른 새 텔레비전도 샐쭉하다. (중략) 소파에 앉아서 그들을 바라보니 신세대와 구세대,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이 섞여 살아가는 세상 속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개비' 중)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을 지적한 '기우(杞憂)'나'두고 보자', '평형감각' 등에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특유의 시선이 발휘된다.
#"완성도 위해 부단히 노력할 터" 이 작가는 "이번 첫 수필집은 지난 문학활동의 중간점검 격"이라며 "앞으로도 저만의 시각을 갖춘, 문학적인 완성도가 높은 글을 쓰기위해 부단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남 진해 출생인 이지원 수필가는 2006년 문예한국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올랐다. 본보 금요산책 코너를 통해 수필을 소개하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울산문인협회, 울산수필가협회, 에세이울산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무종'의 출판회는 19일 오후 7시 남구 옥동 문화뷔페 3층에서 열린다. 김주영기자 uskjy@ |
첫댓글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부지런히 다그치는 종소리 같은 글이 녹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지원 선생님, 수필집 상재, 축하 드립니다.
선생님, 반갑습니다. 지지난해 서울서 선생님 상 받는 모습 얼핏 보았습니다.
시립미술관 역사관이었던가요? 저도 거기 있었거든요. 가을이기도 했고
보고픈 친구도 있어 상경을 했더랬습니다. 문학이라는 동네에 있다보니
이렇게 저렇게 다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