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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빨간머리앤의 뉴욕실존 빨간머리모델 이야기
김행수 추천 0 조회 22 09.02.23 15:2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지금으로부터 1세기전, 1900년의 뉴욕 타임스퀘어와 브로드웨이 극장에는 가볍고 향락적인 극이 주로 올려졌는데,

그중 39번가에 있는 카지노 극장에서 플로라도라 라는 통속적 극이 하나 올라가게 되었다. 

유산을 빼앗기게된 아름다운 상속녀를 다룬 그저그런 내용에다 그 짜임새나 연기들은 하나같이 악평을 받았지만,

이 연극에는 실력으로 뽑힌게 아닌, 외모가 매우 아름다운 6명의 여성 코러스가 있었다는게 중요했다. 

 

그녀들은 양산을 들고 줄지어 무대를 돌아다니는게 주 임무였고,

주로 노래는 상대역 남성들이 했다는데 

전원 16살 가량의, 

당시 여성미의 플라톤적 이데아를 표현한 평균 164센치의 키에 59킬로그램의 그들에게

처음 예일대학생들이 몰려와 기립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나도 이때의 미의 기준이 좋긴 하다. ?)

 

소문은 퍼져 당대의 뉴욕의 한량과 사교계 남자들이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 플로라도라 라는 연극을 보기 위해 개떼처럼 몰려들고

그녀들과 식사라도 한번 하기위해 값비싼 저녁 식사와 꽃과 선물이 왕창왕창 제공되었다.

결국 그 코러스걸 6명 모두가 당대의 백만장자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그저그런 이야기인데, 

그중 가장 유명한 한 붉은머리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의 이름은 에블린 네스빗(Evelyn Nesbit)이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소녀가장이 되지만,

동양인보다 매우 일찍 터트려지는 백인소녀의 2차성징이 지나자마자,

성숙된 그녀의 길고 풍부한 붉은 머리의 관능적 아름다움은 너무나 유명해져, 

뉴욕의 내노라 하는 화가들의 인기 모델로 각광받으며 금새 그 어려운 삶에서 벗어나고 

그녀가 모델로 선 작품중 일부는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찰스 다나 깁슨 관에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그림 옆)

 

 현재 워싱턴 스퀘어에 있는 아치문을 비롯한 공공의 건물과 초상류층을 위한 럭셔리 저택을 주로 디자인한

당대 최고의 건축가 스탠포드 화이트(Standford White)라는 인간이 있다. 

그의 주 고객은 적어도 J.P.모건이나 존 제이콥 아스터 정도 되는 당대의 대거부들로서

그는 여러 호화스런 건축양식을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정말 다재다능하게 변형하여

그 아랫돈이 숨못쉬던 미국 도금시대, 초고급의 트렌드를 리드하고 맞춰주는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미국 건축사의 아메리칸 르네상스를 구현했다는 평가되는 그 멋진 작업이나

후에 박물관의 큰 섹션을 이룬 개인의 수준높은 아트 컬렉션보단, 대형 스캔들을 일으킨 죽음으로 후대에 더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건축디자인 재능을 아주 잘 살려,

자신의 살림집(물론 엄연히 부인과 자녀들이 있었다)인근에

수많은 거울과 붉은 벨벳 그네가 방안에 매달린 호화로운 별도의 공간을 디자인해놓고

그곳에서 누드로 여성들과 그네를 타며 즐겼단다.

물론 거기에 자신의 부인을 불러 놀았을 리는 절대 없다. -_-;;  

(그나저나 난 그네 어쩌구를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봤는데.

무려 백년전에도 유행했었던 고리짝 아이템이군..역시 역사는 돌고 돌아.... )  

 

이런 당대의 호색가 화이트는 당시 주요 화가들의 핫 모델이자,

극장의 인기 코러스 걸이던 16살짜리 소녀, 에블린 네스빗의 후원자로 자처하며

그곳에서 그녀의 처녀성을 취한 적이 있었다.

미성년자에게 기모노를 입혀놓고 술을 먹이며 사진을 찍어줄께 라고 그랬대나 어쨌대나..

(사진옆 건물: 뉴욕 맨해튼 웨스트 24번가의, 거울방에 붉은 벨벳 그네가 달려있던 건물로서,  2007년에 헐렸다.. )

 

 

 

아래 사진: 에블린 네스빗 16세경 사진  

헉 정말 숨막히게 아름답고, 매우 끌리는 뭔가가 있다. 그나저나 조금 김완선 삘 나지 않나. ^^;

 

 

 

 

5년후 네스빗은 당시의 석탄 철도 재벌 2세이자 마약중독,

그리고 심각한 편집증이 있던 해리 켄델 소우(Harry Kendall Thaw) 의 반복된 구애 끝에 결혼한다.

 

에블린 네스빗의 편집증 남편 소우는 당시의 신흥 벼락재벌 2세답게,

집안의 후광으로 중간에 전학해 들어간 하버드에서 택시기사에게 총을 꺼내들어 제적되기도 했고,

남에게 고통을 주며 성적 흥분을 느끼는 사디스트(sadist)인지라

네스빗과의 관계에서도 그녀를 독일의 성으로 납치해 개 채찍을 휘둘렀다는데,

어쨌든 화이트와의 관계를 나중에 전해듣고 질투에 눈이 멀어

1906년, 자신이 설계한 메디슨 스퀘어 루프 가든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있던 화이트의 얼굴에 3발의 총을 쏘아 죽였다.

(새끼 이때도 흥분을 느꼈을지 몰라)

 

당시 스탠포드 화이트가 관람하던 뮤지컬의 피날레로 울려퍼지던 곡은 그의 인생의 주제곡과도 같은

[난 백만명의 여자도 사랑할수 있어요, I Could Love A Million Girls] 였다.

소우는 첫번째 판결에선 유죄였지만,

당대의 O.J.심슨(Simpson) 판결이라 불릴 정도로 집안의 엄청난 지원을 업고 두번째 판결에서는

 순간적 정신이상으로 판정되어 형을 모면했다.

정신병원에 잠시 있다 나온 이후의 삶에서도,

소년에게 채찍질을 해대는 성적 학대를 하다 한번 재판에 회부되었고(아동가학..)

뜬금없이 소방관이 하고싶다며 잠시 소방관이 되어 소방관 퍼레이드에도 복장을 입고 참여하기도 했을 정도로(복장도착증도? ) 

대략 오래오래 하고싶은 하며 살다, 가진것 다 날리고 죽었다.  

 

  

*스탠포드 화이트 / 에블린 네스빗 / 해리 켄델 소우

(사진을 보면 차례대로, 진짜 호색가 같고(동화속 푸른수염같다), 정말 묘한 매력이 있으며, 극히 또라이 새끼 같다)

 

 

 

 

이 전설의 에블린 네스빗,

놀랍게도 우리가 매우 잘 아는 몽고메리 여사의 빨간머리앤(Anne of Green Gables, 1908)의 붉은머리 이미지를 가지고 온, 원 모델이다.

 

몽고메리 여사는 이 소설을 쓸 때 당시인 1906년경 

신문지상에 매일 오르내리던 초대형 스캔들의 한가운데 여주인공,

본디 매우 붉고 굽이치는 머리칼을 가진 아름다운 에블린 나스빗의 사진을 잡지에서 스크랩해 책상 옆에 붙이고 소설을 썼단다.

  

본래 소설의 스토리는 몽고메리 여사 본인의 이야기에 기초한 것인데,

에블린 네스빗 역시 소녀가장이었고, 아마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주금깨 빼빼마른 소녀에서

환골탈태하여 매우 성숙하고 아름답게 자란 빨간머리앤의 이미지와 이 에블린 네스빗도 그닥 동떨어지지 않았으니 

빨간머리칼의 모델로 채용된 것일 게다.  

(그리고 그때까지, 에블린 네스빗의 사회적 이미지는 그닥 나쁘지 않았다. 망가지지도 않았고..-_-;;)

 

 

 

 

(아래 에블린 네스빗의 사진은 칼라가 나오기 이전이어서 죄다 흑백이다)

 

  

 

 

에블린 네스빗의 이후 스토리는

재벌2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는 댓가로 이혼과 엄청난 위자료를 약속받았으나,

(이것때문에 에블린 네스빗의 이미지는 팜므 파탈, 섹슈얼을 무기로 한 정직하지 않은 여인 쪽이다)   

결국 이혼만 달랑 하며 아버지가 불분명한 아이를 키우며 혼자 살게 된다.  

(재벌 2세가 끝끝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부인했다는데, 에블린 네스빗은 이라 고 주장하며 부정기적으로 양육비를 받아냈다. )

 

그 다음의 결혼도 그녀의 잦은 자살기도로 결국 실패했으며,

알코올, 모르핀 중독으로 헤매면서 할리우드에서 중간급 배우로 살았다.  

 

중간중간 여러편의 자신의 유명한 삼각관계에 대한 글을 펴냈고,

1955년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붉은 벨벳 그네의 소녀, The Girl in the Red Velvet Swing : 당시 주가를 올리던 마를린 몬로에게 주인공 제의가 들어갔으나 거절했다고 ] 참여했고,

양로원에서 82(그때 그녀의 모습은 어땠을까) 외로이 죽었으며

그녀의 얼굴이 아닌 리얼 인생 스토리도 여러 책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사진옆: 에블린 네스빗의 인생을 주제로 한 래그타임 연극의 주인공으로 분한 연기자)

 

 

어릴적 정말 행복히 즐겨보던 만화영화, 귀엽고 발랄한 빨간머리앤의 빨간머리칼 주인공

변태가학증 남편에게 학대받고 번번한 자살기도와 술과 마약으로 얼룩진 삶을 살게 되었을지 

당시 글을 쓰던 몽고메리 여사도 몰랐겠고,

 

어릴적 동화의 환상적 이미지를 깨버리는, 이딴 시시한걸 알아버린 나도 기분이 안좋다.

이런 불쾌한 마음을 나만 가질  없으니 여기에 함께 공유하도록 이렇게 쓴다.  ^^

 

 

 

 (늙어서 저런 상큼한 모습으로 남지 못하는 너무 극렬히도 아름다웠던 분들은.. 그 아름다움이 정말 죄여서 불행하게 사나 보다.

 아니면 적어도 미인박명 정도는 충실히 실천해 주던가.. 그냥 인간은 자고로 눈귓콧구멍에 비 안들어가게 적당히 생기면 된다. ?.  )

  

참고

 

42번가의 기적-타임스퀘어의 몰락과 부활/제임스 트라웁 저/ 이다희 역

http://www.nytimes.com/2007/11/04/nyregion/thecity/04swin.html?_r=1

http://www.nytimes.com/specials/ragtime/white.html

http://en.wikipedia.org/wiki/Stanford_White

http://en.wikipedia.org/wiki/Evelyn_Nesbit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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