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희 고등학교 입학식에 다녀왔습니다.
역시 항공고등학교 답게 학교 곳 곳에 비행기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었습니다.
10명도 안되는 분들이 참석했더군요.
요즘, 입학식에 참석하는 부모님들 아니계시다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습니다. - _-"
식도 어찌나 간단하던지 식 후 학년주임, 학생주임선생님의 당부 말씀까지 총 30분정도밖에 안 걸리더군요.
대학입시를 준비할 학생은 학교에서 별도의 교육을 충분히 시키니 일반 학원에 등록하지 말라는 것과
대한항공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토익650점을 기본으로 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공부하라는 당부와
1,2학년때 4가지 기능사 자격증을 모두 딸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에 임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경쟁! 경쟁!
이 학교는 그 치열하다는 경쟁에서 좀 비껴갈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ㅠㅠ
점심식사는 3월 한 달은 모두 신청해서 급식을 하고 4월부터는 신청자에 한해 급식을 한다고 합니다.
정보에 의하면 맛이 별로라 대부분 바로 옆에 붙은 인하대에서 사먹는다고 하더군요.
건희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엄마 귀챦지 않냐고 걱정하는 건희에게,
도시락 싸서 자녀 학교 보내는 특별한 어미의, 행복한 기회를 주어서 오히려 고맙다고 했지요.
사실, 당장부터 싸오라 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매일 딸아이의 도시락반찬을 위해 궁리하고 준비하는 일들이 너무도 기대된답니다.
입학식을 마치고 학교 근처 지하상가에 들러 3년 내 입게될 `작업복'이라는 것을 한 벌 사가지고 왔습니다.
뭔가 다름을 추구하는 대범한 건희에게 딱 어울리는 복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건희가 쓴 자기소개서가 정석항공고 교지에 실렸습니다.
저는 청천중학교 졸업생 이건희 라고 합니다.
제가 여자라는 것을 먼저 밝힙니다.
건강하게 세상에 태어나야한다고 부모님께서 태명으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성별의 구분 없이 `건강할 건‘자를 넣어 뱃속에서부터 불려온 이름입니다.
학교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삼성 이건희 회장님과 이름이 같아 `삼성 이건희 회장‘으로 부릅니다.
그리고 제 부모님의 휴대폰에는 `대범한 건희‘ 라는 별칭으로 입력되어있습니다. 사람은 이름값은 한다며 저를 부를 때 마다 앞에 `대범한’을 빼지 않고 붙여 불러 주십니다. 언젠가는 `삼성 이건희 회장‘님을 꼭 한 번 만나 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피아노, 트럼펫 그리고 클라리넷을 틈틈이 연주하며 실력을 쌓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습니다.
또 농구, 탁구로 몸을 풀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비즈공예나 십자수로 지인들의 선물을 직접 만들어 특별한 날에 선물하기도 합니다. 그 때의 보람과 즐거움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을 것입니다.
각종 장르의 책을 읽으며 그 책속에 빠져드는 시간도 즐기고 있습니다.
특기는 모형 제작과 입체퍼즐을 조립하는 것입니다.
늘 다양한 일에 도전하시는 엄마는 저의 정신적 지주이십니다. 드럼을 치거나 크로마 하프를 연주하던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악기를 접할 수 있었고, 장애인 자립센터에서 자원 봉사자로 바쁘게 활동하는 엄마를 도우며 저도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엄마보다 잔소리가 더 많은 아빠는 절대적인 경제적 후원자이십니다. 아빠는 늘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매번 강조하시고, 친구들 간의 일들을 이야기 할 때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는 말씀으로 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자폐라는 특별한 개성을 가진 동생은 요즘 제 삶의 멘토가 되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놀이터 미끄럼틀에 올라서서 온 세상이 자기 것인 양 “바람아 멈춰라”, “바람아 다 날려버려라” 라고 큰소리를 질러대서 저를 창피하고 속상하게 만들었는데 지금은 지능을 뛰어넘은 엄청난 집중력으로 인간에게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주 함께 어린이집에 자원봉사활동을 하는데 아직은 미숙하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잘 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집의 어린이들을 보는 동생의 표정이 처음에는 어쩔 줄을 몰라 했는데, 지금은 제법 뿌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 많이 여유로워졌습니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제 성격은 성실하고 착하고 책임감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제 성격은 사실 지극히 소심합니다. 실수한 일이 있으면 쉽게 잊어버리지 못합니다. 남들에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뒤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늘 주어진 일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하느라 고민이 많지만 다시 같은 실수하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성이 특별한 동생과 함께 사는 우리가족은 동생의 치료를 목적으로 많은 여행을 다녔습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동생과 저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경험들은 저를 한비야 님과 같은 여행
작가를 꿈꿀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한비야 님의 모든 책들은 평생토록 변함없는 제 인생의 멘토가 될 것입니다.
텔런트 김혜자 님이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제가 읽은 책 들 중 가장 감명 깊은 책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전쟁과 가난, 기아의 현장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접하게 될 수 있었고, 미래에 여행 작가가 되어 제가 해야 할 일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여행 작가로서 단순히 여행지의 특색을 기록하는 것뿐 만 아니라 곳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며 숨겨져 있던 모든 것들을 세상에 드러내어 알리고 공유하는 여행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한비야 님이나 김혜자 님의 글을 보고 제 꿈을 키워 온 것처럼 제가 쓴 글을 읽은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여행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 저는 기계를 만지고 다루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에도 발명제작반에 들어가 여러 가지 용품들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망치질과 드라이버로 작업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고 손을 데여가며 인두질 하던 모습을 생각 만해도 마음이 절로 뿌듯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하면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를 찾았고 망설임 없이 바로 이 학교에 지원했습니다.
처음 이 학교에 지원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제가 여행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을 알고 계셨던 부모님은 의아해 하셨지만, 바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라고 하시며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습니다. 지금까지도 언제나 무엇이든 제 선택을 지지해주시고 후원해 주시는 부모님께 보답하는 길은 제가 여행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고 그 꿈을 실현하기위해
열심히 글쓰기도 연습하고 학교생활에도 충실하여서 우리나라 최고의 여성엔지어 이면서 사회에 영향력 있는 작가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입학식을 기다리는 제 마음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올라 있습니다. 제가 정비한 비행기에 수 백 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더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고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자부심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항공정비에 대한 전문 기능을 철저히
훈련받고 충분히 잘 익혀서 하루라도 빨리 기능현장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가 그 누구보다도 크다고 자부합니다.
학교 입학등록을 마친 후 글로벌인재반 예비자 캠프에 등록하면서 더 확실한 학교생활을 구상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인재반에 들어가 더욱 더 철저히 단련되어진다면 제가 목표로 하는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기대되어집니다.
제 미래에 대해 생각만 해도 저는 행복해집니다.
제가 행복할 때 부모님께서도 절로 행복해하십니다.
‘이건희’라는 제 이름이 불려 질 때마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이 함께 전달되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건희 정말 대단하네요... 행복한 건희로 키우신 부모님도 대단하시네요.건희 입학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애가 너무 긍정적입니다.
祝 賀 합니다.
선생님~~감사합니다!
건희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학교 생활 즐겁게 잘 할겁니다. 영어공부 열심히 잘 하겠지만 혹시라도 팁이 필요하면 제게 연락주세요. 좋은 교재 추천이라도 해드리죠^^
감사합니다! 요즘 영어사전 끼고 살더군요. 공업고라고 우습게 봤다가 짱짱한 복병들 만나 잠시 혼란에 빠진듯 싶더니 바로 일어났습니다.....어려움 생기면 즉시 구조요청하겠습니다.
건희의 입학과 앞으로 펼쳐질 건희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지금보다 더 많이 기도해 주실거죠?....선생님 믿습니다.
우리 건희 정말 잘자랐구나 부럽다
나를 통해 자네가 늘 격려해준 덕일세......고맙네, 친구!
건희야 축하해~~ 준희 예전 MBPA체육선생님이다. ㅎㅎ 건희의 글에 감동받았다. ^^
선생님 손길을 필요로하는 엄마들에게 연락처 적어주곤하는데 예전 우리 만났을떄 그 번호 그대로시죠?
완전 멋진 건희네요~^^
우리아이 마음에도 엄마 아빠를 온전히 믿을수있게 더 노력해야겠어요.
건희 화이팅 !
감사합니다! 저도 건희가 늘 자랑스럽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