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동서문학 19 닿을 수 있는 거리
지은이 조계향 외
가 격 15,000
ISSN 978-89-6989-0207
크기 신국판
발행일 2023.06.15.
페이지 332쪽
<책소개>
동서문학상 수상자 모임 동서학회 동인지 <동서문학 19 닿을 수 있는 거리> 황현숙,이숙희, 윤은진, 이진 등의 시와 강미애, 노기화, 이광순, 차갑수 등의 수필, 조계향, 정미경, 신양진 등의 아동문학, 정이수, 이남주, 김혜영 등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목 차>
인사말 동서문학회 회장 조계향 4
축하글 동서식품(주) 대표이사 사장 김광수 6
<시>
강다연 진흙에 파묻힌 사진첩 14
김소나 흔들리다, 가방 15
김순희 우리들의 더 작은 천국 17
김영애 호박 보름달 19
김응혜 따개비 21
김효정 숨 쉬는 문양들 23
박경자 물고기 자세 25
박소언 꽃 따는 사이 27
박인숙 아메리카노 29
박주영 압화 30
성영희 못 박는 나무들 31
손은주 입김 33
송은정 금어와 함께 다정한 방에서 살아요 35
윤경예 뇌우로 엎드린 방 37
윤은진 꽃물 39
이길우 문워크 41
이숙희 혼술, 혹은 오늘의 기후 42
이진 화석 45
임순분 너무 긴 봄날 46
정민아 늙은 거미 47
정숙 백조의 호수 49
정연희 민달팽이 51
정영미 춤추는 나무 52
조수선 우리글 숲 우리 쉼터 54
최미향 마리모 키우기 56
최분임 관곡지에서 쓰다 58
최지온 키워드 60
최희명 우체국에 가면 62
한명희 봄밤 64
홍성남 서랍 속의 날씨 66
홍숙영 봄, 봄 68
황현숙 순이 씨의 워라밸 70
<수필>
강미애 이에노 기노사, 꽃을 피우다 74
고옥란 달항아리의 시간 77
김경희 숫자에 말 걸기 80
김남숙 은발에 스며들다 83
김덕임 누렁이 86
김민하 시간 지나면 괜찮아져요 89
김선자 닿을 수 있는 거리 92
김송은 동물원에서 95
김숙경 가을을 지나는 중 98
김정심 그녀의 기억에 이름을 얹다 100
김창희 뭐하고 살아! 103
노기화 찔레꽃 향기는 날리고 105
박경옥 탱자향기 108
박상분 소확행 111
박순자 금자라 114
박애자 계란 두 판 117
서정화 심장이 침묵 할까요 120
석성득 악어 입속으로 들어가다 122
성윤숙 쑥 빛 담방치마 125
송주형 잠자는 잠옷 128
신현임 책등, 그 너머의 설렘 131
안노라 함께, 느리게, 달리기 134
안해영 근린공원 137
오미향 무이네 140
윤국희 불청객을 환대하라 143
윤미나 정동 딩동 146
윤영순 기억의 꼬리를 잡고 149
윤태봉 헐떡고개에 서서 152
이갑순 마당의 시간 155
이광순 두 겹의 라흐마니노프 158
이상수 보곰지 161
이영옥 팬레터 164
이준옥 사라지는 소리, 다시 찾은 책 167
이풍경 기별 170
장보민 조화로운 조화 173
정지우 자고새의 꿈 176
조현숙 달을 따는 시간 179
차갑수 길동무 풍류 타며 gogo 182
최선자 거짓말 185
추경선 남자 그리고 여자 188
홍정미 날개 190
<동시>
권영두 낚시 196
권영을 빨강 아이들 197
김두례 꿀잼 198
김미희 환골탈태 199
김성녀 버들강아지 200
김솔립 깨알 201
김윤옥 배꼽인사 202
김정자 꽃밭 놀이터 203
마윤일 봄눈 204
박민정 옷장에 사는 귀신 205
송방순 꽃샘추위 206
오성순 따뜻한 색깔 207
유영희 아빠 구두 208
이마음 모가 학교 간다 209
이선행 첨벙 210
이창민 톡톡비 212
정명희 펭귄이 사라지면 어떡해 213
정미경 전달의 기술 214
정희 마른 거울 215
조계향 철없는 건 매한가지 216
추수진 회오리바람 커피 218
포공영 산책하는 개 219
한태경 아주 작은 나 221
<동화>
고훈실 또르르 할머니의 마법 지우개 224
김주은 이사 가기 싫어 230
신수나 껌딱지 아빠 235
이유신 오래 남고 싶어요 241
주미선 알게 될 거야 247
<소설>
구자인혜 마음의 거리 254
김미희 외출 263
김은정 수선화의 시간 270
김혜영 손톱과 부케와 행운의 편지 279
문주원 용서의 기도 286
양윤선 밥과 반찬 295
이남주 그저 그런 날이었다 303
이병숙 나도 얄미운 년 311
정이수 비상구는 없다 319
편집후기 319
<책 속으로>
어둠이 파종한 달빛 푸른 화색을 데려와
금양잡록**을 엮는 밤입니다
지난날 전당지에서 몰래 데려온 씨앗 한 알
당신을 대신할 그림자로 기르는 동안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무성했습니다
두려움과 희망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면
심장이 이동하는 방향을 뒤집어 놓곤 했습니다
아직은 밭은기침 소리보다 바람이 고이는 이곳
두서없이 흔들리는 생각을 관곡지에 띄울 때
어둠 속 한 줄기 연, 마침내 당신인 듯 일어섭니다
부를수록 서슬 푸른 겹겹의 호칭
곤룡포 자락 끌리는 소리로 다가섭니다
얼마나 더 낮아져야 꽃피는 삶이 되냐고 묻는
저 물의 자세에 대해 생각합니다
고요를 휘저어 당신이 이룩한 자리
숨죽임에 길들여진 죄를 헤아려 봅니다
잘못 겨눈 활시위에 일찍 별이 된 수련 한 송이
있는 힘을 다해 피어날 때마다
함부로 오지 않는 용서가 귀를 물들여
핏물처럼 낭자한 소란이 또 다른 연못을 팝니다
비밀처럼 깊어진 슬픔을 쓸수록 불면의 날도 깊어
비취색 별을 건져 올리는 새벽의 눈시울이 붉습니다
흙으로 돌아와 폐허를 돌보는 침묵의 누추를 세상은
외딴 길을 걷는 풍경이라 펄럭이지만
비극과 비겁을 감추려 수면 위 달처럼 어른거렸을 뿐입니다
여러 번 꺾인 변명과 그리움을 빙자한 체념은
뾰족한 가시를 매단 채 내일 다시 피어날 것이지만,
-최분임 <관곡지에서 쓰다> 전문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카뮈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시시포스의 무용하고 희망 없는 형벌과 같다고 했다. 시시포스의 형벌이 가혹한 이유는 굴러떨어질 것이 분명한 바위를 끊임없이 산 정상으로 밀어 올려야 한다는 사실보다, 힘들여 밀어 올린 바위가 정상에 오르자마자 산 아래로 굴러떨어진다는 절망적 진실에 있다. 흘린 땀과 노력, 나아가 삶 전체가 무의미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습관처럼 살아가는 그 어느 틈에 불현듯 깨닫는 삶의 무의미성. 판에 박힌 듯 일상의 조건에 순응하며 살다가도 문득,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살고 있지. 이러한 의문과 맞닥뜨리게 되는 그 느닷없음. 어느 순간, 비합리적인 세계의 모순이 도드라지며 결국에는 삶의 의미가 사라지고 삶에 대한 무관심으로 나와 일상을 연결해 주던 끈이 끊어져 버리는 그 순간의 권
태가 부조리의 실체인 것이다. 그것은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공허의 세계이며 희망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부조리에 대항하는 유일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는 반항이다. 반항이란 사막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그곳에서 버티는 것이다. 여기서 사막은 부적절한 삶의 터전을 의미한다. 삶과 세계의 무의미한 부조리 앞에서 자살과 같은 회피나 포기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견딜 수 없음을 견뎌내는 것이며 지탱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의미한 듯 보이는 무한 반복의 일상에서도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발견해 낸다. 그 삶의 의미로 인해 반복의 따분함을 감내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존재한다는 이유로 끝까지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숙명 역시 우리를 거친 삶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강미애 <이에노 기노사, 꽃을 피우다> 중에서
<출판사서평>
어떤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야 사람들은 미리 대비하지 못함을 후회한다. 동서문학회는 동인지 발간을 다른 문학회 보다 항상 일찍 발간한다. 연초부터 글쓰기에 매진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는데 반년이 안 걸렸다. 동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책 내용에 대한 자부심으로 동인들은 똘돌 뭉쳤다.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닥쳐 와서 견디기 힘들만큼 아파도 그녀들은 슬기롭게 해결하고 이 책을 상정했다. 그녀들의 거리는 닿을만큼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