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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백운산(白雲山·882.5m)은 동강 변의 수많은 산봉 중에서도 조망이 가장 뛰어난 산이다. 특히 산봉과 산릉을 휘감으며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동강 풍광의 백미는 백운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절경이다. 여기에 제법 거친 바윗길을 따르노라면 짜릿한 암릉 산행의 즐거움까지 더해지고, 승용차가 닿는 강변에서 곧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백운산은 등산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는 정선군 신동읍 운치리 점재마을과 덕천리 제장 마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문희마을을 대표적인 기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 중 점재마을과 제장마을을 잇는 종주 산행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점재마을은 영월~정선 간 38·59번 국도상의 신동읍 예미리에서 구성리재를 넘거나 혹은 정선읍 들머리에 위치한 광하교에서 강줄기를 따라 접근할 수 있다.
산행은 점재마을에서 곧바로 시작된다. 예전 잠수교가 없던 시절에는 나룻배를 타야 다가설 수 있던 점재마을에서 강변길을 따라 옛 점재나루 뱃사공인 이종수씨 집을 지나 옥수수밭을 가로지르고, 숲 속 가파른 된비알을 20분쯤 따르면 남릉 상의 짤막한 잘룩이에 올라선다.
여기서 위험 표시판이 오히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능선 끄트머리로 나가면 화들짝 놀랄 만큼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발아래 절벽 끝으로는 강줄기가 물뱀처럼 기는 듯하고, 그 뒤로 산봉과 산릉이 뭉게구름처럼 뭉실뭉실 떠다닌다. 산릉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강변 마을은 고향 마을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이렇게 감동적인 풍광은 계속 이어진다. 가파르고 거친 바위 능선은 스릴 넘치고, 잠시 숨 돌리려 뒤돌아서면 또다시 입이 벌어진다. 동강은 이리저리 구불거리고, 그 강 따라 시커먼 기암절벽이 솟구치다 주저앉기를 반복한다. 정상에 오르면 또다른 풍광이 가슴을 벅차게 한다. 동강을 에워싼 산릉 바깥 산봉들이 눈에 들면서 멀리 함백산이 달덩이처럼 솟아오르고, 그 양옆으로 백두대간이 꿈틀거리고 있다.
정상에서 200m쯤 내려서면 첫 번째 문희마을 갈림목. 예서 문희마을은 오른쪽으로 꺾어져야 나오고, 제장마을로 가려면 칠족령 쪽 능선을 따라야 한다. 갈림목을 지난 뒤 경사가 급해지면서 길이 나빠지지만 등산로 안내판이 간간이 나타나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백운산 등산로. 강변까지 1.5km’ 팻말에 이어 ‘이곳부터 1km 위험구간’ 안내판 지점부터는 급경사 바위지대로 굵은 밧줄이 등산로를 따라 설치돼 있다.
이 구간은 S자로 굽이진 강줄기와 절벽능선이 겹을 이루며 보이는 풍광이 일품이다.
1998년 산행 중 추락사한 어느 인터넷 등산동호회 여성회원을 기리는 비석을 지나면 얼마 뒤 ‘↑정상 2.2km, 문희마을 1.4km, 칠족령 0.2km↓’라 쓰인 팻말이 나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일단 문희마을 가는 길을 만나며, 왼쪽으로 300m쯤 가면 칠족령이다.
칠족령이란 지명은 옛날 고개 남쪽 제장 마을에서 옻을 굽던 이진사라는 사람이 기르던 개가 발에 옻을 묻히고 다니면서 고갯마루에 발자국을 남겼다고 하여 옻 칠(漆) 자, 발 족(足) 자를 써서 지어졌다 전한다. 거목 아래에 ‘칠족령(개무덤)’이란 팻말이 있다. ‘칠족령 전망대’란 팻말 쪽으로 20m쯤 내려가면 동강 풍경이 확 펼쳐진다. 고도가 해발 400m대로 낮아진 칠족령 전망대에서는 동강을 바싹 다가서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맛이 있다.
이제 남은 길이라야 1km 남짓이지만 봉우리를 하나 넘어 절벽길을 따르노라면 정선군이 지난해 바위 두 개를 연결한 13m 길이의 하늘벽 뼝대 구름다리가 반겨준다. 발아래보다 절벽 가까이 붙어 기암절벽을 끼고 옥빛 물줄기를 흘리는 동강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뛰어난 곳이다.
이제 20분쯤 더 가면 가파른 능선은 끝나고 둔덕 평지로 내려선다. 이후 콘크리트길을 따르면 제장다리 쪽으로 내려선다. 점재나루~백운산~제장마을 산행은 4~5시간 걸리며, 제장마을에서 적재마을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교통(지역번호 033)
동강 백운산은 정선군 신동읍 운치리와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으로, 산행 기점인 점재마을로 가려면 신동읍 예미리를 거쳐야 한다.
서울→예미 지하철 2호선 강변역 부근에 위치한 동서울터미널에서 18:01 출발. 3시간40분, 1만4,900원. 1688-5979, www.ti21.co.kr. 또는 30분~1시간30분 간격 운행하는 영월행 직행버스를 타고 영월에서 약 1시간 간격(06:10~20:10) 운행하는 예미 경유 영월교통(033-373-2373) 시내버스 이용.
청량리역에서 예미역행 태백선 무궁화호 열차가 1일 7회(07:10, 09:10, 12:10, 14:20, 16:20, 22:00, 22:50) 운행. 약 3시간15분, 특실 1만4,500원, 일반실 1만2,600원. 문의·예약 1544-7788, www.korail.com. 예미역 033-378-7788.
예미→점재 예미역 앞에서 1일 4회(08:30, 12:00, 16:00, 20:30) 운행하는 운치리행 버스 이용. 30분, 2,000원. 운치공영버스 010-3199-0041.
■ 드라이브코스
중부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 → 영월 →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삼거리 → 좌회전 → 고성리 → 강변 삼거리에서 운치분교장 방향으로 우회전 → 점재
영동고속도로 장평 나들목 → 31번 국도 →평창읍내 삼거리에서 좌회전 → 42번 국도 → 멧둔재터널 → 비행기터널 → 광하교(평창읍에서 약 28km) → 다리 건너 우회전 → 강변길 → 점재
숙박
점재나루 위쪽 이종수씨 집(033-378-1570)에서 큰방 두 개로 민박을 친다. 4인 기준 여름에는 2만~3만원 겨울에는 5만원. 토종닭 백숙(4만원)을 내놓는다. 운치리 강변에 백운산과 동강물이 바라뵈는 상구가든ㆍ민박(033-378-3738)이 있다. 제장마을엔 제장민박(378-0775)과 정희농박(378-3838)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