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이종범(31)이 3년반 동안의 일본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완전 귀국했다.
이종범은 20일 오후 2시30분 부인 정정민씨, 두 자녀와 함께 일본 나고야에서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퇴출을 자청, 지난 7일 웨이버공시 절차를밟아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던 이종범은 국내에서 야구를 계속할 예정이지만 현재 뚜렷한 복귀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
이종범은 당분간 수원의 처가에 머물면서 귀국인사를 다닌 뒤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 휴식과 개인훈련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종범이 국내프로야구에 복귀하게 되면 보유권을 갖고 있는 전 소속팀 해태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다시 입어야 하지만 입단 협상을 서두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본에서의 실패로 좌절감을 맛봤던 이종범은 한동안 심신을 안정시킨 뒤 해태가 기아자동차로 매각되고 나면 후반기가 시작되는 7월21일 국내 그라운드에 모습을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종범의 국내 구단 복귀때 정확한 몸값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연봉 3억원으로국내 최고액 선수인 이승엽(삼성)을 능가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또 이종범은 해태시절 유격수로 활약했으나 지난 4년간 주니치에서 외야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유격수로 복귀하기 보다는 외야수로 뛰며 내야수 중 수비부담이 크지 않은 3루수로도 간간이 기용될 전망이다.
지난 97년 해태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뒤 이적료 4억5천만엔에 주니치로트레이드됐던 '야구 천재' 이종범은 98시즌 1번과 3번타자를 오가며 활약하다 6월23일 한신전에서 투구에 오른쪽 팔꿈치를 맞아 골절 접합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종범은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1,2군을 오르내렸고 호시노센이치 감독과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 끝내 주니치를 떠나게 됐다.
올시즌 고작 8경기에만 대타로 간간이 출장했던 이종범은 13타수 2안타에 그쳤고 일본프로야구 4년 통산 타율 0.261, 27홈런, 53도루를 기록했다.
이종범은 주니치에서 풀려난 뒤 한 때 미국 진출도 검토했으나 지난 15일 나고야를 방문한 선동열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의 조언을 받아들여 국내에 복귀하게 됐다.
"저를 있게 해준 팬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3년6개월여의 일본 프로야구 생활을 접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20일 오후 귀국한 이종범(32)의 표정은 일본에서의 마음 고생을 이미 잊은듯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아들 정후(3)군의 손을 잡고 가족들과 함께 입국한 이종범은 "몸이 만들어지는대로 그라운드에 나서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멋진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종범은 이날 수원에 있는 처가에 들른 뒤 21일 광주로 내려가 구단 관계자들과 연봉 협상을 하는 등 구체적인 향후 일정에 대한 구상에 들어간다.
다음은 이종범과의 일문일답.
--귀국 소감은
▲복귀를 하더라도 시즌을 끝내고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고민할 것은 모두 하고 와서 지금은 홀가분한 상태다. 고국의 팬들을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미국 진출설도 있었는데
▲실제로 미국의 여러 구단에서 접촉해 왔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뛰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한국에서 남은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설득해 한국행을 결정했다.
--복귀 시점은
▲한달 가량 훈련을 쉬어 몸이 곧바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몸이 만들어지려면 한달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아들과 딸이 생겼다(웃음). 무엇보다도 인생 공부를 많이 했다. 부상과 슬럼프를 겪으면서 주전으로 못뛰는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이해해줄 수 있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일본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는 점이다. 처음 일본에 진출할 때는 3할 타율과 도루왕 등 여러가지 꿈들이 있었지만 차츰 경기에 출전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타석에 서 볼 수만 있었다면 하는 바람만이 간절했다.
--호시노 감독과 갈등이 있었다던데
▲투수 출신인 호시노 감독의 스타일이 나하고 맞지 않았다. 한 두점이라도 앞서면 적극적인 야구로 더 점수를 뽑기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점수를 지키는 야구를 한다. 스타일상의 문제지 개인적으로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의견도 있다.
▲체력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 타격 기술에 대해서는 배운것도 많다. 충실히 몸을 만들어서 경기에 나선다면 충분히 예전의 기량을 보여줄 수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수비도 외야와 내야 모두 자신있다.
--해태에서 뛰는가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이를 제처두고라도 고행팬들 앞에서 뛰고 싶다.
김응용 감독 밑에서 뛰고 싶다는 보도가 나간 걸로 아는데 와전된 것이다. 높은 연봉이 해태와의 협상에 걸림돌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연봉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