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법문
화 잘 내는 성질은 어디서 온 것이냐?
중국 산강의 철주스님은 스스로 공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자부하여 여러 선지식들을 찾아다니며 문답을 나누었다.
마침내 상국사의 독원선사를 만난 철주스님은 자기가 깨달은 바를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모두 공합니다. 현상과 진성도 공합니다."
"그렇지."
독원선사께서 맞장구를 치자 철주스님은 신이 났다.
"그러므로 깨달음도 없고 미혹함도 없습니다. 성인도 없고 범부도 없으며, 베풂도 받음도 없습니다."
그 순간 독원스님이 주장자로 철주스님의 머리를 때렸다.
"아야! 왜 때려요?"
젊은 철주스님이 화를 버럭 내며 소리를 지르자 독원스님이 되물었다.
"일체가 다 공이라며? 그런데 그 화 잘 내는 성질은 어디서 온 것이냐?"
이에 깨달음을 얻은 철주스님은 독원선사 밑에서 부지런히 공부하여 순경에도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원 출처는 잘 모르겠고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단에서 펴낸 포교사 길라잡이 속 참고자료를 가져왔습니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오온개공의 보충 설명 자료로 실려 있네요
오온이란 우리가 흔히 자아를 구성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색(물질/육신) 수(느낌/감각) 상(생각/지각) 행(충동/의지/갈망) 식(인식/판단)의 5가지 요소입니다
즉 물질적인 신체활동과 정신활동 전부입니다
(눈 코 입 등 감각기관을 말하는 안이비설신의 육근과는 다른 것이므로 구별해야 합니다)
불교에서 깨달았다(각/불)고 하면 일단 나라는 자아가 공하다=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것을 확실히 사무쳐 깨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됩니다
그런데 <사무쳐> 체득하지 못하고 대충 머리로 알음알이 논리로 지식으로 이해했을 때는, 하는 말은 다 맞고 맞게 알고는 있으나 자아의식(아상)이 뿌리 뽑히지 못한 탓에, 말과 생각에 매여 말이 옳다 그르다는 시비분별, 말이 곧 나이므로 말로써 나를 증명하고 인정 받으려는 갈애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따라서 누가 자기 말과 알음알이를 칭찬해 맞장구치면 좋아하다가, 반박하고 거스른다 싶으면 화를 내거나 기분 나빠하고 나아가 상대를 깔아뭉개려고도 합니다
며칠 전 명상 일지로도 올렸듯이, 이것은 <나>라는 망상이 남아 있다 보니 경계를 만날 때마다 주객 분별이 벌어져 사랑 받고 인정 받으려는 애욕(갈애)이 생겼다가, 그렇지 못할 때는 거부감과 미움이 올라오는, 취사간택 분별심에 따른 탐/진/치 번뇌입니다
어떤 고승대덕은 이 번뇌마저 모조리 제거되어야 참다운 깨달음이라고 보기도 하고, 어떤 선승은 깨달아도 업습에 따라서는 번뇌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만, 어느 관점이 맞든간에 성품을 보아 공성의 도리를 사무쳐 깨쳤다면 최소한 번뇌가 올라와도 바로 알아차리고 거기
끌려가진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기가 지금 번뇌에 끄달려 말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면 깨달은 것이 아니란 거지요
그러면 입만 까서 말은 맞는 말만 하고 주워들은 풍월은 많아 전부 이치에 맞게 바로 알고는 있는데, 오직 자기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는 것만 모르는 설익은 밥을 어떻게 뜸 들여 찰지게 익혀줄 것인가
이렇게 말하면 제가 폭력을 조장하는 몹쓸 사람으로 욕을 먹을지도 모르겠으나, 솔직히 몽둥이가 약입니다
한 30방 흠씬 두드려맞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이미 <내가 말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노라> 자부하고 있는 한 말로는 아무 것도 배울 수가 없어, 몸을 직접 건드려주는 게 젤 빠릅니다
소리를 꽥 질러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할도 그런 방편의 일환이지요
따라서 위에서 독원선사께서 철주스님을 주장자로 줘팬 것도 노장의 대자비라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 밴드는 오직 말과 글로만 접촉하니 그런 면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설사 오프 만남이라 할지라도, 생판 모르는 남남 사이에 또는 자기에게 법을 구하여 가르침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초면에 다짜고짜 몽둥이질을 날렸다간 요즘 같은 시대엔 은팔찌 차기 딱 좋을 뿐입니다
대자비도 좋으나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겠지요
시대의 한계인 만큼, 본인 스스로 입은 닫고 몸은 바쁘게 움직여 깨달음을 완성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아니면 성철대종사 말씀처럼 삼천배를 하십시오
맞으면 30방으로 간단히 끝나지만, 절로 때우려면 ×100 삼천배로 늘어난다는 건 각오하시고요)
2023. 6. 11. 백련 씀
#마음공부 ㅡ 백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