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생은 줄로 이어진다.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자신도 알 수 없게 삶은 진행되고 끝내 무엇이 남는지를 모르고 생을 마친다. 부모의 피를 이어받아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은 자연스럽게 사회와 어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삶을 이뤄간다. 줄은 이어지는 끈이지만 연연히 맺어지는 삶의 테두리를 만드는 인연을 말한다. 가족관계를 떠나 나와 타자와의 관계, 나와 사회와의 관계 등 많은 줄로 연결된 삶은 줄을 제대로 잡았는가에 부터 시작되고 결과를 만든다. 잘못 잡던가 잡지 못한다면 어느 한곳에 머무르다 흔적없이 마무리하는 것이다. 삶은 그래서 어렵고 힘들어서 이겨내지 못하면 외톨이로 남아 끝내 좌절을 겪는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같아서 어떻게든 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게 되고 억지로 만들기도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런 줄에서 무엇이 가장 바른 줄일까를 생각하면 가족의 줄이다. 억지로 놓지 못하며 끊지도 못하는 줄은 가족 뿐이라는 것이 증명한다. 김운중 시인은 3.4.5.6의 정형 민조시를 쓰는 시인이다. 일정한 틀에 맞춰 시를 쓰는 것은 쉽지 않고 이미지의 전달이 어렵다. 한데 삶 전체를 일정한 글자에 맞춰 풀어냈다. 짧은 문장에 지난 세월의 발자취와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낙동강 한쪽 끝 매봉산을 바라보며 기령산이 뒤를 감싼 고장에서 태어나 공자, 맹자를 배우고 익히다가 16세에 상경하여 새로운 문명을 배우고 일가를 이뤘다. 한 갑자의 삶을 서울에서 이뤄낸 것이다. 이것만으로 자랑할만 한데 새롭게 이어진 후손의 줄을 잡았다. 한 사람의 생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거룩하다. 여기에 자수성가를 합친다면 그 높이는 더해진다. 정형의 문장에 짧고 쉬운 언어로 자신의 삶을 펼쳐낸 시인의 삶은 고달팠지만 자랑할만 하지 않은가.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