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 바로 요리 시작할까요? 조금 쉬었다가 할까요?”
“바로 해보자.”
아주머니가 제일 자신 있는 음식, 계란감자샐러드를 먼저 만들어 봅니다.
“어떻게 만들어요? 배우고 싶어요.”하니 아주머니께서 어깨춤을 추며 다가옵니다.
자신이 잘 알려주시겠다며 두 손 걷어붙입니다.
“이렇게 하면 되거든? 조물조물 이렇게 해서….”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신 방법대로 하니 계란감자샐러드가 금세 완성됩니다.
두 번째로 만들 음식은 감자볶음입니다.
아주머니께서 감자칼을 사용하다가 손가락이 베여 피가 납니다.
“내 허리가 너무 아파서 못하겠다.“ 싱크대에 서서 요리하다 보니 허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환경적으로 요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니 아주머니가 계속 반찬을 만드셔도 괜찮은 것인지 고민됩니다.
복지관 서비스 공부 노트 ‘반찬 사업과 나들이 사업’에 나온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혼자 지내시는 강 씨 할머니. 요리 솜씨도 좋고 건강히 잘 지내셨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께서 밑반찬 서비스를 요청하셨습니다.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솜씨도 좋으신 할머니께서 반찬을 만들어 달라 부탁하시니 의외였습니다. 할머니를 찾아뵙고 사정을 들었습니다. 평소 건강하시던 할머니께서 무릎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았고, 이제 거의 앉아서만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복지관으로 돌아와 할머니 말씀대로 반찬 서비스를 드리기 위한 행정서류를 작성하던 중, 아차 싶었습니다. 할머니 무릎이 좋지 않아 앉아서만 생활하게 되었으니, 이제 스스로 무언가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너무 쉽게 판단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할머니를 다시 뵙고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상의했습니다. 며칠 뒤 동네에 손재주 좋은 몇몇 이웃과 함께 할머니 댁을 다시 찾았습니다. 부엌에 놓인 개수대를 개조했습니다. 개수대 다리를 없애고 수도 높이도 낮췄습니다. 할머니께서 앉아서도 예전처럼 원하는 반찬 당신이 잘 만드시게 부엌 환경을 바꿨습니다. 무릎이 좋지 않아도 할머니께서 잘해오셨고, 잘하시고, 여전히 잘하실 수 있는 일을 계속 잘하시게 도왔습니다. 할머니의 무릎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할머니께서 잘하시는 다른 일도 내려놓게 할 뻔했습니다.
아주머니도 강 씨 할머니처럼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계란감자샐러드를 만들 때, 어깨춤을 추신 것만 봐도 느껴집니다.
아주머니가 편히 요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의논해봅니다.
앉아서 요리할 수 있도록 탁자를 준비하고, 등에 베개를 끼웠습니다.
아주머니 간이 요리대 완성!
안전하게 감자를 깎을 수 있도록 고무장갑도 꼈습니다.
”아, 이제 편하네. 요리할 수 있겠다. 베리 굿!“
약한 상황, 그때 그 일에서 도움을 드리니 요리를 진행하는데 막힘없습니다.
감자를 썰던 아주머니가 원장님께 자신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여 전화합니다.
”원장님, 감자요. 맛있게 만들고 있어요.“
”잘하고 있네. 맛있게 먹어.“
원장님이 추천해주신 감자칼로 잘 만들고 있다며 감사인사드렸습니다.
세 번째로 만들 음식은 어묵볶음입니다.
원장님과 요리할 때 찍은 사진을 보며 어묵볶음 만드는 과정을 되짚어 봅니다.
먼저 파기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프라이팬이 달궈지니 기름이 많이 튀고, 소리가 무섭습니다.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웠지만, 여기서 겁을 낸다면 아주머니께서도 충격받으실 것 같습니다.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태연하게 불을 다뤘습니다.
아주머니께서도 안심하신 듯 튀어 오르는 기름을 조심하시며 천천히 어묵을 볶으십니다.
하얗던 어묵이 점점 까맣게 그을립니다.
그때, 아주머니께서 실수로 뒤집개를 발에 떨어뜨렸습니다.
일단 아주머니가 괜찮으신지 확인한 후, 불을 끄고 뒤집개를 주워 싱크대에 두었습니다.
”아주머니, 뒤집게는 프라이팬에 올려두면 위험해요. 싱크대에 두셔야 해요.“
여러 번 강조해서 말씀드린 후, 제 마음대로 타버린 파와 어묵을 싱크대에 버렸습니다.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주머니께서 어묵을 전부 다 버리자고 합니다.
평소 아주머니는 밥 한 톨도 싹싹 긁어먹으시는 분이시기에 어묵을 버리는 것이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주머니의 요리인데, 제 마음대로 판단하고 행동했던 것이 후회됩니다.
만든 반찬을 나누어 먹으며 방금의 실수를 사과했습니다.
”아주머니, 어묵볶음이 모두 타버릴까 봐 걱정됐던 것 같아요. 아주머니가 만든 음식인데 마음대로 버려서 죄송해요.“
”괜찮예.“
"속상하셨죠? 앞으로 조심할게요."
제가 맡은 과업은 반찬사회사업입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구실인 반찬을 만드는 데 크게 집중한 듯합니다.
아주머니의 일이니 조심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2022년 8월 3일 수요일
첫댓글 아주머니가 반찬 만드는 일의 주인 되게, 주인 노릇하게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몇 번만 하면 아주머니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겠어요. ^^
사회사업 주안점, 문제와 해결책에서 생태관점으로 바라보자는 이야기를 했었죠. 아주머니가 요리를 하기 어려운 환경을 개선한 것은 환경 쪽에 접근해서 문제를 해결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잘 적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반찬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 배울 점이 가득합니다.
① 요리 배우고 싶다 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배우고 싶어요’ 한마디에 강자경 아주머니께서 어깨춤을 출 정도로 기뻐하셨다니, 강자경 아주머니께 요리가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습니다. 내가 무언가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 강자경 아주머니는 그런 일에서 큰 의미와 기쁨을 발견하시는 것 같습니다.
② 선행연구에서 공부한 바를 떠올리고 적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반찬사회사업을 두고 몇 가지 자료를 읽고 공부했죠. 송지우 선생님께서 공부한 자료를 어떻게 실천에 적용하면 좋을까 많이 고민하셨는데, 이렇게 해내셨네요. 선생님의 실천을 보며 배웁니다.
③ 처음 사용하는 감자칼에 손을 베고, 기름이 튀고, 뜨거운 뒤집개에 발을 데일 뻔한 상황. 여느 사람처럼 겪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런 글을 보면 강자경 아주머니께서 자기 삶을 살고 있음이 생생히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