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환타지를 읽었다. 환타지를 제대로 읽은 건 <드래곤라자> 이후
처음이니 2년도 넘은 것 같다. 예전에 친구가 추천해줬던 생각이 나서 생각없이
꺼내 읽었던 <하얀 로냐프강>은 생각이외의 뜻밖의 수확이었다.
내가 이 소설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이 소설이 아주 잘 짜여진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쓴 이상균씨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라이징을 잘 하는 사람이다. 총 5권으로 되어있는
이 책의 1,2권에는 퀴트린의 사랑을, 3,4,5권에서는 자유를 향한 사람들의
이상과 현실을 담고 있는데 그 중간 중간 인물에 대한 캐릭터라이징이 매우
뛰어나다.
선과 악의 개념을 미묘하게 대립시켜 놓고, 절대로 꺾을 수 없을 것 같은
파스크란 같은 기사를 적으로 설정시켜 놓은 다음 극한의 상황에서 다시 그와
'기사로서의' 우정을 나누게 되며, 작은 행복을 꿈꾸지만 그 행복을 현실을
감당할 수 없고, 가장 존경했던 아버지에게도 칼을 겨누어야 하는 그 스토리는
가장 진부하면서도 가장 탄탄한 스토리임에 틀림이 없다.
프롤로그에 이미 그 아름다운 사랑의 잔인성을 적어놓고 있음에도 그 진부함은
빛이난다. 중간 중간 로젠다로가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통합될 것을 암시하는
것이 뚜렷하고 그것에 대한 복선도 착착 예상대로 펼쳐지는데도 읽어가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는다. 외전이나 그들의 이야기, 로 꾸며진 이야기들도 마찬가지.
이것은 얼핏보면 진부함에 빗댄 한 양식으로 보일지도 모르나 이러한 이야기를
꾸미기 위해 필요한 작업은 실로 엄청난다. 그 뛰어난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라니. 정말 감탄이다. (게다가 이미 2부를 계획한 내용마저 여기저기에
엿보인다. 휴우..)
또한, 이러한 환타지 소설을 쓸 때 가장 우려해야 할 점. 이 소설은 성급하게
절정으로 치닫지 않는다. 내가 가장 참지 못하는 것도 이것인데.. 나는 멋지고 스팩타클한 장면을 쓰기 위한 욕망을 잘 참지 못한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것을
적절하게 밀고 당기면서 잘 그려내고 있다. 정말이지 A0를 줄 수 밖에 없는
자세이다.
...
어쨌든 하얀 로냐프강은 조금 슬프게 여운을 남기면서 끝냈다. 많은 영웅과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작가의 상상력에
은근히 호기심을 가져본다.
- from. nightsky,
ps. 끝으로, 십이 기사 평전처럼 디아블로2의 바바리안에 대해 적어보고 싶다. ^^;
[바바리안이라는 캐릭터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힘, 이 될 것이다. 그에게는
힘 밖에 없다. 디아블로2로 들어오면서 그에게도 장거리 공격이나 마법이
추가되었다고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다. 그에게는 아마존이나
소서러스같은 원거리 공격 마법 능력도, 네크로맨서같은 소환기술도 없다.
그에게 있는 것은 오직 힘, 그 자체 뿐이다.
혹자는 그에게 한 손에는 냉동 마법 무기를 들고, 한 손에는 빠른 공격의
무기를 들게하여 더블스윙을 하는 것이 좋은 공격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필자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아까도
말했듯 바바리안은 힘으로 말한다. 아주 공격력이 높은 투핸드의 무기로
적을 섬멸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그의 스타일인 것이다. 더구나 그는 체질적인
높은 스트랭스로 인하여 최고의 갑옷류를 갖출 수 있다. 레벨업도 그에게는
의미가 없다. 그는 오직 가장 빠르게 퀘스트 해결을 위해 필요한 던젼만을
돌아다니면 되는 것이다.
이야기가 이쯤되면 보스를 만날 때에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보스를 만날 때를 대비해서는 stun으로 맞서면
된다. 1:1일때 그는 누구보다도 강하다. 보스를 만날 때에는 HP 포션 너댓
개와 stun을 사용하기 위한 MP 포션 두어 개. 그걸로 바바리안은 승리의
포효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