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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주변에서 냉탕온탕으로 파4 홀의 스코어카드에 아이스크림(8타)를 그렸다거나, 벙커에만 들어가면 위축된다거나, 아니면 어프로치에서 뒤땅이나 토핑을 일삼아 고민인 골퍼라면, 레슨 프로나 연습장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가장 먼저 웨지와 웨지의 바운스 Bounce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골퍼에게 웨지, 또 바운스 Bounce라는 용어는 그렇게 대우받지 못했다. 제조업체가 마케팅 초점을 온통 ‘비거리’에 맞췄고, 또 골퍼도 ‘비거리’에 목숨 걸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골퍼의 아이언 구매 패턴도 웨지에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통 4~9번 아이언에 2~3개의 웨지(피칭, 갭, 샌드)가 포함된 세트가 주를 이뤘고, 골퍼는 세트 그대로 구입해 사용해왔다. 그러니 엑스트라 웨지에 대해 눈을 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엑스트라 웨지는 프로 골퍼나 로우 핸디캐퍼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좀 더 실력을 쌓은 이후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웨지의 거장이자 보키 웨지로 대변되는 봅 보키는 이런 말을 했었다. “상급자는 그린 공략을 잘하고 초•중급자일수록 그린을 많이 놓친다. 따라서 초•중급자가 웨지를 쓸 일이 더 많다”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아마추어는 한 라운드에서 약 6~8번 정도 파온을 할 뿐이다. 대부분의 홀에서는 벙커 샷과 피칭, 칩 샷, 로브 샷 등으로 그린을 노려야 한다. 그때 거의 모두 웨지를 사용한다. 웨지는 매우 다재다능한 클럽이지만, 모든 골퍼에게 다르게 작용한다. 즉, 한 가지 타입의 웨지로 이렇게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샷을 구사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수많은 웨지 옵션을 제공하는 이유다.”
웨지는 초•중급자에게 더 중요하다
보키의 지적처럼, 웨지는 초•중급자에게 더욱 유용한 클럽이다. 투어의 각종 자료와 아마추어 통계 자료를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미국 남•여 프로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그린적중률 평균은 65퍼센트다. 어프로치 10번 중 6번 이상은 그린에 올린다는 얘기다. 반면 샌디에이고골프아카데미의 자료에 따르면, 73타를 치는 아마추어 골퍼의 그린적중률은 평균 60퍼센트, 92타를 치는 골퍼는 19퍼센트로 나와 있다. 일반적으로 보기 플레이어는 10번의 어프로치에서 채 2번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또 보기 플레이어는 업&다운(그린을 놓친 상황에서 파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과 샌드세이브율도 각각 12퍼센트, 8퍼센트다.
자, 그렇다면 어떤가? 10번 중 8번을 짧은 거리에서 샷을 하고, 그린 사이드에서는 10번에 1번 정도만 그린에 올린다. 이 모든 상황에서 사용하는 클럽이 거의 모두 웨지다.
옆의 상자 기사에서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하이 핸디캐퍼일수록 숏 게임에 공포를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숏게임을 운영하는 클럽에 대해 관심도, 지식도 많이 없다.
이제부터는 숏게임을 위한 클럽, 즉 웨지와 웨지의 바운스에 대해 고민해볼 때가 됐다. 봅 보키의 지적대로 웨지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거의 대다수의 골퍼에게 더 유용하다.
웨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헤드의 구성 요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언은 헤드 제작 방식(포지드, 캐스팅)과 페이스 뒷면(머슬 Muscle이나 캐비티 Cavity, 스플리트 캐비티 Split Cavity 등)을 살피면 되지만, 웨지는 소울 Soul, 이른바 헤드 바닥 쪽의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어지는 페이지에서 바운스와 릴리프 Relief, 폭과 캠버 Camber, 그라인드 Grind 등에 대해 설명한다.
Self Check셀프 체크
아래 8가지 문항에서 2개 이상의 항목이라도 해당되는 골퍼라면, 숏게임에 상당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이런 골퍼라면 특히 웨지의 바운스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
1 잘 나가던 페이스가 한 번의 냉탕온탕으로 무너졌다.
2 벙커에만 들어가면 겁난다.
3 벙커와 그린 주변에서 한 종류의 웨지로, 한 가지 스타일의 샷을 한다.
4 웨지로는 볼을 띄우지 못해, 러닝 어프로치만 한다.
5 피칭과 샌드, 갭 웨지와의 거리 간격이 거의 없다.
6 피칭과 갭 웨지와의 거리 간격이 너무 크다.
7 그린 앞에서 자꾸 토핑이 나서 어프로치 하기가 겁난다.
8 웨지만 잡으면 섕크나 토핑이 난다.
웨지를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웨지의 구성 요소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또 각종 옵션을 선택할 때의 기준도 제시한다.
Sole Camber 소울 캠버
소울의 리딩 에지부터 트레일링 Trailing 에지까지의 굴곡, 적은 굴곡은 소울 폭과 바운스가 증가되는 효과를 주며, 부드러운 잔디나 모래에 적합하다. 중간 굴곡은 모든 상황에 유용하며, 많은 굴곡은 소울 폭과 바운스가 감소되는 효과를 주며 단단한 코스에 유리하다.
Bounce Angle 바운스 앵글
웨지의 리딩 에지 Leading Edge로부터 소울의 가장 낮은 지점의 각도를 말한다. 바운스는 잔디나 모래에서 웨지가 파고 들어가지 않고, 잘 빠져나오는 역학을 도와주는 소울의 형태다. 정도에 따라 하이 High, 미드 Mid, 로우 Low 바운스로 나눈다. 하이 바운스(9~14도)는 부드러운 잔디나 모래, 또 가파른 궤도의 스윙에 적합. 미드 바운스(7~9도)는 모든 상황에서 두루 사용 가능하고, 로우 바운스(4~7도)는 단단한 코스와 평편한 궤도에 유용하다.
Sole Grind 소울 그라인드
소울 힐 Hill에서 토우 Toe까지의 트레일링 에지 부분의 형태와 곡선을 말한다. 형태에 따라 M, T, L 등으로 나뉜다.
(옆 페이지 좌측 하단 상자 기사 참조)
Sole Width 소울 폭
소울의 리딩 에지부터 트레일링 에지까지의 폭을 말한다. 넓은 소울 폭은 부드러운 잔디나 모래, 중간 폭은 모든 상황에서 유용하며, 좁은 폭은 단단한 코스 조건에 적합하다.
바운스 선택
스윙 스타일과 자주 플레이하는 코스 상태에 따라 바운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쓸어치는 스타일 : 특징 완만한 스윙 궤도로 디보트 자국이 엷거나 아예 없고 벙커 샷에서 모래를 적게 떠낸다. 일반적으로 실수할 때는 토핑이 많다. 웨지 선택 일반적인 코스에서는 미드 바운스, 단단한 코스에서는 로우 바운스, 부드러운 코스에는 하이 바운스가 좋다.
▶ 일반적인 스타일 : 특징 보통의 스윙 궤도로 디보트 자국도 벙커 샷에서의 모래의 양도 보통. 웨지 선택 미드 바운스의 웨지.
▶ 찍어치는 스타일 : 특징 가파른 스윙 궤도로, 디보트 자국이 깊고, 벙커 샷에서 떠내는 모래의 양도 많다. 웨지 선택 하이 바운스의 웨지가 좋고 특히 벙커에서 더욱 적합하다. 단단한 코스에서는 미드, 부드러운 코스에서는 하이 바운스. 특히 낮은 로프트의 웨지는 미드, 높은 로프트의 웨지는 높은 바운스로 세팅.
다양한 소울 그라인드
F 타입 : 적은 트레일링 에지의 풀 Full 소울 디자인. 보통, 가파른 스윙 궤도의 골퍼에게 적합.
S 타입 : 힐 릴리프의 풀 소울 디자인. 스퀘어, 또는 페이스 오픈에서의 로브 샷에 적합.
M 타입 : 리딩 에지와 트레일링 에지가 오목한 초승달 모양의 소울 디자인. 페이스 오픈의 샷, 보통, 가파른 궤도의 골퍼에게 적합.
T 타입 : 소울 앞쪽의 좁은 바운스 표면과 넓은 트레일링 바운스 표면, 그리고 적은 소울 굴곡의 이중 바운스 소울 디자인. 높은 탄도의 로브 샷과 깊은 러프, 보통, 그리고 완만한 궤도의 골퍼에게 적합.
L 타입 : 좁은 바운스 표면과 매우 적은 소울 굴곡의 초승달 형태의 소울 디자인. 로브 샷과 단단한 코스 상황, 또 완만한 스윙 궤도의 골퍼에게 적합.
웨지 구성 순서
1 그린 주변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로프트의 웨지(보통 58~60도 사이)를 선택한다.
2 가장 높은 로프트의 웨지로 풀 스윙해 거리를 확인한다.
3 피칭웨지의 풀 스윙 거리를 파악한 후, 피칭웨지와 가장 높은 웨지의 풀 스윙 간의 거리 차이를 확인한다.
4 거리 차이가 30야드 이상이라면 피칭과 샌드웨지 사이에 1개의 웨지를 추가한다.
5 웨지의 로프트는 4~6도 차이로 세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클럽 간의 거리 차이는 10~15야드가 된다.
▲그린 주변과 벙커에서 다양한 테스트 과정을 통해 적합한 바운스를 결정한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웨지가 최적의 조건으로, 최고의 결과를 내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바탕으로 지난 5월 중순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밴 팀과 인천 영종도의 드림골프레인지에서 테스트 했고,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웨지를 세팅했다.
테스트 전에는, 로프트 세팅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48도의 피칭웨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52도 웨지와 56도, 그리고 60도 웨지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3개의 웨지는 기본적으로 로프트 4도 차이로 세팅했다. 웨지를 더 추가하고 싶거나, 로프트를 변경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았다. 필 미켈슨처럼 플롭 샷을 하고 싶은 마음에 60도보다 더 큰 로프트의 웨지를 가방에 넣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58도 이상의 웨지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봅 보키의 애정 어린 충고 덕에 60도 선에서 타협할 수 있었다.
정확하게 4도의 세팅을 했지만, 문제는 있었다. 원하는 거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고백하자면, 모든 어프로치가 짧았다. 이유는 여러 곳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정확이 ‘이거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얘기하자면, 이건 바운스와 연관되어 있었다. 난 기본적으로 로우 바운스를 선호했다. 웨지 플레이를 위해 셋업했을 때 웨지의 리딩 에지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다. 리딩 에지가 지면에 딱 붙어있어야 심리적으로 안정됐고, 뭔가 근사한 샷을 할 수 있을 거라 희망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블랙 크롬, 오일 캔, 투어 크롬 피니시.
» 웨지에 대해 더 알아야 할 것
1 갭 Gap, 로브 Lob 웨지? : 웨지의 로프트는 48~64도까지 다양하며, 로프트에 따라 별칭이 있다. 피칭웨지는 로프트 48도, 갭웨지는 50~52도, 샌드웨지는 54~58도, 로브웨지는 60~64도 사이를 말한다.
2 피니시 Finish : 헤드를 코팅하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투어 크롬 Tour Chrome, 블랙 니켈 Black Nickel, 오일 캔 Oil Can 등이다. 투어 크롬은 헤드를 크롬으로 코팅한 것으로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블랙 니켈은 크롬에 니켈을 추가해 코팅한 것으로 검정색을 띤다. 오일 캔은 헤드를 뜨거운 오일에 담궜다가 꺼내는 방식. 코팅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광택이 없고 황동색을 띤다.
3 헤드에서 읽어야 할 것 : 헤드에 적혀있는 숫자는 로프트와 바운스의 조합을 알려준다. 사진에서 보는 ‘56-14’는 로프트 56도와 바운스 14라는 뜻.
4 웨지를 몇 개 사용할까 : 가장 먼저 샌드웨지를 풀 스윙해 거리를 파악해두고, 가지고 있는 피칭웨지도 풀 스윙해 거리를 파악한다. 두 웨지 사이의 거리 차이가 30야드라면 그 사이에 1개, 50야드라면 2개의 웨지를 추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해야 할 조합이 있다
문제는 이런 바운스 선택이 내 스윙 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았던 점이었다. 내 가파른 스윙 궤도와 셋업의 정도에서 로우 바운스는 정확도와 일관성을 위해서는 피해야 할 조합이었다. 이날 웨지 테스트를 한 박철완 피터는 “숏 어프로치 셋업에서 손을 타깃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 바운스 각도가 낮아지는 효과에다, 로우 바운스 각도의 웨지를 사용하면서 클럽이 지면으로 파고들어가는 경향이 더 심하다”고 평가했다. 이 얘기를 종합하자면 오리지널 로프트를 죽여 웨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탄도가 나오지 않고, 지면을 파고 들어가면서 상황에 따라 거리가 들쭉날쭉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난 웨지의 생김새라는 개인적인 선호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일관성과 정확성이라는 웨지 고유의 큰 장점을 포기한 셈이다.
피터의 요청으로 그린 주변에서 로우, 미드, 하이 바운스의 웨지를 사용해 테스트 했는데, 결국 하이 바운스의 웨지가 좋은 결과를 제공했다. 높은 바운스가 리딩 에지를 지면으로 파고 들어가지 않게 하면서, 스윙 스피드를 죽이지 않았고, 볼은 높이 떠올랐다가 지면에 부드럽게 떨어졌다. 셋업 때 ‘리딩 에지가 들려보이는 심리적인 부담’과 ‘좋은 결과’ 중 한 쪽을 포기해야 한다면, 이제는 ‘심리적인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이 바운스는 벙커 샷을 아주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동안 벙커 샷을 할 때 56도와 60도 웨지 중에서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했었는데, 이제는 56도로 ‘고정’할 정도로 바운스의 매력에 빠져 있다.
테스트 이후 내 클럽 세팅은 52(바운스 8도), 56(14), 60(4)도가 됐다. 각각의 거리 차이는 10~15야드다. 요즘 라운드에서 100야드 이내의 어프로치를 마주하고 있을 때 나는 56도와 60도 웨지를 함께 꺼내 든다. 만약 좀 더 딱딱한 코스 조건이라면 로우 바운스의 60도, 좀 더 소프트한 컨디션이라면 하이 바운스의 56도를 선택한다. 이런 선택은 요즘 안정적인 어프로치의 배경이 되고 있다. 볼 콘택트와 거리 양쪽에 자신이 생기면서 숏게임이 즐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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