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vulcanpost.com/818453/singapore-low-fertility-rates-nothing-to-do-with-living-costs/
출산율이 급락하고 있는 선진국들에서 나타나는 인구 위기에 대한 글들을 보고 있으면, 필연적으로 이 문제를 경제나 정책의 문제로 돌리는것을 보게 됩니다. 우리 주변과 미디어에선 생활비가 증가하기에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것을 포기한다고 해왔으며, 당국은 아이를 출생할대마다 주는 현금 살포등의 여러 가지 경제적 지원책을 시행해왔습니다. 그래서, 그런 정책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요? 지금까지 결과로 보자면 모든 국가가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죠.
Show me the money
당최 왜 그런 정책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낳을지, 낳지 않을지에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죠. 이게 더 어이없는 이유는, 그게 정말 쓸데없는 짓이라는 게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자문해보십시오.
1. 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어디입니까?
2. 돈이 많은 사람들일 수록 자식이 많습니까?
만에 하나, 출산율이 경제 상황과 실질적인 연관이 있다면, 출산율이 높은 지역은 선진국이여야 하며, 돈이 많은 부자들일수록 아이를 많이 낳아야겠죠. 근데 모두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현재 세계 아이들의 대부분은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국가와 사회 내에에서조차, 부자들과 상류층은 보편적으로 제일 출산율이 높은 집단이 아니란거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무책임해서 그런거 아니야?" "가난한 사람들은 멍청하기 때문이지." "피임을 할 여력이 없는거 아닌가?"라는 성급한 결론에 이르기 전에, 우리는 수십 년 전의 싱가포르인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에선 주거 환경이나 지나치게 비싼 물가등, 많은 불만들을 듣곤 합니다. 허나, 수십년 전의 싱가포르인들은 조그만 아파트에서 현재보다 더 가난하게 살면서도 대부분 세명 이상은 낳았습니다. 수십 년 전의 싱가포르에는 지하철도 없었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가정이 수두룩했으며, 고작 수십만원의 월급으로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싱가포르 당국이 1970년대에 그 유명한 "두 자녀 정책" 을 시행하면서 바뀌기 시작했고요.
즉슨, 싱가포르인들은 정부 지원책이 전무해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가난해도, 지금보다 훨씬 형편없는 생활환경에서 살아도, 아이들을 매우 많이 낳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 물론, 세계 1위 갑부라는 일론 머스크가 자녀 10명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사람을 예시로 들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통계적 오류를 범하게 하기 쉬운 아웃라이어로서 "부자 중의 부자"니까.
여하튼, 돈이 출산율의 근본 문제였다면, 같은 국가내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아이를 더 많이 낳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돈이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을까요? 물론, 몇가지 양육지원책은 일부 계층의 사람들에게 아이를 더 낳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세계 어떤 국가도 그 지원책"만" 으로 저출산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것에 성공하지 못했던것 또한 사실입니다. 한 예로, 서유럽은 보통 사회정책이 출산율 반등에 도움을 준 케이스로 소개되고는 합니다. 그러나, 각각의 민족 및 인종등 출신배경에 따라 출산율을 세분화할시, 서유럽의 출산율은 원주민 보다는, 주로 가난한 이민자 집단이 끌어올린다는 것이 명확해지죠. 이뿐 아니라, 전체 출산율은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는것 또한 드러나고요.
혹자는, 보다 단일민족적인 동유럽 국가들, 특히 체코의 사례를 출산율 반등의 성공 사례로 들곤 합니다. 지난 20년간 체코의 출산율이 1.3에서 1.8로 올라간것을 얘기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코의 출산율은 대체출산율인 2.1 밑이라는것 뿐 아니라, 이 반등을 위해 수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였음을 간과하는 얘기죠.
물론, 1.8이란 수치는 싱가포르의 출산율인 1.05이나 세계 최악을 달리는 한국의 0.78이란 수치에 비하면 그야말로 선녀처럼 보일것입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체코는 서유럽 국가들 대비해선 소득도 낮을뿐 아니라 도시화율도 낮고, 심지어 출산율이 가장 문제가 심각한 동아시아의 선진국들보다 경제 발전도 부분에선 못하다는것입니다.
그럼에도, 이것은 전부 돈 때문이라고만 말씀하실것입니까? 반문하시겠죠.
"그럼 돈이 아니면 대체 뭔데? "
기대치 조정
출산율이 폭락하는것은, 부유한 선진국들의 보편적인 문제입니다. 사실, 개개인의 부(富)와 출산율의 역상관관계보다 국경, 인종, 민족을 초월해서 더 출산율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존재합니다. 세계 어느 국가든, 전근대를 비롯한 가난했던 과거에는 예외 없이 대가족이었으나, 이런 가족 유형은 부유해지면서 급격히 줄어듭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던질수 있겠죠. "그러면 대체 80%가 넘는 싱가포르인들이 결혼을 하길 원할뿐 아니라 무려 77%는 2명 내지 그 이상의 아이를 낳길 원하는건 뭐라고 설명할건데!? " 저희는 여기서 또 다른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록 하죠.
"기혼자들중 92%에 속하는 절대다수는 2명 이상의 아이를 갖고 싶어했으며, 이는 2016년과 2012년의 조사와도 비슷한 수치이다" – Straits Times
92 퍼센트가 2명 이상을 낳고 싶어한다니! 그러면 당최 출산율이 왜 이리도 낮단 말입니까? 신축 아파트의 공급지연 때문인가요? 재개발 단지 시가가 올라서? 우리가 자주 먹는 외식인 치킨 라이스 가격이 인상되었기에? 전부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가지는 삶에 대한 기대치의 문제기 때문이죠.
아이를 가지는것은 단순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원적으로 시간의 문제입니다. 아, 물론 당신의 계좌에 돈이 좀 더 있다면, 메이드나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서 부담을 좀 덜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는 그외 가지는 부모로서의 여러 책임들을 다 사라지게 해주지 못합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이 원하는것은 무엇이냐 물어보면, 자신의 꿈을 얘기하곤 하죠. 그러나, 현실에 직면하게 될 때, 그중 소수만이 아이를 양육하는데 걸리는 자신의 20년에 달하는 삶의 시간을 기꺼히 투자하겠다고 하죠.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2명이상의 아이를 갖기 원하지만, 동시에 좋은 직장과, 넉넉한 휴가, 콘서트, 친구들과의 저녁식사등과 같은 여가활동도 즐기길 원한다는거에요.
옛날의 여성들은, 대부분이 전업주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자신의 커리어를 추구하고 거기서도 성공하길 원하죠.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모든걸 가지길 원한다는겁니다. 가족, 훌륭한 커리어, 아름다운 바캉스, 그리고 외적으로 뽐내고 멋진 삶을 사는것까지.
죄송하지만, 다 가질수는 없어요. 이 중 어떤것은 내려놓아야만 합니다. 또한, 우리는 부모세대보다 우리의 이목을 이끄는게 훨씬 더 많아졌죠. 예전보다 삶은 편해졌고, 우리는 조상들보다 부유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지갑은 날이 갈수록 얇아지고만 있죠.
쇼핑, 여행, 고급 요리, 문화활동, 전자 기기, 인스타등의 소셜미디어에서 보다, 잘나고, 예쁘고, 성공적으로 보이기 위한 끊임없는 경쟁... 우리는 이 모든것을 충족시킬순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녀를 많이 낳고 싶더라도 이걸 희생하고 싶지 않기에, 그나마 1명을 낳거나 가끔 예외적으로 2명 정도를 낳는것입니다.
숨돌릴 공간
시간을 제하면, 다른 문제는 바로 공간입니다. 전에 언급했듯, 과거의 사람들은 주거에 대해 굉장히 낮은 기대치를 갖고 있었습니다. 5~6명이나 되는 가족이 조그만 원룸에 옹기종기 모여살았죠. 오늘날엔 모든 아이들이 자기 방 하나는 대부분 갖추고 있습니다.
부동산 공급이 급격히 줄었거나, 또는 임금 대비 집이 훨씬 못해졌기 때문에 일어난게 아니란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자신이 살아야되는 집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올라갔죠. 방 5개가 딸린 집이 있다고 칩시다. 이는 주방과 거실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사용할수 있는 방은 약 3개정도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집이 30~40평이라고 하더라도, 부부간 쓸 침실을 제외하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방은 약 2개뿐이란거죠.
그리고, 이 방의 용도를 보다 쪼갠다 할지라도, 뭔가는 포기해야만 합니다. 그들이 '당연하게 가져야 될 것이라고 인식' 하는 공부방, 창고, 옷장등을 말이죠. 그러니까,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 세대가 길렀던 숫자만큼의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서는, 크고 넓은 다층 주택에 거주해야만 한다는거죠. 즉 요즘 싱가포르인들이 생각하는 "편안한 삶" 의 기대치가 너무나 올라간겁니다.
못믿으시겠다면, 코로나 기간 얼마나 집값이 폭등했는지 직접 확인해보십시오. 자택근무로 전환되며, 세상의 종말은 커녕, 고작 몇시간 더 아파트내 머무르는것에 불과함에도 불구, 주택에 대한 수요는 그야말로 폭증했습니다. 갑자기, 수많은 싱가포르인들의 뇌리에는 "내 노트북을 놓고 작업을 할 공간만큼은 확보해야겠다" 라는것이 각인되었죠.
내 업무 공간을 가족 - 심지어 그게 조그만 아이일지라도- 공유해야만 된다는 그 불편함은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더 들여서라도 좀 더 넓은집에 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는것입니다. 헌데, 고작 정부에서 오는 수백만원의 지원금과, 보다 긴 양육휴가와 보육지원등이 수억원으로 공간을 약간 더 넓힐수 있는 이 현실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기대치가 낮았을때 더 많은 아이를 가졌습니다. 왜냐면, 아이를 낳는것 이외에는 할 게 별로 없고, 원하는것도 보다 적었고, 내가 속한 집단에서 내가 얼마나 잘나가는지 과시할일도 지금보다 적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것이 바로, 출산율이 줄어들곤 있는 선진국에서도, 가장 아이를 많이 낳는 집단은 소득이 낮은 가난한 계층인 이유고.
이런 가난한 계층일수록 보다 가족과의 생활 이외에 삶이 보다 나아지기 위한 향상 욕구나, 야망의 정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즉, 대가족이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은 돈이 아니라 과거의 단조롭기 그지없었던 삶이라는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수용하지 못할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싱가포르뿐 아니라, 세계 다른 여러곳에서 일어나는 인구 문제도 고쳐지지 않을것입니다. 얼마나 국가 재정에서 돈을 퍼붓든간에.
사실 돈보다는 문화와 인식의 문제라는것은 꽤나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부분이죠.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동의하는 바가 많습니다.
사실 토탈워 카페의 여론을 포함하여 진보권의 시각은 지나치게 유물론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심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식으로 전통적인 문화적 지향과 가치를 단순히 억압적인 세뇌 선동 도구 혹은 계몽해야 할 구태의연한 관습으로 여기니 생기는 문제 같은데, 실제로는 인간이 삶에 있어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데 물질적인 요건(돈)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빵만으로 살지 않고, 자본주의도 돈으로만 굴러가지는 않죠.
개인적으로 한국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건 공교육의 정상화 같아 보여요. 현금 직접 급부 해봤자 말씀하신 사회문화의 관점에서든 경제학의 관점에서든 결국에는 사교육 시장이나 학교 근처 전월세방 주인 주머니로 다 빨려들어갈거라 봅니다.
공교육 강화를 통해 학군간 격차를 줄이고 입시교육 뿐만 아니라 외국어, 생활스포츠, 자격증 등 다방면의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 내에서 충족 가능하도록 만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고교 교육의 정점에 경쟁이 치열한 입시가 있는데 다양한 활동이 공교육에 잘 안착이 될까 싶기도 합니다. 결국 한국사회의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 그 자체를 완화하는게 필요하지 않나해요. 모든 사람이 경쟁은 당연한거고 어쩔 수 없다는게 내면화 되어있다보니 다른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무의미한 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공부 좀 안해도 그럭저럭 평범하고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생각해보는데.. 안될 거 같긴 하네요.
집값은 도시국가 서울랜드에서 벗어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신교 신자고, 교회에서 몇 십년간 교회 성도 들을 봐 오면서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인데도 종교적 가치와 사랑으로 결혼해서 나름 안정적으로 사람들을 본 입장에서 경제적인 것 만이 해법이 아닌 것에는 동의합니다.(교회는 결혼과 가정을 중요시)
근데 중요한 건 국민들 절대 다수의 기대치가 이미 높아진 현 한국 국민 수준 상황에서 이민 제외하고 현실적인 대안은 결국에는 국가 차원에서 경제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주는 것 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힘들어도 애 낳고 다했어" 하는 그 베이비 부머 세대들도 제 자식들을 그런 생활 시킬 리 없고, 기대치가 문제다라고 하는 전문가 연구자들도 6-70년대식으로 생활하면서 아이들을 6-7명씩 낳고서 생활하기를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즉 변화된 상황에서 어떻게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는가 라고 했을 때 그나마 현실적 인 건 결국 돈(.....)
실제로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되면 대부분의 부부들이 한 명에서 두 명 정도는 생각들을 하던데, 근데 일단 그 결혼이라는 걸 한 사람들 상당수가 "어느 정도 안정적 직장을 가지고 어떤 형태로 던 주거 문제를 해결 한 사람들"이더라고요;;
이대로 쭉 이어지면 어떻게 될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