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갈꺼야.미쳤어?오빤 일해야지!"
"그러니까 뭐라고 자세히 설명을 해야지.무턱대고 간다고 그러면 내가 그래 잘 갔다와라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어디 먼데가?그냥 별장 내려가서 혼자 생각 좀 하고 머리 좀 식히고 온다니까."
"왜 그래?요새 괜찮았잖아.오빠한테 말 좀 해봐.내가 여기 안 들렸으면 너 말도 안하고
그냥 내려가려고 그랬잖아.어?지민아..."
"아무알도 없어.명호랑 승호랑도 보고 싶고.나..일 다시 시작 해야지 거기서 구상좀 하다
올께.보내주라 오빠."
말도 안되는 억지를 쓰고 있는건 지민이 아니라 현석처럼 보였다.물론 지민도 잘하는 짓은
아니겠지만 어디 현석 만큼이야 할까.솔로 앨범내고 활동한지 얼마나 됐다고 활동을 접고
따라 내려간다는 것일까.그만큼 지민을 사랑한다는 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양현석
당신은 공인이야!알아?
"형,지민이가 어린애도 아니고 말못할 사정이 있나본데 그냥 좀 보내주지."
"승환이 넌 빠져."
승환이 현석의 팔을 잡아 끌었지만 그대로 팔을 뿌리치는 현석은 막무가내다.장난감 뺏길까
안절부절 하는 어린애 같어.알고 있어 형?이런 사람 아니잖아 형은.
"오빠...나 정말 괜찮아.제발...보내주라."
방송을 끝내자마자 괜시리 불안한 마음에 들른 지민의 빌라 였다.역시나 나쁜 예감은 왜
그렇게 잘도 들어 맞는지 현석이 열려진 현관문을 들어서자 가방에 옷가지를 쑤셔 넣는
지민이 보였다.달아오른 얼굴로 옆에서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승환을 본체만체 하며
자신이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계속 짐만 꾸리는 지민..그리고는 날 보고하는 첫
마디가 나 보내줘.였다.그 말이...마치 이젠 자신을 태지에게 보내달라는 것처럼,마지막
인것처럼 들려서 현석은 미리부터 겁을 집어 먹었다.니가 원하면 언제든,태지든 뭐든
니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주리라 마음 먹었던 현석이지만...지금은 아니었다.
막상 닥치고 보니..이런 기분은 아니었다.지금 보내면 영영 놓치고 말 것 같아...
정말...가려는건 아니지...니 말 그대로 그냥 별장 내려가는 거지.아무렇지 않게 다시와서
나 구박도 하고 찌개도 짜게 끓여서 아침상도 차려주고 그래야지....
난 보내준다고 했어...남겠다고 한게 너야.태지..잊었댔잖아...응...지민아.
"승환이 넌 이제 그만 가봐라."
"어...?어."
"미안해 오빠,오늘 고마웠어."
"그래.연락해라."
"..."
"갈께.형.지민이도 잘 있어라."
날..더이상 비참하게 만들지 마...나..더이상 태지 볼 면목 없게 만들지마 부탁이야...
"니가 아무리 그래도...태지는 니맘 모르잖아.태지 지금 어디 있는지 조차 모르는데 그애 마음 넌 모르잖아.걔 그렇게 아무한테나 마음 주는 애 아니...."
"사랑한대.근데 난 아니라고 했어...오빠가 얼마나 고민하고 입에 올렸을지 다 아는데..
난..일부러 상처 주느라 그랬어."
"...그럴리 없어...아닐거야."
"밤새 전화하는 것도 모자라 시간 날때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채팅했어.
오빠한테...이런말 하는 거 정말 면목없어.솔직히 오빠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겠어.
근데 있지 오빠.지금 날 도와줄 사람 오빠 밖에 없어.아무리 생각해도...오빠 밖에 없어."
그 동안 모른척 해온 대가로 지금...날 이렇게 만드는 거야?너희 둘..알면서도 말해주지
않아서?나만 빠지면 될거 억지로 붙들고 늘어져서 지금...너 마저 내 뒤통수를 치시겠다.
태지 그렇게 가고 얼굴한번 안 비췄어.내가 막무가내였다면 너 내 사람 만들 수도
있었다고.차마...다른 사람도 아니고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태지라 나 도저히 그 짓은
못하겠어서 실 마냥 가느다란 희망만 바라보고 살았어.
언젠간 알아 주겠지.언젠간 날 보겠지.날 사랑하지 않더라도...이렇게 함께 있으면
그동안 지내온 시간이 아쉬워서라도 날 떠나지 못하겠지...혼자선 그 무엇도 아닌
날 두고...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겠지.내게 등 돌릴 수 없겠지...
"...그녀석이 널 사랑한대?그렇게 사랑하면서 그동안 왜 얼굴한번 못 비췄대?
넌 뭘 믿고 그렇게 확신하는거야?대체 뭐가 그렇게 네게 확신을 주냔말야!
내가...잘 한다고 했잖아.정말 잘할자신 있다는데...왜 기횔 안주니..."
푸르스름한 달 끝에 내 마음을 걸어놓고 늦은밤 무더위에 잠을 설칠때,무턱대고 누군가가
그리울 때,지치고 짜증나는 일들에 치여 숨쉬기 조차 힘겨울 때 한번쯤 바라봐주길
바랬었다.아슬아슬하게 달 끝에 걸쳐져 너의 방 창문 앞에 자리를 잡고 한달이든 1년이든
니 얼굴 잠시 나와 날 바라보며 작은 웃음 짓기를...아릿하게 나를 비켜 푸른 달에 취해
미소를 지어도 그래도 난 행복할 꺼라고...마른 나뭇가지며 찬 바람에 휩쓸려 살이 패이고
아리고 상철 입어도...너의 미소 하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수 많은 밤...너의 창문으로
비춰지는 그림자 하나에도 설레이며...잠못드는건 나일테니.넌 그냥 언젠가 삶의 끝에라도
단 한번만...날 향해 웃어달라고.퍼붓는 비를 맞고 쏟아지는 눈발 속에 가까스로 고대하던
너의 창문이 열리고 내 생에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그런 미소 지을때...나의 숨이 차올라
환희에 몸부림 칠때...왜 하필 그 미소...그의 품에서 짓고 있는지.시들어가는 파리한 달은
애처롭지도 않은지 그를 바라보며 그리 환하게 웃는지...
"어머니가...찾아오셨어.우리 별장 내려가 있을때...태지오빠 어머님이 날...찾아오셨어."
"현석이 애인이라고?몸이 많이 안 좋은가?얼굴이 별로 안 좋아보이네.얘기 빨리
마치고 가야겠다."
"아니요...괜찮습니다. 많이 나았는걸요.근데...어떻게..."
"이걸 전해달라고 해서 왔어요."
"뭐죠 이게..?"
"오늘 아침에 우편으로 왔더라구 지민양한테 전해주기만 하면 알거라고."
"아...예."
"우리 현철이...가엾은 애예요.잘...부탁해요."
"어,어머님..전..."
"현석이도 물론 내 자식이나 다름없는 아이지만...부모 욕심 이라는게...그렇잖아?"
"..."
"내가 초면에 너무 말이 많았지?"
"아니요.괜찮습니다."
"난 전해줬으니까 이만 갈께.몸 잘 챙겨요 다음에 볼때는 건강했으면 좋겠네."
별다른 말씀도 없이 그저 그 봉투 하나 남겨두고 가셨어.현철이 잘 부탁한다 하시고.
혹시나 다 알고 계신건 아닐까 얼굴이 화끈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떨리는 마음을
진정 시키려고 차가운 물 한잔을 비우고 쇼파에 앉아 그제서야 봉투를 자세히 봤어.
그 흔한 말 -한지민에게- 도 없이 그저 누런 서류봉투 하나였어.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태지가 내게 보낼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는데.미국에서 만났을 때도 아무런 말이 없었고
어차피 목 매는건 나인데다...이젠 그것 마저도 그만 두고 현석오빠만 보겠다고,
그렇게 마음 먹었었는데...그 봉투 열자마자 난 흔들렸던 거야.아니..어머님이 내게
그걸 전해주실 때부터,아니 어머님 얼굴 마주하는 순간부터 그때부터 흔들렸어.
그의 마음이 진심이 아닐거라고 하지만...이 거짓말을 믿고 싶다고.달콤한 거짓말에
평생을 걸어도 모자랄 현석오빠를 잃게 될지도 모르는데 내 마음은 막무가내 였어...
그 때부터 내 마음 이미...태지 곁에 가 있었는지도 몰라.사랑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이상 내 사랑을 숨기고 싶지 않아서...하지만 역시나 그를 온전히 믿었다가 후에 내게
고스란히 남을 그 무언가 상처든 후회든...난 너무 못돼서 입구에서부터 실을 풀었어.
혹시나 이 길이 아니면 그 실을 따라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게 날 기다릴 현석오빠에게
다시 안길 수 있게.그리고...미안했어.해바라기 힘든거 아니까 오빠가 얼마나 힘들지
아니까 비록 심장 없는 나여도 옆에 있어서 힘이 된다면...
"...뭐가...들어 있었는데..."
"손이 떨려서 봉투를 여는데도 한참이나 걸렸어.손 때묻은 악보가 들어 있더라.
펜이 번진 자욱도 있고 가사가 틀려서 고친 흔적도 보이는...TAKE FIVE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