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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재사랑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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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화려한 휴가
처음처럼^^* 추천 0 조회 45 07.07.26 22:40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 예고편을 두 번 봤는데, 두 번 다 눈물이 나오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사실 그래서 꼭 이 영화는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그런 영화였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일반 사람들은 계절의 여왕 5월이라고 부르지만 광주에서는 잔인한 계절 5월이라고 불렀습니다.


제게 80년 5월 광주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정도 담임 선생님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광주사태의 진실 이런 비슷한 제목으로 된 사진집이었습니다.

지금 광주 5.18 묘역 사진실에서 볼수 있는 그런 사진을 모아둔 책자였습니다. 목이 잘리고 얼굴 형상을 알아 볼 수 없는 시신들의 사진을 보고 나서 며칠째 악몽에 시달려야 했던 그 사진집이 제게는  80년 광주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께서 소개해준 박용주 시인의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라는 시를 만나면서 다시 한번 어렴풋이 80년 5월을 생각했습니다. 5.18때 아버지를 잃은 중학생인 박용주라는 학생이 전남대학교 오월 문학상에 수상한 목련이 진들이라는 시를 통해 광주에 아픔을 시로 담아낸 어린 시인을 보며 그냥 가슴 아파했었고, 그 시인의 아버지처럼 돌아가신 5월의 열사들을 떨어지는 5월의 목련 꽃잎에 비유한 시에 감동했던 것 같습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흰 한복을 입고서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도청 민원실과 곳곳을 다니며 80년 잃어버린 대학생 아들을 찾아 달라고 호소하는 한 아주머니 이야기를 고등학교 다니는 언니에게 들었던 게 저의 중학 시절의 80년 광주였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는 광주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고 해마다 5월 18일은 무서운 영어 선생님 수학 선생님께 한 시간씩 수업 빼먹기 위해 ‘5.18을 알고 싶어요..이야기 해주세요..’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때  선생님들이 대부분 80년때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이셨던  터라 선생님들에게 생생한 5.18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수업을 하지 않아 좋았고 영어나 수학 쪽지 시험을 보지 않아 더욱 좋았던 시간들로 기억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5월 어느날 아마도 18일 근처였던 것 같습니다. 선배들이 망월동 묘역에 가자고 했고 김밥을 챙겨온 선배 덕에 소풍 가는 기분으로 5.18 묘역에 갔다가 처음으로  80년에 금남로를 피로 물들였던 수 많은 열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름 없는 무명 열사들의 묘 앞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었습니다. 그때 정말 총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집도 가족도 없는 쓰레기를 줍는 분들과 구두 닦는 분들과 ...20대 대학생이 아닌 4-50대 아저씨들이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기억해 줄 분들이 없는 무명 열사들의 묘 앞에서 그날 내내 울다가 돌아왔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왜 그리 눈물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광주 사태가 아닌 5.18 민주화 항쟁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국가 기념일이 되었고 초라했던 망월동 묘지 대신에 공원처럼 잘 꾸며진 5.18민주화 공원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 묘역인 망월동 묘지가 더 오월의 정신을 느낄수 있어 좋습니다.


화려한 휴가는.. 어릴적부터 들어왔던 80년 광주에 대한 이야기 한 편 한 편이 상상 속의 이야기로.. 영화 꽃잎과 모래시계에서, 가끔 드라마에서 보는 80년 광주의 이야기들이 모아졌고 평범한 시민이었던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스크린 상에 담아 놓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내가 아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빠져 있어 야간은 아쉬운 면이 남았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10년 동안 광주에서 살아온 덕에 영화 배경이 된 메타세콰이어 길이나 전남대학교, 도청, 보훈병원, 금남로 길들이 너무나 친근하고 전라도 사투리가 익숙했던 영화,


2시간 동안 울음과 웃음을 함께 하게 해 줬던 그런 영화..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의 마지막 자막이 올라 갈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던 영화, 조금더 욕심을 부리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 영화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많이 많이 잊혀졌던 80년 광주의 시민들을 그들이 기억되기를 바랬던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쯤 생각하게 해줄 그런 영화이기에..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그런 영화, 화려한 휴가..

 

많은 사람들이 80년대의 대한민국을, 그리고 광주를 함께 느낄 수 있게 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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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07.27 08:37

    첫댓글 금서였던"오월의 그날" 이라는 책의 장면을 잊을 수 없지요. 부르조아라고 보여주지 않으려면 친구에게서 빼앗다시피해서 본 사진첩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기억.처음처럼님 말처럼 악몽에 시달렸지요..그러나 우리가 건너다 보기에서 느꼈던 악몽이 어디 악몽축에 끼기나 할까요. 그들의 비하면...감정의 사치지요.이 영화는 꼭 봐야 할 영화입니다.

  • 07.07.28 20:47

    예고편을 잠깐 봤습니다...꼭 봐야 할 영화인것 같습니다..

  • 07.07.31 11:39

    화려한 휴가를 저두 아이들과 여기 서울에서 보고갑니다~~~

  • 작성자 07.07.31 12:46

    서울이시면 연락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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