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도록 짙은 서정성의 소유자, 잘 연마된 소리 연출
귀는 단지 듣는 데에만 사용되는 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청각뿐만 아니라 균형과 평형을 유지시켜주는 기능도 한다. 귀 속의 내이에는 액체로 가득찬 세 개의 관이 있어 머리가 움직여야 할 시기와 방식을 뇌에 알려주는 것이다.
좋은 청력의 소유자는 극히 작은 소리라도 감지할 수 있고 남보다 더 정확하게 듣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소리의 품질까지 구분이 가능해진다. 잘 다듬어진 좋은 소리는 귀에 편하게 와 닿는다.
엠씨더맥스 출신의 이수(36)는 가창력으로 주목받은 실력파 중 하나다. 비록 엠씨더맥스 초기엔 일본풍이 많이 느껴져 음악 팬들 사이에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수의 가창력은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
그의 강점은 잘 연마된 소리 연출이다. 따라서 어떤 노래를 들어도 무리하는 법이 없고 자연스럽다. 서로 다른 음역대를 구사할 경우 음의 불안정해지거나 또는 음색이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수의 경우 저음에서 중음, 고음 등에서도 음색 변화가 거의 없다. 음색의 변화가 없으므로 자기만의 톤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것은 보컬리스트로서 강점 중 하나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자주 바뀌는 일반 가수들과 비교한다면 이수는 이 하나만으로도 강력한 무기를 보유한 셈이다.
이수의 소리들이 일단 귀에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도 이처럼 잘 다듬어진 음 컨트롤 때문이다. 이런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소리와 노래 연습을 많이 했나 알 수 있다. 엄청난 연습량을 통한 결실이란 것은 그 어떤 노래만 들어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수는 또한 두성을 매우 빠른 시간에 터득했다. 이후 그의 고음 처리는 더욱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연출될 수 있었다. 엠씨더맥스 초기 때의 ‘One Love’와 ‘잠시만 안녕’-일본 색채- 등을 비롯한 여러 곡을 들어보면 그의 안정적이고 멋진 고음 처리 능력을 알 수 있게 된다.
가성은 또 어떤가? 흔히들 가성을 구사하면 안 좋은 것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제대로만 구사한다면 가성은 소리에 다양한 색감과 변화를 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다. 이수의 경우 ‘사랑의 시’ 등 몇몇 곡에서 알 수 있듯이 가성의 사용도 좋다.
일반적으로 음악을 할 때 절대음감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요 근래에는 그에 못지않게 상대음감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수의 경우 절대음감 보다는 상대음감이 좋은 보컬이다. 끊임없이 음과의 조우를 통해서 더욱 뛰어난 자기만의 음을 찾아내는 역량이 비상한 것이다.
얼마 전 이수가 ‘Inhale’로 컴백했다.
가창 타입이 예전과 달리 일반인이 따라 부르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쉬워졌다”고 해서 “가창력에 문제가 있나?” 등으로 속단할 순 없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오랫동안 음악계를 떠나야 했던 이수에게 이번 컴백은 남다른 출사표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상종가를 치며 실력파 보컬리스트 및 가수로서 전성기를 구가할 때가 20대였지만 이제 이수는 30대 중반이 되었다. 공자를 빌린다면 ‘이립(而立)’ 즉 마음이 확고하게 서서 흔들이지 않는 연령대로 온 것이다. 좀 더 많은 대중과 호흡하고자 전략적으로 노래하는 방식에 살짝 변화를 줬을 수도 있다.
이수는 이제 음악인이자 보컬리스트로서 새로운 출발선을 밟았다. 자신감을 가져다줄지 더 위축되게 할지는 이번 출사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대음감이 좋은 이수에게 ‘Inhale’은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조성진 기자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