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5월인데 춥고 바람도 불었다. '프라하의 봄' 그 광장을 걸었다.
배낭을 맨 관광객들이 밀려 다녔다. 보헤미안의 본고장 그 무대에 오른 사람들, 인종 모자이크다. 어쩌면 인간은 유랑의 무리, 그 자유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유감없이 탁 트인 거리는 그렇게 서양의 집합된 건축양식 그 조각을 보는 듯 했다. 직선과 곡선의 조화, 스쳐간 많은 제국의 역사가 그려져 있었다.
그이가 다녀간 곳. 10년 전 그는 이 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도시다.
모자를 하나 샀다. 프라하 이니셜 때문에... 그는 모자를 좋아 했다. 전혀 아닌데...
이번 여행은 그를 잊기 위해서 훌쩍 떠나 왔지만 가는 곳마다 그이가 따라 다닌다.
볼타강을 따라서 어둠이 내리는 카를교에는 가슴 아픈 보헤미안의 노래가 있었다. 바람이 인다. 스카프를 여민다.
번화가에 카프카의 포스터가 크게 걸려 있었다. 그의 저서 <변신>과는 달리 눈이 큰 미남이다. 결코 벌레 이미지가 아니다. 법학도의 총기가 느껴진다.
어디였던가. 크고 화려한 틴 교회 뒷골목에는 카프카의 조그만 기념품 가게가 있었다. 작가가 잠시 세 들어 살던 보잘것 없는 집이었지만 그대로 보존하고 기념하는 체코의 문화가 부럽다. 그렇게 좁다란 길, 손바닥만한 카프카 카페를 찾는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그 골목 입장료는 10유로다. 카프카의 얼굴이 찍힌 볼펜과 명함만한 달력을 사서 들고 급히 돌아 나와 버스에 올랐다. 작가의 발자취와 경제ㅡ, 참으로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오래 전, 그이가 헝거리 여행길에서 색스런 크리스털 컵 세트를 사왔다. 하필 내가 좋아하는 보랏빛 컵이 목이 부러져 있었다. 그 후 내가 부다페스트에 갔을 때다.번화가 크리스털 상점을 찾았다. 들고 간 깨진 보라색 잔과 똑같은 것이 있었다. 예쁜 여주인은 내 뜻을 알아챈 듯 싸게 그리고 포장을 정성껏 해주었다. 체코산이라고 했다.
그런 우연이 있다니...,생각이 나서 그 거리를 가보고 싶었지만 이미 10년 전 그 나라가 아니었다. 물가가 올라서 고가 상품이 있는 곳은 가이드가 생략한다고 했다. 그와 내가 들렀던 그 상점의 불빛이 그립다.
틴 성당에서 본 스테인드글라스의 현란한 빛이 떠오른다. 유명한 체코 작가의 작품이라고 했다.
우리 집 장식품에 있는 채코산 크리스털 컵. 청, 홍, 녹, 황, 그리고 체리색과 보랏빛 컵이 거실 깊숙이 들어온 겨울 빛을 받고 있다. 섬세한 컷팅을 통과한 빛이다.
약혼반지를 끼워주며 그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다음엔 더 큰 걸로 해주지....."
살면서 그 약속은 넘어 갔지만 저 무지갯빛 크리스털 컵은 그이답지 않는 사치품이다. 글쎄...내가 좋아할 것을 생각하며 그렇게 다루기 까다로운 것을 조심스럽게 먼 여행길에서 들고 온 것이 아닐까.
이제는 그 크리스털 빛이 보석처럼 보인다.
교회 문을 나섰다. 비가 온다. 우산을 펴며 생각한다.
'집으로 가? 아니지.'
그가 하던 대로 점심 집을 찾았다. '뭐로 할까?' 그의 말을 생각하며 작은 홀을 둘러보았다. 김이 서려 벽에 걸린 메뉴가 뿌옇게 흐려 보였다.
'새우 튀김 덮밥 하나 ㅡ'
그이가 좋아하던 메뉴다. 그래 내가 혼자 집으로 가는 모습을 그이가 보면 미안해 하겠지.
그는 몹시 검약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의 해외여행은 언제나 서둘러 준비해 주었다.
이제 나는 그의 곁에 있던 그 리듬대로 살기 위하여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다. 프라하 여행이 바로 그 결단이었다.
'간바레(힘내라)!'
그의 음성이 들린다.
삶은 만나고 헤어지는 것.
거리의 악사는 노래한다.
보헤미안의 연가를 ㅡ
프라하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ㅡ<월간문학>
첫댓글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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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봄/ 필립 카우프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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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ta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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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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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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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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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F.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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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비투스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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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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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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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쿨라셰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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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천문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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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니콜라스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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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프라라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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