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자정 무렵 서울사는 큰 딸애가 남매를 차에 태우고 친정 나들이로
내려왔다. 몇시에 도착하는 줄 몰라 나는 습관대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자다가 일어나 보니 도착해 있었다. 잠결이라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
5시경 일어났다. 그런데 5시반쯤 큰 딸이 깨어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면서
애비더러 일출 보러 가겠느냐고 물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만 하여도 새해 첫날 광안대교를 새벽시간을 교통통제
하고 시민들에게 일출맞이를 허용하였다. 금년은 아마도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국가애도기간이라 해돋이 축제도 없앤듯 하다. 서울에선가 사고후 예정됐던
불꽃놀이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주최측에서 사과를 했단다.
그래도 새해를 여는 보신각 종은 타종행사를 했는지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해운대로 이사 오기 전 대신동 살 때는 한밤중에 일어나 일출을 보기 위해서 구덕산
으로 올라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산을 올랐고 해가 수평선을 뚫고 올라오면 큰 절을 하는 사람, 두 손 모아 합장하고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사람 등 다양하였다. 붉은 해가 동녁 하늘로 두둥실 떠 오르면
꽹과리와 징을 두들기면서 농악을 펼치는가 하면 구청에서 떡을 해 와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을 나눠 주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나이 들어서 그런지 허리가 뻐근하고 무거워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 딸 아이가
일출 보러 가자는 제의에 동의하지 않고 그냥 쉬겠다고 하였다. 나이를 먹은 탓인가?
해가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는가? 해는 날마다 똑 같이 뜨고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다. 해는 똑 같이 뜨지만 하루 하루
뜨는 시각도 다르고 지는 시각도 다르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일신 우일신'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새벽에 책상 앞에 앉으니 탃아일지가 바뀐다. 지난달 보름께 대신동 문구점까지 가서 구해 온 것을
새로 판 위에 설치를 하였다. 내지만 주문해서 사 왔기 때문이다. 다이어리도 새로 시작해야 하므로
2025년도 다이어리를 찾으니 어느 구석에 들어 앉았는지 눈에 띄지 않는다. 서재에 책이 가득 쟁여져
있으므로 틈이 별로 없다. 나중에 어디서 나오겠지 하고 내버려 두고 있다. 그런데 책상 위에 탁상일지
를 끼워 넣고 보니 또 다른 2025년도 탁상일지 내지 한 묶음이 눈에 띄었다. 보통때는 센텀 롯데백화점
7층 교보문고에서 다이어리와 함께 구입하는 데 금년도 것은 작년 10월중순에 가고 한달 뒤에 가도
탁상일지는 없어서 대신동까지 가서 주문해서 겨우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가 나오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