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알파(α)와 베타(β) >
문하 정영인
한국의 대표적인 속담 중에 하나가 ‘처갓집과 변소는 멀수록 좋다’ 라는 말이 있다. 작금의 한국적인 사회에서는 이렇게 변하고 있다. ‘처갓집과 변소는 가까울수록 좋다’ 라고…….
그만큼 아내의 위상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아내는 베타에서 알파로 올라섰다. 그에 대한 위상도 대우도 많이 달라졌다. 혹자는 신모계사회의 도래라고 말하기도 한다.
거기다가 ‘사내가 부엌에 들어가면 불알이 떨어진다’ 라는 속담도 그 뜻과 의미가 퇴색한지 오래다. 행주치마 두른 남편들이 점점 늘어나고, 아예 전업남편에 육아 휴직이 남편들에게 널리 열려져 있다.
더구나 맞벌이 부부 중에서 아내의 수입이 남편보다 많으면 가정에서의 남편의 위상과 서열은 여러 방면으로 하향 조정되는 현상을 부추긴다. 게다가 남편이 정년을 할 즈음이면 정말 추풍낙엽이 따로 없다. 거기다가 삼식이쯤 되면 남편이라는 존재는 급격한 하향곡선에 다다르고 거의 위험 수위에 이른다. 한국 대부분의 주부들은 남편의 정년 6개월 전부터 우울증 증상이 온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 쓰레기를 분리하여 버리는 것은 내 담당이지만, 아직까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아내가 버린다. 그런데 이웃집 늙은 남편들이 너도 나도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작전권이 불원간에 나에게 이양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세계적 사회 변화 추세로 볼 때, 가정에서의 남편의 공통적인 서열은 물론 애완견보다 못하고 5위권에 들기 어렵다고 한다.
약삭빠른 나는 퇴직하면서 아내에게 두 가지를 미리 다짐하였다.
첫째,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나가서 해결하겠다.
둘째, 저녁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
과연 이즈음 내가 가정에서 한 처사 중에 가장 현명한 일이 아니었나 한다.
또 퇴직 후 남자가 지녀야 할 필수 덕목 중에 ‘3·3·3법’이라는 것이 있다. 남편은 적어도 3종류 이상의 밥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남편은 적어도 3종류 이상의 국을 끓일 수 있어여 한다. 남편은 적어도 3종류 이상의 반찬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나는 유비무환의 선견지명이 있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자취 경력이 있으니 따논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이즈음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나온 만트라(呪文)를 가끔 가다가 되뇌이고 있다. “아내를 행복하게 해야, 인생이 행복하다(Happy Wife, Happy Life)” 라는 주문을 금과옥조 같이 암송하고 있다.
남편들은 다음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보기 바란다.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만지고, 잠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지는 것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읽고 즉시 맞히는 남편은 아내의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하는 남편이다. 어물쩡하게 잘 알아 맞히지 못하면 제대로 된 현대의 남편이 되는 길을 연수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정답은 ‘핸드폰’이다. 하여간에 부부가 같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도 주고받는다니 최첨단 소통의 시대이기도 하다.
우리는 남편이 아픈 것보다 핸드폰 배터리가 나간 것이 더 애달파하는 아내라는 시간대(Time Zone)에 살고 있다. 맛나다는 식당을 점심시간에 가 보면 90% 이상이 여자들의 수다로 채워질 것이다. 그런 남편들 중에 1인분에 5천원하는 보리밥 뷔페에서 막걸리 두어 잔 걸치면 행복은 우리에게도 있는 것일지…….
“아내가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다” 라는 주문을 하루에 몇 번씩 되뇌어야 할 것이다. 가정의 구순한 평화를 위하여!
당신의 아내는 알파이고, 남편 자신은 베타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Α요, Ω라고 하는가 봅니다. 불란서의 실존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에서 D(Death)로 가는 여정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 B와 D 사이에서 남편이 선택할 C는 몇이나 될까요? 그래서 삶은 BCD인가 봅니다.
오늘 저녁에 내가 선택한 남편으로서의 C(Choice)는 설거지입니다요. 아마 내가 알파(A)가 되는 C(Change)는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