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性理學者의 대가인 栗谷은 노자 81장을 해석하면서 老子의 道德經 54言 중에서 유학의 뜻과 가까운 말 2098言을 뽑아 거기에 주석과 토를 붙여서 엮은 책이다. 聖學에 害가 없는 말이라고 하여 全文 40장을 재편성하여 醇言이라 이름하였다.1) 율곡은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기를 老子의 無爲를 宗旨로 삼았으나 그 用에 있어서는 無不爲인 것으로 虛無에 빠지지 않았으며 克己와 窒慾으로 靜重히 謙虛로써 自守할 것을 말한 것이니 現今에 있어서 儒家나 道家의 사상을 비교 연구하는데 많은 참고가 된다. 성리학의 입장에서 도가를 수용하려는 율곡의 학문정신이 돋보인다. 이와 같이 박세당 등도 노자를 가지고 유학을 해석하는 방법[以儒釋老]으로 노자를 풀이한 책을 발간한 사실이 더러 있다.
그런 이해방법으로 王陽明의 稽山書院尊經閣記의 이해를 위하여 以老解陽 즉 노자를 가지고 양명학을 노자를 가지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왕양명이 經을 바라 본 태도에 대한 관점을 살펴보고 明代란 시대적 상황에서 經을 앞에 내세워 얘기를 할 수밖에 없어 미처 직접 말로써 밝히지 못한 깊은 뜻을 노자를 가지고 해석함으로써 보충하고자 한다.
왕양명의 사상은 傳習錄에 수록되어 있는데 그 전습록은 그의 제자들이 양명의 어록 및 학문을 논한 편지들을 모아 기록한 책이다. 論語의 學而編에 曾子가 말하기를 "선생께 배운 것을 익히는 것에 부족하지 않았는가?[傳不習乎]"라는 글에서 책이름을 따 온 것이다. 그러나 양명이 稽山書院尊經閣記를 씀에 있어서는 "존경각이 이루어짐에 나에게 한 말을 청하여 많은 선비들에게 들려주려고 한다기에, 내 사양하지 못하고 記를 쓰기를 이와 같이 하였다. 오호라! 세상의 학자들이 나의 설을 이해하여 그 마음에서 구한다면 또한 경을 높이는 그 까닭을 알 것이다"2)라는 목적을 가지고 또한 그 글의 要旨가 "경학은 바로 심학이다[經學卽心學]"의 뜻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가지고 기록한 글이라 존경각기는 初志一貫한 논리체계를 가진 양명이 직접 남긴 몇 안 되는 글 중 하나인지라 양명의 어록 및 학문을 논한 편지들을 모아 기록한 책인 전습록에 같은 문답집과는 달리 그에 못하지 않는 중요한 글임을 먼저 밝혀 둔다. 특히 여기서는 經에 대한 重點을 道問學보다는 尊德性에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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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醇言은 洪啓禧가 蓮山에 갔다가 金愼齋의 手筆本을 구하여 보고 이 책이 泯沒될까 염려하여 1750년(英祖 26)에 약간본을 간행한 본 책은 이 활자본을 대본으로 후인이 필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앞에 栗谷先生초解口訣」이란 題下에 全文 40장으로 되어 있고 卷末에 홍계희가 1750년에 쓴 발문이 실려있다. 全文 40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天道가 人·物의 발생을 조화하는 義. 2장:道와 德의 존귀함. 3장:道의 本體가 無爲이나 그 쓰임은 無不爲임을 말하였다. 이상의 3장은 道의 體를 밝힌 것으로 一篇의 大旨이며 이하에서는 道의 행하는 공을 말한 것이다. 4장:心의 體를 말하여 먼저 虛心하여 자기의 사심을 버려야 남의 善을 받아들여 學行을 이룰 수 있음을 밝혔다. 5장:治己 治人의 始摠을 총론. 6∼12장:損과 嗇으로 治己 治人의 요지를 삼아 入道 成德할 것. 13장∼19장:嗇字를 因하여 三寶가 修己 長物의 要道임. 20장:경솔하고 躁急함의 失. 21장:淸靜의 正. 22∼24장:用功의 要를 推言. 25장:道를 體함의 效. 26∼35장:治人의 道와 그 功效. 36장:始를 삼가 終을 잘하여 수기 치인을 극진히 하되 未然에 방지할 것. 37∼38장:天道는 善을 복주고 不善을 화주며 盈을 虧하고 謙을 益하게 하여주는 理를 밝힌 것. 39∼40장:사람들이 率性의 道를 알지 못하고 망녕되게 捷徑을 구한다고 하여 헤매다가 끝끝내 道를 행하지 못함을 탄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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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稽山書院尊經閣記 : 閣成請予一言 以 多士 予旣不獲辭 則爲記之若是 嗚呼 世之學者 得吾設而求諸其心焉 其亦庶乎知所以爲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