紅枾(홍시)에서 받은 추억/박재삼
가을날 해는 짧은데,
아버지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시고
캄캄해져야 돌아오는데,
혼자서 집을 보며
서러움에 복받쳐
오직 우리는 왜 못살까만
골똘히 느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눈물이 글썽이던 것을
더욱 찬란한 것으로만 모두우며
감나무 끝에
홍시들이 빨갛게 익어
그것은 전적으로
햇빛과 바람이 빚은
덕택이란 것을 알고
이것이 부잣집이라고
많이 내리고
가난한 집이라고 하여
적게 내리는 것이 아님을
똑똑히 보며
만가지 수심을 지울 수가 있었다.
아, 그러나
가난에 매인 심정일수록
그것은 제자리를 찾아 내린다는
대전제만 하늘처럼 믿다가
그것이 오늘까지 와서
세상에서 제일 착하게
나를 맨발로
역사의 현장에 서게 했더니라.
===[박재삼詩 100選, 박재삼문학관운영위원회]===
어제가 입추라고 하지만
너무 뜨거워서 가을은 저 멀리서
올 생각을 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수평선 위에 구름도 뜨거워 도망을 가고
텅 빈 하늘엔 매미 소리만 가득합니다.
나무와 꽃이 햇살에 다칠세라
봉래산에 하이얀 구름꽃을 피웠습니다.
이 아침,
가난이 서러워 울기도 하고
이런 집안에 태어났는가 원망도 하고
운명이라 여기며 착하게 살아온 시인은...
맨발로 역사의 현장에 서 있다고.
오늘은 시원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금같이 귀한 금요일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