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김선호 차근호기자 = 부산에서 형사사건 수임실적이 뛰어난 판사출신 변호사가 판사에게 감형 로비를 하는데 필요하다며 사건 의뢰인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14일 오전 11시 30분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 법조타운 인근에서 변호사 김모(48)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은 피고인 A씨에게서 항소심 재판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됐다.
수임료는 7천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씨가 A씨에게 "판사에게 로비할 자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4천만원을 먼저 받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항소심을 맡아 진행했지만, 이달 초 항소심 재판부도 A씨에게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집행유예나 감형을 기대하고 돈을 건넸던 A씨는 항소심에서 감형이 이뤄지지 않자 경찰에 이같은 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변호사와 A씨가 사건 수임료 규모와 구체적인 사용 용도에 관해 주고받은 대화내용을 담은 녹취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변호사를 상대로 A씨에게서 판사 로비 자금 명목으로 4천만원을 받은 게 사실인지와 그 돈이 실제로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제시하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출신인 김 변호사는 울산지법과 부산지법, 부산고법 판사 등을 지내고 2014년 법복을 벗고 변호사 사무소를 열었다.
부산 법조계에서 형사사건 수임 실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을 인정받는 변호사로 잘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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