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부숴지는,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곳에…"
'바위섬'이라는 노랫말의 첫 소절입니다.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부서지는'입니다. '부서지다'는 '단단한 물체가 깨져 조각이 나다' '액체나 빛 따위가 부딪쳐 산산이 흩어지다' '희망이나 기대 따위가 무너지다'라는 뜻이 있어요. '돌이 부서지다' '햇살이 부서지는 한낮' '기대가 부서졌다' 등과 같이 쓰지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부숴지다'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두 말을 헷갈리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단단한 물체를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깨뜨리다' '만들어진 물건을 두드리거나 깨뜨려 못 쓰게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부수다'가 '부숴 버리다(부수어 버리다)' '부쉈어(부수었어)' 등과 같이 활용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부수다'에 '-어뜨리다' '-어트리다'가 연결된 말을 '부숴뜨리다' '부숴트리다'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경우에는 '부서뜨리다' '부서트리다'가 맞는 말입니다.
[예문]
―최근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의 영향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해변의 보트들이 부서지고 뒤엉킨 사진 기사를 보았다.
―그의 매몰찬 한마디는 그녀의 남은 희망을 여지없이 부서뜨리고 말았다.
―억지로 문을 열려다가 손잡이를 부서뜨렸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