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보름 날 올라오신 보살님들과
극락전에 걸어 두었던 한지등을 내려서
연잎을 부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2년전 다경님의 도움으로 예쁜 한지로 등을 붙여
연잎을 붙이지 않고도 법당 장엄을 잘 하였는데
이년이 지나서 등을 내려 보아도 여전히
새로 붙인 등처럼 깨끗합니다
하지만 비벼 놓은 연잎도 있으므로
올해는 연잎을 붙여서 법당에 걸기로 하고
오늘 여러분이 큰 수고를 하신 것입니다
아직 덜 마쳐졌으므로
며칠 더 해야 마쳐질 것이지만
새로 연잎을 붙인 연등은 말 그대로 연등이라
붉은 색 연꽃이 피어나서 법당 천정에 걸리게 되면
빈자일등의 마음을 담은 정성으로
가족의 이름을 쓰고 일년 내내 부처님 전에서
가족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역할을 하실 것입니다
주돈이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에
일부를 보면 이와같이 나오니
옛사람들이 얼마나 연꽃의 향과 덕을
사랑하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予獨愛蓮之,(여독애련지)
出於淤泥而不染,(출어어니이불염)
濯淸漣而不妖,(탁청연이불요)
中通外直不蔓不枝,(중통외직불만불지)
香遠益淸亭亭淨植,(향원익청정정정식)
可遠觀而,(가원관이) 不可褻翫焉(불가설완언)
...蓮之愛,(연지애) 同予者何人,동여자하인)
...나 홀로 연의 다음과 같음을 사랑 한다
진흙에서 나왔으면서도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었어도 요염하지도 않으며
속은 비었고 밖은 곧으며
넝쿨지지 않고 가지도 생기지 않으며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고
정정하게 깨끗이 서서
멀리 바라 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서 가지고 놀 수 없음을 사랑 한다.
...연꽃을 사랑했다는 말은
나와 같은 자가 그 누구일까?
또 누가 지은 사자성어인지 모르지만
연꽃의 미덕으로 다음 열가지가 있는데
이제염오(離諸染汚)
연꽃은 진흙탕서 자라도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불여악구(不與惡俱)
연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
계향충만(戒香充滿)
연꽃이 피면 물속의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본체청정(本體淸淨)
연은 어디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
면상희이(面相喜怡)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하여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
유연불삽(柔軟不澁)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그래서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
견자개길(見者皆吉)
연꽃을 꿈에 보면 길하다고 한다.
개부구족(開敷具足)
연꽃은 피면 필히 열매를 맺는다.
성숙청정(成熟淸淨)
연꽃은 만개했을 때의 색깔이 곱기로 유명하다.
생이유상(生已有相)
연꽃은 날 때부터 다르다.
넓은 잎에 긴 대,굳이 꽃이 피어야
연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말은 길어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불가에서 쓰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는 말로
연꽃의 덕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의 심성을
부드럽고 온화하게 만드는 연꽃을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경회루 연못의 연꽃을 다 뽑아 없애던
어리석은 모모한 정권도 있었는데
이제는 전국에서 연꽃 축제를 하고
선남선녀들이 연꽃을 닮아 가고자
경향각지에서 모여들어 좋아하고 있으니
가히 부처님의 정토가 멀지 않은듯 합니다
올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은
전국민이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여
거룩하신 부처님이 오신 뜻을 새기고
처염상정의 마음으로 자신을 맑히고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날이 되기를
부처님 전에 기도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연밥을 연자육이라 하여
약재로도 사용하는데 이름 그대로
마음을 맑게 한다는 의미를 따서
청심연자음이라는 처방도 있습니다
또 요즘은
마른 연잎과 씨방등을 이용한
장식용 소품도 많이 보이고
연근이나 연 잎을 이용한 차 등등
연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웰빙 시대의 선두주자라 해도
지나침이 없는 최상의 꽃입니다
삼계가 화택이라 하시는데
불자들의 번뇌속에 연꽃과 같은
향기로운 생각과 말과 행동이
번뇌의 불길을 청량하게 하는데 있어서
좋은 양약으로 사용되기를 발원합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