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배 육상대회 남녀 동반 준우승을 하고 연산초 선수들과 승리를 자축하며
가을이 미니스커트처럼 짧아졌다. 에어컨을 켜고 선풍기를 틀어 더위를 쫒던 여름이 길게 이어지더니 단풍이 제대로 물이 들기도 전에 입동을 지나 겨울 초입에 들어섰다. 지난주부터는 일출 직전의 최저 기온이 한자리 수로 떨어지고 아차 하면 영하로 떨어질 기세다. 다행이도 맑은 날이 많고 한낮이면 포근함마저 느껴져 야전군의 소대장처럼 하루종일 운동장에서 수업과 육상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요즘 날씨가 고맙기만 하다.
오늘은 대학수능일이다. 주야를 가리지 않고 촌음을 아껴 공부해 온 수험생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운명의 시험을 보는 날이다. 본인의 희망대로 부모님들의 소원대로 모두 대박을 터뜨려 원하는 대학에 진학을 했으면 좋겠다. 특히 우리 가야지 회원들의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들이 수험생이라면 초대박의 성적을 받았으면 좋겠다. 마라톤에 열정을 보이는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어린 나이 때부터 보면서 자라왔으니 자신의 학업에도 성실하게 힘써 스스로 앞가림을 해내는 의젓한 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믿듯이 우리들의 가족 수험생도 믿어 보자. 한두 달 뒤면 기쁜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기를 기대해 보자.
정년퇴직을 하고 2년째 기간제 교사로 체육전담을 하면서 육상지도를 해온 나로서도 올해 육상 수능을 거의 마무리지었다. 다가오는 일요일과 월요일에 대구에서 열리는 <전국학교스포츠클럽축전>에 육상 여초부 부산대표선수단을 데리고 참가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9월에 열렸던 <제12회 부산 초중학생 육상 챌린지 경기대회>에서 우승한 결과의 출전권이다. 연산초 육상 에이스 8명을 데리고 즐거운 육상 여행을 하고 돌아올 것이다.
9월에 열린 챌린지대회에서 남초부 준우승과 여초부 우승을 한 기세로 10월에 열린 교육감배 육상대회에서도 남초부와 여초부 동반 준우승을 하였다. 항상 육상 지도에 활력을 주는 산소 탱크 같은 가야지에 육상대회 입상 소식을 전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찬을 대접해 드렸다. 내년에는 부산에서 개최되는 모든 육상대회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하고 싶은데 부산 초등 육상의 최강자 초읍초를 이겨야 한다. 올해는 6학년 선수가 부족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우리 연산초가 정상의 자리에 설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내년이 기대되고 3월 봄이 기다려진다.
관건은 3,4,5학년 선수를 잘 키워 놓은 현재의 연산초에서 한 해 더 기간제 교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소원하는 바이니 소원성취를 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올 한해도 아이들과 여름방학 때도 그르지 않고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면서 행복하게 지냈다. 덤으로 세 차례 육상대회에 참가해 우승 1회, 준우승 3회, 3위 1회의 성과를 거두며 아이들에게 달리기를 통해 즐거움과 성실함과 자신감을 길러 주었다. 샘을 믿고 따라주는 학생들과 내 달리기의 원천 옹달샘이 되어 주는 가야지에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我走故存
나는 달린다. 고로 존재한다.
走金字塔
陸上投身過十年
每朝如一與童走
陸上弟子超千名
團體入狀近五十
十餘年前某春日
運命命中馬拉松
伽倻地員當師友
員生走離越地球
與弟汗積走金塔
달리기 금자탑
육상에 투신한 지
십여 년
매일 아침 한결같이
아이들과 달리고 달렸다.
육상 제자가
천 명을 넘고
단체 입상이
오십 차례에 가깝다.
십여 년 전
어느 봄날
운명처럼 제대로 꽂힌
마라톤
가야지 회원들을
스승같은 벗으로 삼고
회원들 학생들과 달린 거리가
지구 한 바퀴를 넘었다.
제자들과 함께 땀으로 쌓아올린
달리기 금자탑이다.
陸上豊作
伽倻入會十餘年
江山自變長歲月
高飛駿足記錄下
我過五十向七十
我走根源伽倻地
同苦同樂走家族
陸上豊作傳消息
素饌待接獻感謝
육상 풍작
가야지 회원이 된 지
십여 년
강산도 절로 변할
긴 세월이다.
펄펄 날던 준족들도
기록이 떨어지고
나도 육십을 지나
칠십을 향해 간다.
내 달리기의 근원은
가야지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달리기 가족들에게
육상 풍작
소식을 전하면서
소박한 음식을 대접하여
감사를 전한다.
二顔秋相
秋是二顔雅努斯
日高喜相萬面笑
夜來氷相寒風發
把人玩弄股掌間
秋是夏子冬之母
晝中慈母無限溫
夜半豺狼出野齒
一打一拉二重者
두 얼굴의 가을
가을은 두 얼굴의
야누스 같다.
해가 높이 뜬 한낮에는
밝은 얼굴로
얼굴 가득 웃음을 띄다가도
밤이 되면
얼음장 같은 얼굴로
찬바람이 쌩쌩 인다.
넓적다리와 손바닥 사이에 두고
사람을 쥐락펴락 갖고 논다.
가을은 여름의 아들이면서
겨울의 어미다.
낮에는 자애로운 엄마처럼
한없이 따뜻하다가도
밤이 되면 승냥이처럼
야성의 이빨을 드러낸다.
병 주고 약 주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자다.
秋去冬來
水銀柱降一位數
短秋對冬擧白旗
綠葉靑山丹楓染
街路樹失靑氣像
伽倻地員不屈暑
冬將軍襲不退寒
過二十年四十勝
對暑二十寒二十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구나
수은주가 내려가
한 자리수가 되더니
짧은 가을이 겨울에
백기를 든다.
초록 잎의 푸른 산도
단풍으로 물들고
가로수도
푸른 기상을 잃었다.
가야지 회원들은
더위에 굴복하지 않듯이
동장군이 몰려와도
추위에 물러서지 않는다.
지난 이십 년 동안
사십승을 했는데
더위에 맞서 이십승이요
추위에 맞서 이십승이다.
첫댓글 태암 선생님의 한결같은, 재촉하지 않는 삶은 정말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 꾸준함에 박수를 보내며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