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 마세요
오래 전에 유행했던 나애심 씨가 부른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아픈 과거에 대한 애수에 젖은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가사는 이렇습니다.
"장벽은 무너지고 강물은 풀려 어둡고 괴로웠던 세월도 흘러 끝없는 대지 위에 꽃이 피었네. 아 꿈에도 잊지 못할 그립던 내 사랑아, 한 많고 설움 많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거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스티브 비덜프와 샤론 비덜프는 그의 책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후회(그들이 놓친 것), 오래된 죄책감(했어야 하는 일들), 해묵은 원망(다른 사람들이 해주지 않은 것)들을 되씹기만 합니다. 어떤 식으로 과거를 회상하느냐에 상관없이 과거에 매달리는 것은 거의 완벽한 시간낭비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 머리 속 절반은 이 일로 가득 차 있습니다."고 말하듯이 사람들은 묘하게도 힘들고 어렵고 실패했던 기억 그리고 서럽고 섭섭했던 슬픈 과거에 매여 살면서 현재와 미래를 망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서러웠던 과거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그러므로 서러운 과거에 매여 있음은 불행한 일입니다. "이렇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으로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다른 사람의 과거사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그들을 정죄합니다. 또 우리들 스스로도 이미 지나버린 일들을 붙잡고 후회하고 괴로워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매여 현재와 미래를 놓쳐버리고 맙니다. 실제로 과거를 잊지 못해 일어난 불행은 많습니다. 소돔 고모라를 탈출한 롯의 아내가 화려했던 옛날을 잊지 못해 뒤돌아보다 소금기둥이 되었고, 우리 역사에서는 과거의 아픔을 잊지 못해 복수를 일으켰던 연산군이 있습니다. 연산군은 할머니인 인수대비가 자신의 생모를 죽였다는 생각에, 인수대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복수를 합니다. 그 복수에 집착하여 국사는 전혀 돌보지 않고 광인으로서의 삶을 살다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결국 자신마저도 왕에서 쫓겨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연산군이 복수에 집착하지 않고 그들을 용서할 수 있었다면, 곧 과거로부터 떠났다면 그는 아주 현명한 임금이 되었을 거라고 합니다. 미움과 복수는 과거의 반영이고 용서는 현재의 반영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과거를 후회하고 정죄하기 보다 과거의 서러움이나 잘못이 현재의 의욕을 꺾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과거의 아픔과 슬픔이 내일에 대한 설레는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과거를 잊어야 합니다. 그리고 과거를 묻지 않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과거로부터 온전히 떠날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삶이 시작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과거와 잘못을 용서해주시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과거를 묻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들의 새 삶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픈 과거를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지나간 화려함을 자랑할 필요도 없습니다. 과거는 단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지고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곽노순은 그의 책 [큰 사람-그대 삶의 먼동이 트는 날]에서 "과거는 잘했건 못했건 이미 지나가 버리고 지금 없는 것이다. 잘했으면 한번 자축하고 지워 버릴 일이요, 잘못했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한번 명심하고 불에 태워 버릴 일이다.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인생의 여정에 어떠한 집착도 금기이다."고 말합니다.
이제 즐거웠던 과거도 서러웠던 과거도 모두 지나갔습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5:17)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적 일을 생각하지 말라"(사43:18)고 했습니다. 즉, 하나님도 더 이상 묻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신학자인 몰트만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우리 뒤에 계시지 않으며, 우리 옆에 계시지도 않으며 언제나 우리 앞에 계셔서 우리를 새로운 역사의 지평선으로 이끄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잘했던 잘못했던 간에 지나간 과거를 바라보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날 좋았던 일, 화려했던 일들을 뒤돌아보노라면 잘한 점만 생각하고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반면에 잘못한 점을 생각할 때 의기소침하고 열등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과거를 그대로 물려받을 경우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게 돼 새로운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한심스러운 과거를 묵상하지 말고 찬란한 미래를 꿈꾸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현실을 누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상처와 아픔을 잊어버리고 현재의 삶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어두움이 깊은 곳에는 더욱 더 찬란한 빛이 있습니다. '잃은 것을 세지 말고 남아 있는 것을 세라'는 격언을 따라, 남아 있는 '희망'이라는 비밀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것은 무조건 모든 것을 없는 것처럼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말에는 몇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째, 과거에 붙잡혀 사는 것은 죄의식이 되고 결국 사람을 몹시 상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과거를 잊기 위해서는 주홍같이 붉은 죄를 흰눈같이 깨끗케 하시는 주님께 고백하여 지나온 잘못에 대해서는 깨끗한 회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좋지 않은 기억은 물론이거니와 성공했던 기억도 잊어야 합니다. 좋지 않은 기억은 미움과 분노를 가져오고, 성공했던 기억은 교만에 빠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즉,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셋째, 자신의 과거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과거로부터도 떠나야 합니다. 곧 다른 사람의 어두운 과거를 묻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대방의 현재로 만나지 않고, 그의 과거로 그를 대하는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관계가 비극이 되는 것은 대부분 서로 과거로 만나기 때문입니다. 전과를 가진 사람에게 과거를 묻지 않는 것 이상의 복음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상대의 잘못을 깨끗이 용서하는 것입니다.
넷째,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것은 지나온 시간이 얼마나 훌륭했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사느냐 입니다. 우리가 바라고 소망하는 미래는 우리의 과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입니다.
누구나 아프고 쓰라린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조건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은 성장할 수 있고, 하나님도 지나간 것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나간 모든 것은 잊어버리고 이제 새롭게 다가올 내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과거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과거의 실패와 실수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지금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나아가기를 원하고, 사모하는 사람은 변화됩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모든 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는 아픔에 친해져야 합니다.
낯선 것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모험심이 필요합니다. 모험심은 용기입니다. 용기의 수준은 성취의 수준과 비례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더 나은 삶과 희망을 꿈꾸십시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십시오. 이미 과거는 지나갔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현재와 미래뿐입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발자크는 "많은 망각 없이는 인생 행로를 걸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사도 바울이 "내가 한 일 뒤의 것은 잊어버리고 오직 푯대를 향해서 앞을 향해서 달려간다"(빌3:13-14)고 했듯이, 이제 우리는 우리의 꿈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만이 우리가 해야할 일입니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에게 제자들이 '선생님의 저술 가운데 가장 좋은 책이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그것은 다음에 쓰는 책이야'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지나온 과거가 아니라 앞을 향하여 정진하는 자들만이 할 수 있는 대답입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이야기 중에 구세대와 신세대 구별법이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나이나 또는 기계를 작동하는 정도를 가지고 세대를 구분하지만 저는 이렇게 구분합니다. 구세대는 지나온 과거를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잘한 것 성공한 것 좋았던 것을 회상하거나 과거의 추억을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신세대는 내일을 이야기합니다. 내일 뭘 먹고, 모레 뭘 하고, 나중에 어떻게 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사람은 구세대도 신세대도 아닌 낀세대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