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명수필(수필문학 10월호)
10년만 젊었으면
박종성
‘10년만 젊었으면’ 하고 세월을 되돌리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지나가 버린 세월이 못내 아쉬워 그때보다 더 알뜰하고 값지게 살고픈 미련 대문일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제까지 뒤만 돌아보고 살 것인가? 바로 지금이 10년 뒤 되돌리고 싶은 그 날 일 텐데... 그러니,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지난 날, 잔꾀를 부리거나 얄팍한 처세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우직하리만치 일해 왔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여유롭고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부러워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나에게도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다니... 공직에서 정년퇴임 후 얻게 된 선물이다.
퇴임을 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이 건강 생활이다. 아침 5시에 집을 나서 호반체육관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상쾌한 기분으로 헬스장에
도착하면 반가운 얼굴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그 곳에서 적당히 몸을 푼 다음, 아침체조 광장으로 향한다.
하나 둘 회원들이 모여들고 경쾌한 음악과 강사의 몸동작에 따라 활기찬 율동이 전개된다. 20여 분, 체조가 끝나면 수영장으로 향하는 게 하루 일정의 시작이다.
35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2008년 강원도청을 떠나, 올 해로 4년차 평범한 시민으로 생활하고 있다.
퇴직을 1년 남겨 놓고 공로연수에 들어가면서 내심으로 걱정이 앞섰다. 사회에 나가게 되면, 어떤 생활로 소일을 하면서 지낼 것인가?
고심하던 끝에, 문화원에 개설된 문예창작반에 등록을 하고 수필문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재직 중, 공부원문학회에 가입하여 활동을 한 바 있지만
그때는 미미한 정도였다. 1년에 작품 한두 편 써서 동인지에 올리는 게 고작이었다. 제대로 문학 활동을 하려면 정규 수업을 받고 등단의
과정을 거치는데 바람직한 일이라 여겨졌다.
역시, 1년 간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공로연수를 마치고 정년퇴직을 한 후 3개월 만에 등단의 영광을 안았다. 아울러, 춘천문인협회에 가입하면서
‘사무국장’ 이라는 과분한 직책을 맡게 되었다. 문학회의 새내기로서 기라성 같은 원로 문인들을 비롯한 많은 회원들을 대할 수 있고, 다양하게
교분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더 할 수 없는 영광이었다. 결국, 1년차 퇴직생활은 ‘문학의 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 다음 해, 2년차 퇴직 생활에 접어들면서 새 해 목표를 ‘음악의 해’로 정했다. 단조로운 생활에서 탈피하여 즐거운 삶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데에 뜻을 두었다. 수소문 끝에 어느 주민센터의 노래교실을 찾게 되었다. 처음으로 노래교실에 들어서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곳에는 여성들로 성시를 이루어 남자라고는 70대 중반 되어 보이는 한 명뿐 이었다. 뭇 여성들의 시선을 받으며 수줍은 자세로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 후, 주민센터 정문을 통하여 2층의 노래교실에 드나들자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평생을 공직에 몸담아 온 터에,
한 낮에 행정기관에서 노래방 기기를 버젓이 틀어놓고 쿵작댄다는 것이 어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이국의 문물을 접하는 것처럼 생소했다.
한편으로, 축복 받은 삶을 누리고 있다는 자족감과 복지혜택을 한껏 누리고 있다는 뿌듯함에 젖어 들기도 했다.
3년차 퇴직생화 목표는 ‘통기타의 해’로 설정했다. 내가 기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년 전부터였다. 하루해가 긴 어느 여름날, 뜻을 같이하는
동료 한 사람과 통기타 강습을 받게 된 것이다. 그 시도는 1개월을 넘지 못했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도전해 보았으나 매번 도중하차했다.
여러 가지로 여건이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부여받은 데 아닌가?
그런데 막상 기타를 다루려다 보니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다. 전에 기타를 만져본 기억조차 감감한 지경이었다. 눈으로 악보와 가사를 보면서,
왼손은 쉼 없이 다양한 코드를 옮겨 짚어야 하고, 오른 손은 피크로 기타 줄을 치면서, 입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그런데도 푸념하거나 불평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게 간절히 소망한 일이 아닌가? 해법은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늦더라도 묵묵히 하나하나 익혀가는 수밖에... 첫 해는 시작하는데 의미를 두고, 제대로 된 기타 음을 내려면 삼년은 지나야 한다는
어느 선배 수강생의 이야기를 새겨볼 일이다.
퇴직생활 4년차인 올 해는 ‘자전거의 해’로 정했다. 우선, 자전거와 헬멧 등 필수 용품을 갖추었다. 그리고 책을 한 권 구입해서 기어 변속 및 브레이크
작동 방법을 알아보고, 자전거에 능숙한 선배 한 분으로부터 실전 훈련도 받았다. 아직까지 유연한 기량을 연마하지 못해 장거리 주행에는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의 청사진은 거창하다. 춘천 의암호에서 출발하여 가평, 청평, 양평을 거쳐 서울까지 주행하는 야무진 꿈을 간직하고 있다.
북한강을 따라 사시사철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환상의 자전거 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춘선 전철에는
자전거를 탑재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자신이 원하는 역과 역을 잇는 노선을 선택하여 산뜻한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 타기는 자연을 마음껏 감상하면서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1석 2조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나의 평범한 시민으로서 행로는
확연히 정해졌다. 문학과 음악을 가까이 하며,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활기차게 운동하면서 몸과 마음을 다져가는 것이다.
‘10년만 젊었으면’ 하는 허황된 생각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첫댓글 박종성 고문님,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에 성함을 같이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 10년만 젊었으면 / 박종성
이렇게 말입니다.
늘 장희자 선생님 글인가 하고 들어와 보면 아니라서요.
고맙습니다



책에도 있던 글을 새
스레 다시 읽었습니다. 부지런하심이 
드러나는 글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