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모 언론에 이런 사연이 소개됐습니다. 암으로 투병중인 남성에 관한 사연입니다. K모씨는 몇년 전 아내가 갑작스런 사고로 숨진 뒤 자식들에게 원하는 만큼 지원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K씨는 3남매를 두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얼마전 암 진단을 받으면서 유산과 관련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장남이 있지만 아버지와 관계가 극히 소원한 상태에서 타국에 머물고 있으며 돈이 필요할 때만 연락한다고 합니다. 사업을 물려줄 생각으로 귀국해 가업을 이어받을 것을 권유했지만 아들은 거절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암 투병에 관심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큰 딸은 대학원까지 보냈지만 결혼문제와 관련해 아버지와 충돌을 빚었고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 뒤 연락이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막내딸은 결혼도 않고 아버지곁에서 가업과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K씨는 큰 아들과 큰딸에게는 유산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자신의 유산을 자신의 마지막을 지키는 막내딸에게 전부 주고 싶은 것입니다. 과연 이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사연이었습니다. 결론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입니다. 한국에 존재하는 법률인 상속 유류분 제도때문입니다.
상속인들이 재산 형성에 기여하거나 협력한 경우가 많고, 남은 가족들의 생활도 중요하기 때문에 법에서도 일정 부분 상속받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상속 재산중에서 일정한 부분까지는 법률상 보장하고 있는데 이를 유류분이라고 합니다. 배우자나 자식들의 경우 법정 상속분의 50%에 대해서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에 유언장에 의해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소송을 통해 일반적 상속인 경우 10억을 받을 수 있는 자식은 소송을 통해 최소 5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자식들가운데 재산 형성에 기여하거나 협력한 적이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 입니다. 부모로서 자식들에대한 지원이 어디까지 이뤄져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부모로서 자식들의 성장과 교육에 최선을 다했지만 자식들이 그들의 의사에 따라 부모의 뜻에 반대하고 집을 떠나 버렸는데 무슨 재산 형성에 기여를 하고 협력을 했겠습니까. 그냥 호적상 자식이지요.
글쎄 이 문제를 법정에서 다툴때 각각의 경우에 따라 판결이 내려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상속 유류분 제도가 생기면서 유언장은 그냥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사후에 그냥 자식들이 알아서 나눠가질 것을 뭐하러 힘들여 유언장을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느냐 그런 말이지요. 물론 부모 자식사이에 사이가 좋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살다보면 다툼도 있고 갈등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 자식 사이인데 그냥 사소한 갈등으로 상속을 주지 않겠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뭔가 대단히 부모자식 사이가 잘못되거나 자식이 일방적으로 자식의 도리를 행하지 않고 팽개쳤을 경우에도 상속 유류분 제도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가 입니다.
회사를 예를 듭시다. 회사에 입사했다고 모두가 같은 월급을 받는 것은 아니지요. 회사의 규칙에 따라 일하고 그에 대한 댓가로 월급을 받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회사 주인에게 저항하고 일도 태만하며 회사에 적만 두었지 실제로는 그 회사 사람이 아닌 인간에게 뭘 주겠습니까. 회사의 이득을 위해 일한 적도 없는 인물에게 단지 그회사 명단에 들었다고 열심히 일한 직원과 같은 대우를 해주라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공산주의 생각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니 공산주의에서도 일하지 않은 인간은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죠. 이건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용납이 안되는 것 아닙니까. 부모 자식 사이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물론 부모 자식간의 일을 무슨 자본주의 기본정신으로 비화하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그 사람의 자식이 되고 싶어 됐느냐고 강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신의 원죄가 있기에 최선을 다해 성인이 될때까지 보살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상당수는 대학까지도 보냅니다. 그러면 부모 역할을 다한 것 아닙니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성년이 되면 집을 떠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말인즉슨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한국의 자식들 가운데 상당수는 성인이 되어도 그대로 집에 머물면서 부모의 등골을 빼먹습니다. 그런 고통을 견디며서 자식을 결혼까지 힘들게 시켜 인간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줍니다. 그러면 된 것 아닙니까. 부모가 무슨 마징가제트입니까. 부모가 자식에게 할 일은 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가진 나머지 재산을 본인의 뜻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거 정말 문제있는 것 아닙니까.
부모가 자식에게 나 몰라라 하고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않고 팽개쳤다면 사정은 다르지요. 그렇다면 훗날 상속 유류분 청구소송을 내도 뭐라할 사람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키워주고 성인이 되고 자립할 수 있게 된 이후 부모가 자신의 남은 재산을 사회를 위해 기부를 하든 자신이 챙겨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든 그것은 부모의 자율에 맡겨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 재산마저 유류분 청구 소송을 통해 뜯어가려는 자식이 제대로 된 자식입니까. 또한 그 법이 제대로 된 법입니까.
저는 이 법은 개정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입니다. 평생 고생을 다해 마련한 자기 재산을 자식들에게 교육비와 결혼비로 거의 다 사용한 뒤 얼만 남지 않은 재산마저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챙겨가라고 하는 법은 악법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지금 상속 유류분 제도와 관련한 여러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 대한 일정한 의무를 해야하듯이 자식도 부모에 대한 일정한 도리를 다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상호평등주의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부모는 일방적으로 희생하다가 재산을 그냥 자식에게 물려주고 떠나라는 식 다시말해 재산상 부모의 권리는 없다는 그런 취지의 법은 문제가 있어도 많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효도는 못할망정 사사건건 불효짓만 하고 평생 부모를 괴롭힌 자식에게도 일정분 상속을 해야한다는 것은 악법중 악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속 유류분 제도는 이 나라에 불효자를 양산하는 가장 대표적인 법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어짜피 부모 재산은 자식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바로 그 법 말입니다.
2024년 2월 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