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싱크대 위 곰솥이 눈에 띈다.
이민철 씨 집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크기의 냄비인데,
이미 사용을 마치고 물에 담겨 씻길 준비를 하고 있다.
“아는 형님들이 돈 모아서 삼계탕 사 왔길래 같이 끓여 먹었어요.”
어제 전화로 소식을 들었다. 이민철 씨 지인이 놀러 와 삼계탕을 먹고 갔다고.
자세히 묻지 않아 어떻게 먹게 된 것인지, 어떤 식으로 먹었는지 몰랐는데
이민철 씨의 한마디에 어떤 자리였는지 단숨에 이해가 된다.
“근데 사 와서 먹고 치우고 가면 좋은데 다들 도망가기 바빠서, 치우지를 않아.”
불평하며 식탁을 닦고, 미처 치우지 못한 바닥의 국물 자국을 닦는 이민철 씨가 즐거워 보인다.
약간은 설레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식의 방문이, 그런 날의 뒷정리가 귀찮기는 해도
이민철 씨 일상에 큰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내가 다 치웠지. 상재 아저씨랑. 다 도망가기 바쁘고 참.”
“이민철 씨도 돈 내셨어요?”
“아니, 내가 돈이 어딨다고. 형님들이 돈 모아서 사 온 거예요. 나는 쓸 데가 많아. 그리고 그냥 사서 왔던데.”
“맛있는 거 사줬으니 이민철 씨가 치우긴 치워야겠네요.”
“그렇네. 다들 도망가고. 으이구.”
이민철 씨가 웃으며 모인 쓰레기와 음식을 치운다. 분명 다 치운 것 같은데
여전히 집 안 가득 삼계탕 냄새가 나는 듯하다.
은은히 베인 삼계탕 냄새 맡고 있으니 온 집 안에 냄새가 베일 정도로
왁자지껄 끓이고 떠들고 나눠 먹던 풍경이 저절로 떠오른다.
집 안 가득 베인 건 삼계탕 냄새뿐 아니라 어제의 웃음과 정겨움도 함께인 듯하다.
이민철 씨가 삼계탕 냄새 위로 나무 향 가득한 탈취제를 뿌린다.
냄새는 지워져도 어제의 추억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가득히 베인 나무 향 맡으며 사람들이 다시 올 날을 기약하는 이민철 씨 모습 보며
이게 사는 거지, 이민철 씨답게 사는 거지라고 생각한다.
2024년 10월 15일 화요일, 박효진
‘사회사업 정합성의 증거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사업가가 어떤 일을 어떻게 도왔는지 말해 주는 이야기, 그래서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말해 주는 이야기,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 기록이 있어야 바르게 잘했는지 평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지요결』 ‘사회사업 평가’ 발췌. 정진호
아는 형님이 집에 다녀갔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식사도 하셨네요. 신아름
와! 이렇게 사신다고요? 놀랍고 감사합니다. ‘냄새는 지워져도 어제 추억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캬!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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