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이 많은 아나로그 세대들은 호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식당에 가서 밥 사 먹기도
어려운 세상이 됐다. 정부에서 정한 최소시급 문제로 사람 대신에 키오스크와 로봇을 쓰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나로그 세대들은 자판을 두드리기도 겁부터 난다.
집에 있는 압력밥솥이 오래되어 솥뚜껑에서 김이 샌다. 아마도 패킹이 오래 써서 기밀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두 구조물 사이에 들어가는 패킹은 판(plate)
형태도 있지만 O-Ring형태도 있다.예전에 인근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구입한 풍년밥솥이라
전에 샀던 곳에 가면 새 패킹을 구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해서 찾아갔더니 매장에 있던 풍년밥솥
코너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인터넷에서 A/S 센터를 찾아보니 부산지역엔 고관입구에
고객센터가 있어 전화번호와 위치를 적어 놓고 시간 날 때 찾아가 보려고 하던 참이었다.
인천 사는 딸아이가 내려왔다가 패킹 이야기를 듣고는 곧 바로 스마트폰에서 패킹을 찾아보고는
나더러 밥솥뚜껑에서 패킹을 빼 내어 줄 자로 사이즈를 재 보라고 한 후 리스트에 나와 있는 것을
주문했더니 하루만에 쿠팡에서 배달 되었다. 배달된 패킹을 밥솥 뚜껑에 끼웠더니 약간 커서
들어가지 않았다. 알고보니 패킹은 외경을 자로 재지 말고 패킹을 뒤집어 그 속에 표시된 숫자로
주문해야 한다고 돼 있었다. 패킹을 뒤집어 아무리 돌려봐도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돋보기로
한참 돌려가며 찾았더니 옆으로 된 날개쭉지에 작은 글자와 숫자로 적혀 있었다.
사이즈가 다른 주문품은 도로 반품하기로 했다. 아나로그 세대인 우리는 사용했던 패킹을 손에 들고
고관입구에 있는 A/S 센터까지 찾아가려고 했는데 신세대인 딸은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배송도 무료라고 하는 데 아마도 패킹 물건값에 배송료가 포함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결재도 스마트폰으로
척척 해버리니 일일이 발품 팔 일도 없어진다. 반면에 아나로그 세대인 우리는 폰으로 문자 하나 보내는 데도
익숙치 않아 한글 받침이 빠지는 수가 비일비재하다. 뉴스도 종이신문을 선호하고 책도 e-book보다는 종이첵을
좋아한다. 하지만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위의 연두색은 신품, 아래 검은 색은 사용한 패킹